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16] 太平惠民和劑局方
상태바
[고의서산책216] 太平惠民和劑局方
  • 승인 2004.09.03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天下를 뒤져 만든 名醫 禁方

우리가 통칭 ‘和劑局方’이라 부르는 것은 宋代 陳師文 등이 왕명을 받아 교정하여 엮은 『太平惠民和劑局方』을 일컫는다. 일찍이 徽宗은 天下高手의 得效秘方을 채집해 올리라 명하여 太醫局에서 여러 차례 시험을 하게 했는데 이것의 摹本이 여러 경로를 거쳐 전해져 온 것이다. 『사고전서총목제요』에서는 이 책이 ‘神宗때 만들어진 舊本(太醫局方)을 교정한 것이다’라고 하였지만 『醫籍考』에서는 두 책이 서로 전혀 다른 책으로 提要의 오류라고 변증하였다.

그 뒤 송나라 말기인 1208년에 許洪 등이 다시 주석을 달아 편찬하였는데, 이것이 『增註太平惠民和劑局方』이다. 이번에 새로 발견된 조선판본은 版心題가 ‘和劑方’으로 되어 있고 上下黑魚尾에 半黑口本이어서 임진왜란 이전에 간행된 판본임이 분명하다. 현전본은 卷之六 零本 1책으로 내제지로부터 4장이 떨어져 나간 欠本이다. 원본은 10권 6책 혹은 10권10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부록으로 『增廣太平惠民和劑局方指南總論』 3권이 함께 간행되기도 하였다.

『四庫全書』에 수록된 提要에 보면 아주 의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우리가 잘 아는 牛黃淸心丸의 경우, 29가지 약물로 되어 있는데, 寒熱한 藥性이 마구 뒤섞여 있어 처방 구성이 명료하지 않다. 일찍이 명의 한 사람이 이를 보고서 말하기를 앞 쪽의 몇 가지 약재로부터 蒲黃까지면 족하고 乾山藥 이하 21가지는 補虛門의 山芋丸의 처방이다. 당시 어찌된 연유인지는 몰라도 淸心丸 뒤쪽에 잘못 붙어 그 뒤론 고쳐지지 않은 채 따라 다닌다고 하였다. 이는 岳珂의 정史를 인용해 한 말로 이 이야기는 진즉 20여 년 전에 필자가 사숙한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바 있었지만 이제야 다시 한번 돌이켜 보니 새삼 감회가 새롭다.

이에 대해 『사고전서』의 總纂官 紀윤(기윤), 陸錫熊, 孫士毅 등은 역대로 전해져온 禁方[비방] 중에 이런 것이 많이 있을 듯 하나 딸꾹질이 난다하여 음식을 끊을 수는 없는 일이니 쓰는 사람이 편견을 갖지 말고 자세히 살펴야 한다고 평하면서 결정을 미루고 있다.

여하튼 이 책 속에는 1천년 가까이 사용해온 絶世의 名方들이 들어 있는데, 얼마나 유행했던지 丹溪 朱震亨이 『局方發揮』에서 『화제국방』의 폐해를 지적한 이후 주로 金元의학자들의 주요 성토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여기 수록된 778방은 궁중 납약의 원조격으로 매년 납월에 1년분을 제조하는 태의국의 상비약으로 사용되었을 만큼 좋은 약으로 정평이 날만한 제조약 처방들이다.

조선판본으로는 단종 이전에 의과고강서로 사용되었던 조선초기 간행본과 갑진활자본, 목판본, 후대 지방판 번각본 등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되었으나 대부분 일본에 소장 중이거나 기록에 의거한 것이어서 국내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攷事撮要』 八道冊板에는 공주, 해주, 영월, 금산, 선산 등에 판목이 있다고 하였으니 조선 팔도 여러 지방에서 인출하여 두루 통용했음을 알 수 있다.

조선판은 10권6책으로 되어 있으며, 별도로 序目과 指南總論 3권이 붙어 있다고 하였다. 『의방유취』에는 다량의 ‘화제국방’ 인용문이 수록되어 있으며 『향약집성방』에도 역시 여러 조문이 인용되어 있다. 뿐 만 아니라 內醫院에서 제조하는 臘藥의 대부분이 이 책에 의거하여 제조한 것이다. 실제 이 책에는 각 처방의 약재마다 수치법과 분량이 까다로울 정도로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으며, 許洪의 주석에는 여기에 일일이 약성, 주치와 주석, 그리고 君臣佐使의 분류가 白文으로 기재되어 있어 매우 세밀하게 연구된 내용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우황청심원이 아니라도 우리가 흔히 쓰는 처방 중에 消風散, 烏藥順氣散, 人蔘敗毒散, 五積散, 香蘇散, 蔘蘇飮, 對金飮子, 不換金正氣散, 藿香正氣散, 平胃散, 三和散, 蟠蔥散, 雙和湯, 靑娥丸, 淸心蓮子飮, 獨活寄生湯, 人蔘養榮湯, 鹿茸大補湯, 八正散, 導赤散, 四物湯, 半夏茯영湯 등 주옥같은 명방들이 수록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麝香蘇合香丸, 溫白丸, 金液丹, 凉膈散, 抱龍丸, 紫霜丸 등 가정상비 구급용 환산제 처방이 수록되어 있어 마치 규격처방집 같은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