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학 집중토론(1) - 소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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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학 집중토론(1) - 소문학회
  • 승인 2004.06.1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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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의 본질은 생명의 근본(양기) 다스리는 것”
‘의서에 근거한 주장과 임상’ 강조
심도있는 강의와 토론의 場 ‘토요모임’ 격주 운영
石谷, 無爲堂 가르침 이어 받아


■ 토론참가자 ■

【소문학회】 ▲박태수 회장(부산 성모한의원) ▲김태국 부회장(부산 요산한의원) ▲손명용 총무(김해 봉산한의원) ▲이규환 부총무(부산 동의보원한의원) ▲황원덕 학술교육부장(동의대 한의대 교수)
【민족의학신문】 ▲강연석 ▲장욱승 ▲김범준 ▲김건호(이상 편집위원·한의사)
△일시 : 2004년 5월 22일 오후 11시
△장소 : 부산시 한의사회관 세미나실


민족의학신문에서는 창간15주년(7월 15일)을 맞아 “민족의학 집중토론”이라는 특별기획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이 코너는 한의사로 구성된 (주)민족의학신문 편집위원회(위원장 박왕용)가 집중토론 주제를 선정하고, 그 주제의 해당분야에서 오랜 기간 묵묵히 제 할 일을 해온 단체나 개인과 함께 선정된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입니다. 한의사들의 관점에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다양한 토론을 통해 독자 여러분께 보다 풍부한 기사를 제공해 드리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5월 22일 오후 8시 부산시 한의사회관 3층 세미나실에 전국 각지에서 모인 30여 명의 한의사들이 좌정하였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정신을 집중시키기 위해 ‘탁’하고 울리는 죽비 소리에 맞춰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한다.
5분 여의 시간이 지나 다시 한번 죽비 소리가 울렸고, 토요공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 날은 醫鑑重磨 百病總括의 傷寒, 溫病 등을 읽고 그 의미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었으며 사전에 미리 준비해준 임상례에 대해 각자가 준비해온 처방을 서로 토론하면서 심도있는 공부가 진행되었다.
이렇게 약 3시간의 토요공부가 끝난 후 박태수 회장, 김태국 부회장, 황원덕 학술교육부장, 손명용 총무, 이규환 부총무 등 소문학회 임원들과 서울에서 내려간 4명의 민족의학신문 편집위원과의 집중토론은 시작되었다.

■ 편집위원회 : 의학 분야의 학회가 내실있는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연구, 교육, 그리고 경영의 삼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합니다. 그러나 현 한의계에는 수십 개의 학회가 난립해 있으면서도 위 세 박자를 고루 갖춘 학회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번 “민족의학 집중토론”에서는 ‘한의학 학술활동과 학회경영’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고자 하며, 그 첫 토론 대상자로 素問學會를 선정하였습니다. 소문학회는 1988년에 시작하여 15년 이상 醫書를 중심으로 꾸준한 학술활동을 정진해온 학회입니다.
특히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 학회의 거점을 두고서 전국조직의 학회를 경영해 오면서 남다른 노력과 경험이 풍부한 학회이므로 이번 주제의 토론자로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학회마다 관심분야와 그 구성원들의 특성이 다르지만 소문학회의 운영경험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주신다면 이번 토론을 통해 한의학 학술활동에 많은 문제와 어려움을 갖고 있는 다른 학회나 단체들에게도 하나의 가능성과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素問學會는 실제 臨床을 위한 학회로 오랜 시간 동안 학술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중 여타학회의 한의사들에게 화제가 되는 것은 扶陽論을 중심으로 한 특유의 인체관과 개개인의 특성에 맞추는 作方 중심의 처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소문학회가 한의사들에게 제시하고자 하는 한의학의 특성과 임상한의사로서의 모습은 무엇입니까?

