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공공자원화 사업 치료 기술(10) 통도산(교통사고 후유증)
상태바
2018 공공자원화 사업 치료 기술(10) 통도산(교통사고 후유증)
  • 승인 2019.12.27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재룡

배재룡

mjmedi@mjmedi.com


통도산을 소개하며
무의도한방병원

저는 어느덧 졸업하고 진료한지 10년차 되는 한의사입니다. 천직이다 생각하고 열심히 진료하고 공부하다보니 나름 임상에서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치료법이나 처방이 생기게 되었고 이를 동료 및 선후배 한의사들과 소통하고 발전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방(祕方)”을 통해 근시안적으로 개인의 성공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한의학 전체의 협력적 경쟁력 향상이 한의사 개개인의 성공과 보람을 더 크게 해주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한의학의 우수성이 더 검증되어 이를 통한 한방의료의 질이 높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한의학을 공부한 의료인으로서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의약치료기술 공공자원화 사업”을 소개 받았을 때, 그 취지를 듣고 바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검증연구를 의뢰하고 싶고 공유하고 싶은 처방에 대해 고민하다가 최근 가장 내원환자수가 많은 교통사고 및 외상 후 통증과 염증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 “통도산(通導散)”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통도산에 대해서는 이미 2016년에 대한의료기공학회지를 통해 "통도산을 투약한 외상에 의한 상해 환자의 임상 특성 연구“를 발표한 적이 있었으며, 이번기회를 통해 검증연구를 하고 좀 더 많은 동료한의사들과 공유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통도산은 『萬病回春』에 "治跌撲傷損極重 大小便不通 內瘀血不散 肚腹鼓脹 上功心腹 悶亂之事者 先服次藥"이라고 최초로 수록된 이래, 跌搏傷損이 극히 중하여 血瘀의 증후에 胸苦, 腹脹, 便秘, 大小便不通 등 氣滯의 증후를 겸한 氣滯血瘀에 응용되어 온 처방입니다. 황한의학에서도 기체혈어증의 대표적인 처방으로 외상 또는 타박 후 어혈변증에 투약되는 주요 처방중의 하나입니다.

통도산의 처방구성(대황 망초 각8g, 당귀 소목 홍화 도인 각4g, 후박 진피 목통 지각 감초 각2g)을 처음 보시면 편견을 가지기 싶습니다. 저 역시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리고 연구과제로 선정되기 전에도 대황과 망초를 이만큼 사용하고도 괜찮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많이 사용해보지 않거나 익숙하지 않은 약재가 많이 들어간 처방을 사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계기를 통해서 사용해보면 자신의 임상의 경험이 풍부해질 뿐만 아니라 처방에 대한 인식의 폭 또한 넓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러한 저항감을 이해하기에 ‘누가 좋다고 하더라’ 가 아닌 신뢰할 수 있는 곳에서 검증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한의학에 있어 어혈치료제는 효과가 이미 검증되었으며, 다용되고 있는 당귀수산이나 계지복령환 등 많은 처방이 있음에도 굳이 통도산을 선택한 이유는 “통증”입니다. 환자분들의 통증정도가 NRS 7정도이면 1순위로 선택합니다. 실제로 교통사고로 골절이 있을 경우 양방병원에서 치료받고 전원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다수의 환자분들께서 통증 개선이 더 좋다라는 말씀을 하셨으며, 소개받고 오시는 환자분들이 꽤 있습니다. 또한 외상과 더불어 위장관의 염증 소견이 있거나 피부의 염증 소견이 있을 때도 선용합니다. 처방 구성 약재들 중 군약에 해당하는 대황의 경우 염증성 장질환의 개선효과는 물론 위장관 점막 보호 효능도 있어 염증이 있을 시 개선효과가 탁월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통사고나 외상으로 내원하시는 환자분들 중 초기에 다양한 소화기장애를 호소하시는 경우 정도가 약하면 평위산 계열로도 가능하지만 그 정도 심할 경우 통증정도와 관계없이 통도산을 사용할 경우 개선되는 경우가 많고 찰과상 등에 의한 피부염증 반응도 개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도산은 목표점이 아니라 방법이며 과정입니다. 최근에 교통사고환자들이 한방을 많이 선호하고 또한 생활체육이 활성화 되면서 다쳐서 오시는 환자분들이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통증”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더 가질 수 있다는 점과 그 처방이 위장관 장애나 염증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마저도 치료를 할 수 있는 처방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약재구성상 저는 통도산을 기존의 온성어혈지제와 구분지어 한성어혈지제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발목 염좌로 퉁퉁 부어 발열 종통할 때 주수각반한 당귀수산도 좋지만, 한성어혈지제인 통도산을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또한 통도산의 구성약재들의 용량을 조정하거나, 약재를 가감하여 다양한 질환에 응용도 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최근 의료계의 현실이 “통증” 자체에만 집착하는 경우가 많이 보입니다. 의사는 통증을 제어하되 통증을 통해 많은 정보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한의학이 단순히 근골격계의 통증치료에만 국한된다면 소 잡는 칼로 닭 잡는 격이 됩니다. 통증이란 것은 활력징후로서 인체가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정보이며 소통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보를 바탕으로 오장육부의 기능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 그 부분까지 치료를 해주어야 비로소 통증제어를 넘어 근원치료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어쩌면 경락과 경근 체계를 가지고 있는 우리 한의사들만이 할 수 있는, 그리고 환자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어떤 일을 하던지 ‘사람’이 가장 큰 자산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 참여를 통해 한의계 내외에 훌륭한 많은 연구자와 조력자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제가 그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며, 지속적으로 연구를 해나갈 때 상호 협조할 수 있는 인연이 맺어진 것에 의의가 있으며 큰 기쁨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회를 마련해주신 사업단 관계자 여러분들과 촉박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임상경험을 많은 동료들과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끝까지 도와주신 동국대학교 분당한방병원 침구과 김은정 교수님과 연구자분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연구 관련 상세내용은 국가한의임상정보센터(www.nckm.or.kr)-공공자원화-사업 사업성과 코너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