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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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숲
  • 승인 2004.08.2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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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는 기억 속에 숨어있다

‘인간의 기억이란 얼마나 주관적이며 자의적인가’
‘거미숲’은 주인공이 실제 일어났던 사실과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과의 사이에 혼란을 거듭하면서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미스테리 스릴러물이다.

영화는 불륜 관계였던 남·녀의 시체가 발견되고, 여자와 또 다른 내연 관계에 있던 강민(감우성)이 범인으로 몰리면서 시작한다. 관객이 영화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강민의 기억. 강민에 의해 편집된 기억뿐이다.

강민을 통해서 인간의 기억이란 것은 사실에 근거를 두기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재가공된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반면 대개의 인간은 자신의 기억을 진실로 받아들인다. 결국 진실은 자의적으로 변형된 진실일 뿐이다.

‘거미숲’의 기둥은 강민이 제공하는 기억을 바탕으로 살인사건의 전말을 추적하는 것이지만, 한 편으로는 강민의 왜곡되고 소실된 기억의 진실을 밝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이성을 자극하는 영화다.
이와 비슷한 영화로 ‘메멘토’ 등 몇 개의 영화가 떠올려진다. 따라서 신선한 소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음울하고 슬픈 미장센으로 독특한 분위기 연출이 뛰어나다.

‘미스터리 극장’의 강민 PD는 사랑하는 아내를 비행기사고로 잃은 상처로 인해 삶의 중심도 잃어버렸다. 어느 날 한 여자로부터 유령이 나온다는 거미숲에 관한 제보를 받고 취재를 떠난다. 제보자는 낡은 사진관 주인 수인(서정). 그녀는 거미숲에 얽힌 비밀을 들려준다.

한편 강민은 새로 사랑하게 된 여인의 불륜현장에서 여자와 상대남자를 죽인 살해범을 쫓다 정신을 잃는다. 혼수상태에서 14일만에 깨어난 강민은 친구 최 형사와 살인범을 찾기 위해 사건이 벌어진 거미숲을 다시 찾아간다.

하지만 다시 찾은 사진관은 문을 닫은 지 오래고, 그곳 초등학교의 기록을 뒤졌으나 수인은 이미 오래전에 죽은 사람이었다.
그에게 거미숲에 관한 제보를 하고, 비밀을 알려준 사람은 누구이고, 또한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누구일까?

깊은 상처로 슬픔에 젖은 채 우울한 거미숲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주인공역의 감우성의 연기가 눈여겨볼만 하다. (9월 3일 개봉)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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