염증성 피부질환의 진단, 감별-습진(피부염) [Eczema, Dermatit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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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성 피부질환의 진단, 감별-습진(피부염) [Eczema, Dermatitis]
  • 승인 2019.12.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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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제

윤정제

mjmedi@mjmedi.com


습진(eczema)은 임상적으로 피부의 가려움, 홍반, 진물, 부종, 인설 등의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으로 일반적으로 피부염(dermatitis)과 동의어로 사용되며, 건선과 감염성 피부질환을 제외한 염증성 피부 질환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사실 우리가 임상에서 볼 수 있는 많은 피부의 증상들은 습진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단 건선, 세균성 피부염, 바이러스성 피부염, 진균으로 인한 백선은 피부의 염증증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습진과 관련성이 있으나, 보통의 습진은 건선과 감염성 피부질환을 제외한 상세불명 원인의 염증성 피부 질환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

습진(濕疹)의 명칭에 습(濕)이라는 한자가 들어있어서 수포, 농포, 진물삼출을 동반한 습윤한 경향의 피부염만을 습진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습진은 일정 범주의 피부 질환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따라서 습윤한 증상을 동반한 습진도 많으나 건조 경향의 습진도 역시 많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습진의 범주가 이렇게 넓기 때문에, 임상에서 피부질환의 진단을 잘 모르겠으면 ‘습진’으로 진단하면 된다는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임상의로써 좀 더 자세한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 습진은 왜 생길까?

인체의 염증반응은 감염과 손상을 치유하기 위한 인체의 반응이며, 이러한 염증반응이 피부에서 나타나면 피부염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염증자체가 인체에서 보면 유해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으나, 문제는 피부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염증 반응이 여러 가지 이유로 소실되지 않고 만성화되어, 피부조직을 지속적으로 손상시키고 많은 불편함을 유발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하는 것이다.

1) 서양의학적으로 습진은 발병 기전과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세불명의 질환이며 유전적 소인과 환경요인(주거환경, 의복, 음식, 스트레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만성 재발성 질환이다. 환자에 따라 어떤 요인이 더 작용하는지는 개별적인 큰 차이가 있으며, 보통 유아에 있어서는 유전적, 환경적 소인이 많이 작용하고, 성인에 있어서는 후천적, 심리적, 환경적인 영향이 더 많은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러한 요인 중 어떤 것들이 더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습진을 상세불명의 원인으로 인한 질환으로 볼 수밖에 없다.

습진의 주원인 자체는 복합적이고 상세불명이지만 세균, 바이러스, 진균 등의 감염증은 상황에 따라 악화요인으로 동반 작용할 수 있으므로 가능성에 대해서 항상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또한 그 부위도 꼭 피부감염증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호흡기, 소화기, 비뇨기의 감염증과의 연관성도 있을 수 있다.

2) 한의학적으로 습진은 역시 복합적인 과정을 거쳐 발생한다고 본다.

사람이 선천적인 부분에서는
①체질적 소인(부모에게 받은 몸의 좋은 부분과 약한 부분의 특징)
②임신중의 태교의 영향(임산부의 심리적인 영향, 감기 및 감염성 질환의 영향)을 받고 태어나서

후천적으로는
③식이의 영향
④피부나 호흡기 등에 세균, 바이러스, 진균 등 감염의 영향
⑤심리적인 부분 (놀람, 공포, 스트레스 등)
⑥기후∙환경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면역체계에 영향을 줘서 ⑦면역균형의 이상이 생기게 된다.
이에 알러젠, 화학물질 등 ⑧유발인자가 면역체계를 더욱 과민하게 만들어
⑨초기 염증성 증상이 발생하고
그에 대한 ⑩잘못된 치료를 하거나(주로 증상억제 위주의 치료)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면서
피부 면역체계가 더욱 파괴되어, 피부가 외부 미생물의 침입이 수월해지고 상재균이 더욱 병리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며, ‘가려움-긁기’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⑪습진의 만성화와 중증화가 된다고 보고 있다.

습진은 그 만큼 다양한 요인들의 영향을 받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발생한 만성적인 질환이며, 단순한 급성 알레르기성 질환과는 차이가 크다는 것을 환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성 습진은 우리가 흔히 맞지 않는 음식을 먹거나 해서 입술이 붓거나 가렵거나 하는 즉시형 알레르기 증상과는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환자들이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알레르기 검사 결과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과도한 식이제한을 하는 등 장기적인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Q&A

Q. 수년간 반복되는 습진 증상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가 있다. 초기에는 여름철에 땀띠와 같은 증상으로 시작되었다고 했는데, 현재는 습진이 증상 양상도 달라졌고 겨울에 더 심해진다고 한다. 이 환자의 유병기간 동안 계속 같은 병인이 주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일까?

A. 습진의 발생에는 여러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그 중 습진의 발생에 주된 역할을 한 주요인과 어느 정도의 영향을 준 부요인들이 있고 악화에 영향을 주는 악화요인들이  있다.

그렇다면 치료과정에서 이러한 요인들이 항상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며, 치료를 진행하면서 치료와 관리의 영향으로 완화될 수 있으나 각 요인들의 변화정도는 각각 다를 수 있다. 초기에 습진의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줬던 주요인은 치료과정에서 소실되어 더 이상 습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고, 오히려 부요인이 피부 습진에 더 영향을 주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초기 습진에는 외부의 감염, 환경, 온도 등 여러 요인들이 많이 작용할 수 있으나, 만성화된 습진의 후기로 갈수록 앞에 요인보다는 피부 자체의 만성화와 긁는 자극이 주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 습진은 왜 하필 그 부위에 생길까?

습진 증상이 처음부터 전신에 균일하게 발생하는 경우는 없다. 대부분의 습진은 부분적으로 증상이 발현되거나 국소에서 시작해서 넓게 퍼지는 형태가 많다. 그렇다면 왜 습진은 하필 그 부위에 발생할까?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습진은 복합적인 요인이 여러 과정에 걸쳐 영향을 줘서 피부에 생긴 염증증상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①전신적 문제와 ②국소적 문제가 결합이 되어 결과적으로 그 부위 피부에 증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①전신적 문제 : 전신 순환과 기혈, 전신면역의 문제
②부분적 문제 : 물리적 자극(압박, 긁는 자극), 화학적 자극(금속, 세제, 세정제, 화장품 등), 감염, 국소 순환의 문제(접히는 부위, 순환이 안 되는 부위)

이러한 전신과 국소의 문제는 항상 같이 영향을 줘서(영향을 주는 비율은 다르더라도) 초기의 염증 반응으로 증상이 시작되게 되고, 오치(잘못된 치료)와 실기(치료시기를 놓침)를 거치면서 만성화되게 된다. 만성화가 된 후에는 초기의 전신적, 국소적 상황과는 또 다른 상태가 되기 때문에, 치료 시에는 그 시점의 문제를 파악해서 역시 전신과, 국소의 치료를 함께 진행해야 한다.

 


윤정제 / 생기한의원 피부과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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