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진 특파원 캐나다 현지 취재기(1) - 의료시스템과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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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진 특파원 캐나다 현지 취재기(1) - 의료시스템과 한의학
  • 승인 2004.03.2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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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주류사회 진출은 영원한 숙제
한의사제도 법제화 움직임, 한의대도 속속 설립
백인, 한의학 정보 부재 불구 한의학가치 점차 인식

사진설명-이재권 교수가 토론토 의대 재활병원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중환자에게 침을 시술하는 모습.

글 싣는 순서
1) 캐나다의 의료시스템과 한의학
2) 캐나다에서 개원하려면
3) 백인사회 진출방안
4) 교육 - 이상과 실제
5) 종합

최근 WTO 의료시장 개방 논의와 관련하여 한의계는 급작스런 상황변화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개방되면 외국에서 국내로 대량의 한방의료인력이 유입된다고 판단하여 장벽의 설치에만 관심이 있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대외진출론도 개인의 문제로 치부될 뿐 한의계 전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본지는 대외진출 대상 국가 중 선호도가 가장 높은 캐나다를 우선적으로 선정하여 그곳의 의료현실과 개원전망을 살펴봄으로써 독자들의 정보욕구에 부응코자 했다.
개괄적인 상황을 다루고 부족한 부분은 관련 자료를 첨부했다. 부족하나마 해외진출을 꿈꾸는 독자여러분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편집자 주)

교민과 한의사 분포

캐나다의 인구는 3천만명. 한인 이민자는 15만여명이 산다. 이중 온타리오주 인구는 1080여만명이다. 한인들이 많이 사는 광역토론토시의 인구는 500만명이다. 이 도시에 사는 한인들은 10만명을 약간 웃돈다.

이에 반해 토론토시의 중국인 인구는 100여만명으로 전체인구의 1/5을 차지하고 있다. 거대한 중국인 community에 비하면 한인 community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가 되는 셈이다.

한방의료에 종사하는 인구로 보면 중국인은 3천여명. 이에 비해 중의사로 분류할 수 있는 인구는 600여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한인 출신 한방의료종사자는 6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한의원은 30여개, 기공·한약방·수지침업소 15개, 미개원이 20명 정도다. 이중 한국에서 한의대를 나온 한의사는 6명이며 중의대나 미국 한의대 출신자가 10여명이고 나머지는 경력을 인정받은 사람들로 알려졌다.

한의사들은 대부분 교민을 상대로 진료한다. 백인주류사회 출신의 환자는 5~10%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인 출신 한의사들만 따지면 인구 15만명인 정읍시만한 도시에 한의원이 60여개 있는 것과 같아 한의원이 밀집해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브리티쉬 콜럼비아주(약칭 B.C주)의 인구는 370만명이다. 교민들이 밀집해 사는 광역밴쿠버시 인구는 대략 200만명 정도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한방의료인은 중국과 한국 교민을 포함해서 1천명이며 이중 개원한 한방의료인은 500여명으로 추산된다.

한인 한방의료인은 40여명 정도로 추정된다. 세분하면 한국 한의대 출신 한의사가 10여명, 중국 중의대 출신자가 10여명, 현지에서 한의대를 나와 한의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이 10여명, 나머지가 침구사로 분류되고 있다.

나머지 주에도 한인들이 조금씩 분포되어 있다. 퀘벡주는 불어를 사용해야 하는 지역적 특성상 한인의 인구는 3천여명에서 더 이상 늘지 않는데 비해 석유 개발로 부자 주라는 인식이 싹트는 알버타주로 한인이민들이 몰리는 추세에 있다.

의료시스템과 한방의료

이 나라는 사회보장에 관한한 사회주의국가라는 평가를 얻을 정도로 유럽식 복지국가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 환자의 치료비는 100% 국가에서 무료로 제공된다.

의료전달체계상 환자들은 1차적으로 가정의(family doctor)를 방문한 뒤 2차적으로 전문의(specialist)를 방문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나라에서는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그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게 마련인가 보다. 이 나라에서는 2차 진료를 받는데 5,6개월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전문의가 미국으로 가버려서 전문의가 태부족한 나라가 캐나다다.