□ 소문학회 : 소문학회는 생명의 근본인 生氣를 잘 살리는 것이 의학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아있는 것은 따뜻하고 죽은 것은 차갑습니다. 따라서 환자의 生氣인 陽氣를 중심으로 인체의 生理, 病理, 本草, 方劑를 바라봅니다. 의사학적으로도 素問이나 諸病源候論에서는 많은 병을 風冷으로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金元四大家 이후 陽有餘陰不足論이 학계를 주도하면서 和劑局方까지는 많이 사용되었던 辛熱藥의 빈도가 많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滋陰法 위주로 처방이 되면서 오히려 신열한 약을 써야 될 환자들에게까지 자음하는 약을 사용하는 폐단이 나타났습니다. 소문학회에서 扶陽論을 주장하는 것은 이러한 폐단에 의해 낮아진 치료율을 회복하자는 것이며, 이것은 생기를 살려주는 人蔘, 附子, 肉桂, 필발(필발) 등의 辛熱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 여타의 학회들은 대가라고 할 수 있는 임상한의사를 중심으로 학회의 운용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素問學會 역시 無爲堂 선생님(민족의학신문 03년 9월 1일, 8일자 근현대 한의학을 빛낸 인물 참조)을 구심점으로 강의와 연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무위당 선생님 사후 학회활동에 혼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교육방법이나 학회활동의 변화와 차후 학술활동의 강화를 위한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주십시오.

□ 과거 무위당 선생님 생전에도 일방적인 강의보다는 素問大要와 醫鑑重磨를 기본텍스트로 하여 회원들 간의 토론을 중심으로 교육을 진행하였습니다. 素問大要는 원전을 통해 생리, 병리를 이해하는 틀을 제공하고, 醫鑑重磨는 진단과 본초, 방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에 萬病回春 藥性歌를 무위당 선생님이 해석한 것으로 공부합니다.
오늘 토요모임의 모습이나 과거 무위당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던 모습이나 큰 변화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15년 이상 함께 공부했던 사람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함께 토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지역까지 강사를 파견할 정도의 인력은 안되기 때문에 토요모임에는 각 지역에서 어느 정도 선발된 인원들이 모여서 공부의 깊이를 더 하는 자리입니다.
강의와 질의응답을 위주로 임상례에 따른 作方연습과 회원들간의 토론을 바탕으로 진행됩니다. 향후 素問大要와 醫鑑重磨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자료집을 제작 중이며, 내경을 중심으로 鍼 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자료집을 낼 예정입니다.

■ EBM(Evidence based medicine)이 현대의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현대 한의학에서도 의사와 의사, 의사와 환자 사이의 대화를 위하여 EBM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한의계 일부에서는 醫書에 근거한 임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객관적인 도구를 사용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素問學會의 생각을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 서양의학계는 물론 같은 한의사가 인정할 정도의 객관성과 증거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 素問學會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양의사들은 동일근거를 바탕으로 비슷한 의견을 제시하는 반면 한의사는 각자의 측면에서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더욱이 의서나 기타 근거가 될 만한 자료를 기반으로 자신의 주장을 펴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사실이나 진리인양 논리를 펴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소문학회의 특성상 개개인에 맞는 作方을 하기 때문에 같은 질병이라도 같은 처방을 사용할 수 없으며 환자에 대한 정보를 완성도 있게 공유한다는 것이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다만 조금이라도 객관적인 치료효과를 보여주기 위해 대학병원과의 연계를 모색하고 있으며, 병원에서 진행되는 이화학적 검사와 한의학적 치료 사이의 연관성을 규명하고자 합니다. 또한 임상례 발표에서와 같이 환자의 상태를 기록하는 진료부의 경우 그 양식을 통일하였고, 학회지에 임상논문을 많이 반영하여 다른 한의사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素問學會에서는 素問TV, 素問캠프와 같은 다양한 학회운영을 선도적으로 시행해왔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이러한 활동들이 잠정 중지된 상태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와 외부활동의 재개계획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 素問學會는 학업활동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학회입니다. 그렇다보니 과거 素問學會 회원들의 교육을 위해 素問TV를, 학생들을 위해서는 素問캠프를 기획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素問TV의 경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다소나마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는 했지만 그 이용률과 공부를 너무 쉽게 생각하여 집중하지 못한 단점들이 있었습니다.
素問캠프의 경우도 몇차례 개최하였지만, 학회의 역량이 부족한 점이 있어서 당분간 개최하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학생들은 학회의 공부모임에 참석할 수 없으며, 특강요청이 있을 때에만 중앙회 학술부에서 강사를 파견할 예정입니다. 다만 기존의 책자나 자료는 요청이 있을 경우 충분히 제공할 예정입니다. 결국 학회의 다양한 외부활동은 회원들의 참여와 공부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중요한 점이며, 많은 회원들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재개할 예정입니다.

■ 다양한 외부활동을 접고 내부적 학술활동에 주력하고자 하는데 이를 위한 학회운영방법은 무엇입니까?

