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학 집중토론(2) - 한국한의학연구원 학술정보부 安相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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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학 집중토론(2) - 한국한의학연구원 학술정보부 安相佑
  • 승인 2004.07.0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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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지식정보사업의 현황과 전망

한의지식정보의 표준화·자동화·평준화 사업
한의학 최초로 표준화된 주제분류 시도
독자적인 한의학 종합정보센터 구축이 목표
1차연도 평가 디지털화 96개 사업중 5위 차지

■ 토론참가자 ■
【한의학연구원】 ▲안상우(학술정보부장) ▲엄동명 ▲김기형 ▲이선우(이상 연구원) ▲최희수(누리미디어 이사·참여업체)
【민족의학신문】 ▲강연석 ▲장욱승 ▲김종오(이상 편집위원·한의사)
△일시 : 2004년 6월 23일 오후 5시
△장소 : 한국한의학연구원 1층 세미나실

2003년부터 한국한의학연구원 학술정보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한의지식정보자원 디지털화 사업’(연구책임자 학술정보부장 안상우)이 2003년도 지식정보자원 디지털화 사업 평가결과 96개 사업 가운데 5위를 기록하면서 2차년도 예산이 13억 3천8백만원에 이르렀다.

이 사업은 한의계에서 단일 프로젝트로 사상 최초로 10억원 규모를 넘은 사업이라는 점, 또 실험분야가 아닌 문헌과 데이터베이스 분야의 사업이라는 점, 출범한지 10년 만에 한의계 유일의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서 그 이름에 걸맞는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창간 15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기획된 ‘민족의학 집중토론’ 두 번째 주제로 이 사업을 이끌고 있는 ‘한의학연구원 학술정보부’와 ‘한의학 지식정보사업의 현황과 전망’을 선정했다.

민족의학신문 편집위원회 ‘민토’팀은 지난 6월 23일 오후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연구원 새 건물에 도착했다. 한차례 내린 소나기 탓인지 연구원 건물을 싸고 있는 나무들이 더욱 푸르러 보였다.
1층 세미나실에서 간단하게 이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토론에 들어갔다.

■ 편집위원회 :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한의지식정보자원 디지털화 사업’은 정보통신부 산하의 한국전산원에서 추진 중인 국가지식정보자원 통합검색시스템사업의 한 부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의학 연구원이 여기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 한의학연구원 : 현재 한국전산원의 정보화 사업은 크게 역사철학, 문화예술, 과학기술, 산업기술, 정보통신의 5개 분야로 나누어져 있으며 한의학 분야는 과학기술 분야에 속해 있습니다. 한의학 분야의 정보화사업이 추진된 중요한 동기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지적재산권 협상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지적재산권은 지금까지 선진국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형태로 존재했습니다. 최근 중·후진국의 지적재산권, 특히 전통지식과 유전자원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가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현재 여러 나라가 협상을 준비 중인데, 아직 구체적인 보호 법률, 국제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는 않지만 전통지식에 대한 체계적 데이터베이스(DB)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한의지식정보자원 디지털화 사업‘이 추진되었습니다.