의료인의 보수는 국가의 보험재정에서 나오기 때문에 많이 진료하면 유리하지만 어느 선을 넘어가면 보수의 상한선에 걸려 더 이상의 소득을 누릴 수 없어 부를 누리고 싶은 전문의가 굳이 캐나다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의학은 캐나다 의료시스템에서 제외되어 있어 손해도 보지만 유리한 측면도 있다. 한의학은 이 나라의 정통의학이 아니어서 의료보험에 보험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가치가 없는 의료로서 터부시되는 것도 아닌 중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흔히 대체의학이라고 표현되는 동양의학은 보완적인 의학으로서 존재의의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한의원은 상업지구에 개설하지 않아도 된다. 자격도 주마다 다르지만 면허제도가 없는 온타리오주는 현지 한의사협회에 가서 졸업장과 성적표, 경력증명서를 갖고 협회에 등록, 협회의 추천서를 갖고 자신이 영업할 시청에 가서 맛사지사도 받을 수 있는 holystic practitioner(사람을 만지는 자격)라는 license를 받으면 한의원 개설이 가능하다.

서양의료기관과 달리 한의원은 가정집에 개설해도 된다. 또 ‘소수민족정책’의 일환으로 신문 등 매체를 통해 광고만 하지 않는다면 정식 수입이 허가되지 않는 한약제제를 수입·판매해도 묵인해주는 게 캐나다라고 한다.

이런 잇점이 있는 반면 불리한 점도 있다. 1차 의료환자를 서양의료에 빼앗긴 상태에서 한방의료기관이 환자를 유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환자라고 해봐야 고국에서 한방치료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교민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교민사회 내부에서는 무자격 한의사의 난립으로 신뢰를 잃어 일부 교민이 중의사를 찾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아 환자층은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백인들이 한방의료기관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현지 한의사들은 입을 모은다. 서양의료기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굳이 자기 돈 들여 30,40 캐나다달러(1캐나다달러에 약 780원)를 들여 침을 맞을 필요성을 못 느끼고, 300캐나다달러가 드는 한약은 비싸기도 하려니와 복용을 꺼려해 서양환자를 끌어들이기가 생각보다 어렵다고 호소한다.

백인사회 진출 가능성 높아

그러나 백인(캐나디안이라고 표현함)들이라고 해서 한의학을 도외시하는 것은 아니다. 캐나다의 의료시스템을 견디다 못해 한방의료기관을 찾기도 하지만 어쩌다 한방의료로 치료받은 캐나디언들은 한의학을 높이 평가한다.

한의사 이재권(토론토 해빈한의원) 씨로부터 구안와사를 치료받고 완쾌된 유태인 마이클(34. 미용재료 회사 영업이사) 씨는 한의학을 높이 평가하는 캐나디언이다. 그는 “서양의사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 치료하는 경향이 있으나 한의사는 현상 이면을 보고 치료한다”면서 “구안와사를 치료받은 뒤 서양의사로부터 받은 약이 쓰레기(garbage)라는 생각이 들어서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밝혔다.

반면 한의사의 수준은 캐나디언들의 신뢰를 얻을 정도의 세련미를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이클 씨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캐나다의 한의사들의 기술(skill)을 1에서 10까지 등급을 매길 때 6,7 등급 정도라고 평가되고, 그나마 영어가 안돼 접근이 어렵다. 한마디로 말해서 한방의료의 치료효과는 좋은데 몰라서 치료받지 못한다고 말하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실제 서양의료는 진단에 비해 치료는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치료라고 해봐야 수술요법 정도 이외에는 마땅한 치료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보완의학으로서 동양의학을 찾는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B.C주를 비롯해서 여러 주가 한의사제도를 채택했거나 채택할 채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 그런 증거다.

다만 캐나다 한방의료시장은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한국처럼 한방의료인의 자격을 엄격하게 통제하지 못해 다소 난립하는 양상을 보여 주류사회에 효과적으로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 문제는 국내 의료법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현지 한의학시장질서에 맡겨놓을 문제이지만 모국의 한의학 단체에서도 관심을 갖고 현지의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고, 필요할 경우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 할지 한번쯤은 고민해 볼 문제라 하겠다. <계속>

필자 = 본지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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