□ 기본적인 학회운영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소문학회를 거쳐 간 한의사회원수가 600~700명 정도 되지만 외형적으로 먼저 커지다보니 학회본연의 임무인 학술활동이 부진하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지속적인 활동 의사를 밝힌 회원을 매년 조사하여 연회비를 낸 회원만을 정회원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230여명의 정회원들이 지부별 모임을 통하여 학술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온 다양한 질문사항이나 중요한 화제들은 각 지부대표들이 부산에서 열리는 토요모임에서 논의하고, 그 내용을 다시 지부에서 회원들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또한 1년에 1~2회 정도의 전국학술대회를 개최하고, 학회지를 만들어 각종 논문이나 임상례 발표를 통해 자료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지부학회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중앙회 임원단의 방문, 강사파견 등을 통해 활성화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5년차 이상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토요공부 등을 거듭하여 자질을 향상시켜 강사로 키우고자 합니다. 신입회원의 경우 기초과정을 설치하여 소문학회의 커리큘럼에 따라 교육할 예정이며, 무위당 선생님 강의를 DVD로 만들어 회원들에게 배포할 예정입니다.

■ 다른 학회들은 인증의 사업이라든지 외부강의를 통해 학회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얻고 있습니다. 현재 素問學會는 강의료를 따로 받는 외부 임상강의나 인증의사업 등 부대사업을 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학회 경영에서 재정적인 어려움은 없습니까?

□ 소문학회는 가입비와 연회비 각 10만원으로 꾸려나가는 것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습니다. 무위당 선생님께서 평소에 강조하신 바와 같이 함께 모여 공부하며 토론을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므로 공부하고 토론할 공간을 마련하고, 학술대회와 학회지를 발간하는 것 이외의 비용은 그리 크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학회 회관을 건립하기 위한 특별재정이 필요하지만 적은 액수로 조금씩 조금씩 모으려고 하며, 향후에도 이런 방침을 계속적으로 유지할 것입니다. 인증의 사업의 경우 같은 한의사 회원끼리 서로 배타적인 자격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되어 실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의과대학에서는 교과과정심의위원회와 같은 여러 가지 의견조율기관을 통하여 현재의 한의학 교육을 발전시키고자 합니다만, 아직도 한의학 임상을 보다 숙련되게 하기 위해서는 학교 이외의 임상강좌에 많이들 의존하고 있습니다. 한의대생과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수많은 강의를 주관해 본 입장에서 한의학교육에 대한 견해는 어떤 것입니까?

□ 현재 한의학 교육 안에 꼭 필요한 것들은 거의 다 정식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원리를 중심으로 전체를 꿰는 능력이 없이 개개의 사안에 파묻혀 중심을 잡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학생들은 졸업 후 환자와 맞닥뜨리게 되지만 원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환자의 증상만을 쫓게 되며, 다양한 한방요법들을 배우고 사용하게 되지만 나으면 왜 낫는지, 안나으면 왜 안낫는지를 모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리를 소문학회에서는 소문대요와 의감중마, 약성가라는 의서를 통해 익히고 배워나가고 있으며, 인체의 생리병리관에서부터 진단하고 처방하는 것이 하나의 원리에 의해 설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문학회 교육의 목표입니다.
또한 현재 한의대 교육은 개념에 대한 取象이 부족합니다. 글로 나열된 개념들은 임상을 경험해보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막연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졸업하고 환자를 볼 때 과연 이것이 어떤 한의학적 병증에 해당하는 지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과거엔 임상경험이 풍부하신 분이 학교에 들어가 강의를 했지만, 지금은 임상적 지식과 연계하여 의서의 원리를 풀어줄 소양이 부족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실제에 대한 경험없이 원전의 개념을 추상적으로 전달하게 되면 학생들 또한 개념에 대한 취상을 구체적으로 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런 원리를 강조하고 개념에 대한 취상을 연습하여 한의학적 이론으로 무장하는 교육과정이 한의학 내부에서 이루어져야만 임상에 나가서도 양의사와 떳떳하게 제 목소리를 내며 환자를 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의학의 과학화라는 미명 아래 한의학 본연의 모습보다는 여타의 실험에 힘을 기울이는 모습은 한의학의 올바른 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의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素問學會는 扶陽論을 바탕으로 한의학을 하는 학회인데 이러한 학문적 다양성이 학교 및 여러 학회에도 흡수되고, 공유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 긴 시간 토론에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문학회의 발전을 빕니다.

정리 = 김범준·김건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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