■ 1차 및 2차 사업에서 중점적으로 진행된 내용은 ‘고서의 데이터베이스화’라고 알고 있습니다. 현재 웹서비스되고 있는 의서들은 주로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고서입니다. 하지만 한국 한의학에 큰 영향을 미친 의서들중에는 중국 의서들도 많습니다. 현재 고서의 선정 기준과 앞으로 새롭게 데이터베이스화할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 인력이나 예산의 한계 때문에 모든 지식자원을 일시에 정보화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진행되는 사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우리나라의 전통의학지식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자료선정의 첫번째 기준 역시 한국의 고의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국내 및 국외에서 구하기 힘든 희귀 자료의 보존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중국 문헌의 경우 한국에서 중요하게 여겨왔던 고문헌들은 동양 의학의 공동 자산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내경 등의 한의학 고전의서, 옛날 의과시험에 포함되어 있던 의서 등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자료들은 최대한 데이터베이스에 포함시킬 예정입니다.
올해 사업에서 더 추가될 목록은 일본에서 구한 조선통신사절의 자료를 비롯해 절판본·희귀본·일제시대의 잡지 등이 있습니다. 계속 자료를 수집 중에 있지만 고문헌만으로는 추가분량에 한계가 있습니다. 앞으로 한의과대학 및 학회를 비롯한 전한의계에서 사업에 공동참여하여 자료들을 발굴하고 정보화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까지 모은 자료만 놓고 보면 다른 분야보다 양이 많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서비스가 되고 있는 고문헌만 해도 일반적인 백과사전 분량보다 많고 해제까지 더하면 적지 않은 양입니다. 이 자료들이 한국 한의학의 전문적인 자료임을 생각할 때 양의 단순비교로만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작년 사업평가 결과 한국전산원 전체 사업 중 5위를 차지했습니다. 처음 시작된 사업인 점을 감안할 때 고무적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발표하신 내용을 보면 국가지식정보자원 사업에서 독립해 ‘한의학 종합정보센터’로 발전될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한의학 종합정보센터’로 발전하기 위한 선결과제는 무엇이고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 이 사업이 처음 시작된 2003년의 예산은 7억 5천만원 정도였습니다만 올해는 두 배 정도로 커졌습니다. 다른 분야의 예산이나 사업 규모가 훨씬 크고 대부분의 사업들이 이전부터 진행되던 분야였던 점을 감안하면 사업 첫해에 사업평가결과 5위를 차지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기는 합니다. 구체적인 평가기준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한의학 분야는 상대적으로 지식의 가치가 높다는 점, 정보화 진행정도가 미비한 분야라는 점, 그리고 큰 무리 없이 실질적인 웹서비스까지 1차 연도에 이루어냈다는 점이 좋은 점수를 받게 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독자적인 정보센터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현재보다 정보의 양이 더 광범위하게 필요합니다. 고의서도 아직 보충되어야 할 것들이 많지만 한의학지식정보자원이라는 사업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정보의 대상이 고서에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외에도 문자화되지 않은 치료 기술, 진료 모습, 의학문화 등 한의학 내지 보건복지에 관련된 지식자원을 집대성해내고, 음성이나 영상 등의 새로운 미디어를 이용한 정보화 기술이 개발되면 정보의 양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둘째로 정부 부처 및 유관단체, 그리고 한의계에서 한의학 분야의 정보화 사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야 합니다. 지난해에 96개 사업 중 5위를 차지하는 평가를 받았지만 한의학의 잠재가치를 볼 때 만족스러운 결과만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단지 이 사업이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정도로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후의 사업에 대한 평가가 더 중요합니다.
한의학의 특성상 한국전산원 산하의 사업으로만 국한하기도 힘들고, 한의학연구원만의 독자적인 사업으로 진행하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앞으로 보건복지부 등 여러 정부부처의 지원과 한의계의 협조를 통해 독자적 종합정보센터로 발전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한의학정보센터 구상도 참조>

■ 이번 사업은 한의학이라는 전통지식과 정보기술(IT)을 결합시킨 점이 특별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의학의 정보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 사업의 특징과 의의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 현재 진행되는 사업의 정보화에서 중요시되는 점은 표준화, 자동화, 평준화입니다. 표준화란 기술적 표준화뿐 아니라 정보자체의 물리적 형태의 표준화 등이 있습니다. 자동화란 입력, 검색 등의 과정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평준화란 게임이나 멀티미디어분야 이외의 정보화 수준이 낮은 분야에도 정보기술을 확산시키자는 것입니다.
한의학의 정보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표준화에 있습니다. 앞으로 사업이 발전해서 한의학연구원의 데이터베이스가 한의학 정보의 중심이 된다면 서지정보와 자료출전을 표준화하는 효과가 기대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처방, 병증 등의 표준화까지 확대되면 활용도가 더욱 올라갈 것입니다.
또한 적용기술의 표준화를 통해 정보공동 활용체제도 확립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사업내의 한의학 정보에 대해 주제 분류를 표준화했습니다. 현재까지 한의학의 주제분류는 경험방 내지 문헌에 나오는 병증별 분류를 취하고 있어서 병증과 부위에 따른 분류법이 혼재되어 있었습니다. 본 사업에서 우선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고문헌 분야는 14개의 주제로, 치료기술은 8개의 주제로 분류하여 최초로 표준화된 주제분류 시도했습니다.
앞으로 한의학 용어 표준화 및 처방 및 병증에 대한 표준화 체계도 연구되어야 할 것이고, 치료기술 역시 체계적으로 재분류될 계획입니다.

■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것에 대한 활용이 중요한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현재도 인터넷상에서 웹서비스가 되고 있습니다만 검색이나 기타 서비스의 현황은 어떻습니까?

□ 검색의 질은 자동화의 정도에서 결정됩니다. 자료의 표준화를 통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제가 확립이 되고 검색 기능이 자동화되면 검색 수준이 올라가게 됩니다. 현재는 “薑”을 검색하면 干, 姜 등의 이음동의어는 검색이 되지 않고 있지만 2차 사업이 끝나고 유의어 사전 체계가 완성되면 이런 문제는 해결될 것입니다. 현재 데이터베이스의 내용 검색 뿐 아니라 한의학 연구원의 전자도서관에 저장된 학위논문이나 소장 자료를 함께 검색할 수 있는 메타검색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 사업이 진행될수록 그에 따른 기대효과도 커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웹서비스로서 발전할 수 있으려면 많은 조회수와 한의학 산업의 활용도가 높아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한 유료화계획이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새로운 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 지식정보사업의 유료화는 한국전산원이 주도하는 사업 전체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수익성을 고려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식정보사업을 유료화하려면 웹서비스에서 제공되는 내용이 민간 포탈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한의학 분야는 다른 분야들에 비해 이런 요구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의학연구원에서 추진해온 정보화 사업은 우선적으로 한의학의 발전에 이용될 수 있도록, 한의학 전문가들을 위한 내용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대중들이 이용할만한 서비스는 당분간 대한한의사협회의 홍보자료나 검증된 건강상식 자료 정도에 그칠 것입니다.

■ 지난해 한의학연구원에서 추진한 ‘한약처방조사기록집’이 공개될 때 전문적인 한의학 지식을 누구한테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번 사업의 서비스에서도 이런 문제가 야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입장과 개선점을 묻고 싶습니다.

□ 기본적으로 국가가 주관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서비스 대상에 제한을 두기 힘듭니다. 물론 정보자원이 저자나 공급자의 의도와 다르게 이용될 여지가 있지만 정보공개 자체가 가지는 의미도 큽니다. 오히려 한의계가 이 정보를 어떻게 활용해 나가느냐는 한의계의 몫입니다. 일부 임상지식은 대중에게 공개될 때 오히려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정보는 전문인에게만 제공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연구 중입니다.

■ 사업의 성격상 국제적인 경쟁이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이나 제3세계의 현황은 어떻습니까? 우리나라에서도 천연물과학연구소에서 동의보감 DB를 완성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연구소와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 WIPO 지적재산권 논쟁의 성격상 중·후진국들은 서로 경쟁관계라기 보다는 선진국에 대항한 협력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전통의학을 가진 나라 가운데 중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전통의학 DB 양은 엄청나며 그와 관련된 제도나 법률도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볼 때 중국 DB의 질은 그렇게 높게 평가받고 있지 못합니다. 양은 적은 편이지만 우리나라의 DB도 높은 질이라면 경쟁해 볼만 합니다.
천연물과학연구소의 동의보감 DB는 최근 그 판권이 미국의 연구기관에 팔렸습니다. 최소한 한의학과 관련된 전통지식은 한의학연구원에서 책임지고 담당하는 게 우리나라나 한의계를 위해서 바람직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정보화사업을 진행하면서 한의계에 바라는 점이나 필요한 지원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 우선은 사멸되거나 구하기 어려운 자료를 소장하고 계신 분들의 자료제공이 많았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자료 수집도 각 학회나 대학에 계신 교수님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둘째로 한의사나 한의학 연구자들이 많이 이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DB가 많이 이용되어야만 다시 피드백이 생기고 사업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한의사제도가 만들어진 이래로 이렇게 엄청난 양의 정보를 국가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제공한 적이 없었습니다. 정부출연 연구원이 한의계에 이바지할 수 있는 큰 혜택이기도 합니다.

■ 오랜시간 토론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차 연도 사업도 성공적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겠습니다.

정리 = 장욱승·김종오 편집위원


한의학지식정보자원 디지털화 사업배경

선진국들은 전통의학지식과 유전자원 등에서 만성질환, 난치성 질환의 해결책을 찾고자 하였고 이는 많은 경제적인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정작 전통지식과 유전자원을 풍부하게 가진 제3세계 국가들은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되어 선진국 중심의 지적재산권에 문제를 제기하게 되었다.
한 예를 보자. 인도의 전통의학 Ayuveda에서는 예전부터 Neem나무를 주요한 약재로 활용하여 왔다.
이러한 Neem나무에서 추출한 여러 물질에 대해 미국 등의 선진국 제약회사들이 각종 국제특허를 취득한데 이어 인도 토착민들이 전통적인 방법으로 Neem나무에서 제품생산 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압력을 가하게 되었다.
이에 인도 방갈로에서 대규모 항의시위가 있었고 전 세계가 지적재산권을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WIPO는 기존의 지적재산권의 틀 속에서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선진국과 전통지식 및 유전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제도를 만들자는 개도국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의학의 경우 이미 WIPO에서 중국이 원천기술과 원천지식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우리는 중국의 전통의학과는 다른 우리만의 차별적인 특징이 있음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 근거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의학지식정보사업은 이처럼 전통지식의 보호라는 소극적인 측면에서 시작했지만 향후 국가경쟁력을 높여서 국가경제와 산업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해가고 있다.
현재 지식정보자원사업에는 조선왕조실록 데이터베이스를 비롯하여 고려사, 삼국사기 등을 개발한 한국학 전문업체인 솔트웍스와 한의학대사전, 향약집성방 등 13종의 한의학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비롯한 72종의 한국학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한 누리미디어가 참여하고 있다.
두 회사의 전문가 25명과 한의계의 전문가 8명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그 외에 DB 작업자 178명이 각각 고전문헌, 치료기술 텍스트와 용어사전, 시소러스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김종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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