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불명 난임의 한의약 치료, 전향적 관찰연구 의의…추가 연구 지속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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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불명 난임의 한의약 치료, 전향적 관찰연구 의의…추가 연구 지속돼야”
  • 승인 2020.01.30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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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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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준영 꽃마을한방병원 원장

“해외에선 효과 높이기 위해 침치료 등 한방치료 병행…중증 난임환자 치료 위해 협진 必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저출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지난해 말 한의계에서는 ‘한약(온경탕과 배란착상방) 투여 및 침구치료의 원인불명 난임치료 효과 규명을 위한 임상연구’라는 과제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선보였다. 하지만 양의계에서는 이 연구에 대한 비판을 지속했고 지난달 26일 국회에서는 남인순, 염동열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주관한 ‘한의약 난임치료 연구 관련 토론회’까지 열렸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조준영 원장(꽃마을한방병원 한방부인과)에게 이 연구의 의미와 양의계가 비판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지난번 토론회의 주제가 되었던 연구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를 해달라.

한약(온경탕과 배란착상방)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 및 안전성, 경제성 규명을 위한 임상연구인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과제로 동국한의대 김동일 교수님이 연구책임자로 수행된 연구다.

이 연구의 목적은 한약 투여 및 침구치료로 구성된 한방종합치료의 난임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규명하고, 한방난임치료의 비용을 분석해 최종적으로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 안전성, 경제성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다.

임상연구 참가자들에게는 한약 복용과 침구 치료를 병행해 4개 월경주기 동안 치료를 하고 3개 월경주기의 관찰기간까지 총 7주기 동안 임신결과를 관찰한 후 임상연구를 종료했다. 월경예정일로부터 7일 경과 후에도 월경이 나오지 않을경우 확인 작업을 거쳐 임신이 확인될 경우 배란착상방을 15일 간 추가 복용시켰으며 12주까지 임신 유지 여부를 확인하고 분만 후 출산 결과 및 기형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그 결과 임상적 임신율은 14.44%(13명), 착상률 14.44%, 임신유지율 7.78%(7명), 생아출산율 7.78%의 성과를 거뒀다.

이번 연구에서 비교적 높은 유산율(자연유산 5명, 자궁외 임신 후 종결 1명)을 보였는데 이는 대상자의 연령이 높고 선행치료 경험이 많아 상대적으로 가임력이 저하된 대상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번 연구가 RCT(Randomized controlled trial,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서 의견과 근거가 부족해서 지원이 불가하다고 주장하는데. 양방은 원인불명 난임에 대한 연구들이 많이 있나.

원인불명 난임 분야에 있어서 무작위 대조군 연구는 전세계적으로도 굉장히 드물게 수행되고 있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플라시보 군에 배정이 될 수도 있는데 ‘나는 빨리 치료 받아서 임신 하고 싶은데, 내가 가짜약을 먹을 수도 있다니...’하면서 환자들이 플라시보 군(대조군)에 배정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나이가 많거나, 난소기능이 떨어져 있는 여성들, 난임기간이 긴 여성들 같은 경우에는 시간에 쫓기는 경향이 더 있기에 본인이 플라시보 군(대조군)에 배정되면 임신이 되는 것이 지체될까봐 연구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니, 연구대상자를 모집하기가 어려워 연구자체가 수행되기가 힘들다. 또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는 대개 비용이 많이 들고, 다른 연구들에 비해 더 많은 자원들이 필요하다. 시간적인 제약도 따른다.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시술이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가능한가.

시술을 받지 않는 대조군과 비교하는 연구만 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최근까지만 해도 원인불명 난임에 있어서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시술이 기대요법(Expectant management)에 비해 효과가 좋다는 근거가 부족했다. 그런 이유로 수행된 연구가 있었다. 그 결과는 2018년 Lancet 이라는 저널에 발표된 바 있다.

기대요법이라 함은 배란기에 부부관계를 격려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공수정과 기대요법을 비교한 연구는 드물어서 이 연구결과 역시 주목을 받았는데 그 결과 기대요법을 3개의 월경주기 동안 한 경우 누적 생아출생률이 9%다. 그에 반해 인공수정 3주기 동안의 누적 생아출생률은 약 31%로 나와 자연임신이 잘 안될 것으로 예측이 되는 불량한 예후를 보이는 원인불명 난임 여성에 있어 과배란을 통한 인공수정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시술이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이처럼, 원인불명 난임 치료에 있어서 인공수정 시술의 근거가 부족했기에 추가적인 연구가 수행됐고, 그 결과 인공수정 시술의 근거가 어느 정도 생성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난임시술 보고서들을 보면 인공수정의 50~75%가 원인불명 난임이라고 되어 있고, 시험관아기시술의 약 49%가 원인불명 난임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술들은 벌써 10여 년 이상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시술됐고, 2년 전부터는 건강보험으로 지원이 되고 있다.

지난 10여 년 간 근거가 충분해서 지원이 되고 있었던 것일까?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그렇지 않다. 원인불명 난임 치료에 있어서 그동안은 근거가 불충분한 인공수정과 시험관아기시술에는 많은 비용을 써왔는데도 불구하고, 한방난임치료는 근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이제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시술과 기대요법을 비교한 연구들이 발표됨에 따라 그 근거들이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방난임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한 것이다.

 

▶이번 연구의 임신율이 14.4%로 낮다는 지적도 있다.

어떤 치료를 했을 때 임신성공률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대상자의 특징이 동등한 대조군이 있어야 하는 것이 맞다. 그 이유는 다른 연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난임 환자들도 경증의 난임이 있고, 중증의 난임환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20대 중반의 과거력이 없고, 난임기간이 1년, 배우자가 정액검사가 정상인 경증의 난임환자들을 모집해서 시험관아기시술을 한다면 1년 동안의 누적 임신성공률이 50%가 넘는다. 하지만 40대 초반, 난임기간이 5년인 중증의 난임환자들을 모집해서 시험관아기시술을 한다면 1년 동안의 누적 임신성공률이 20%가 되지 않는다.

이처럼 난임치료의 임신성공률은 대상자의 특징(여성의 나이, 난임기간, 배우자의 정액상태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또한 IVF시술에 많이 실패한 사람일수록 예후가 더 안좋은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번 연구에 참여한 90명 중 IVF에 실패한 사람이 38명이었다고 한다. 양방에서 주장한 원인불명 난임 여성의 6개월 누적 임신율이 20~27%라고 말한 연구 논문은 경증의 난임 여성들을 모집해서 관찰한 연구이기 때문에 그렇게 성공률이 높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번 보건복지부에서 원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들을 연구책임자로 하여 지자체 한의약 난임부부 지원사업 대상자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3~6개월간의 한의약 난임치료의 임상결과 즉, 임신율(또는 임신성공률)은 25%~30%로 추정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한방난임연구는 4개월 치료, 3개월 관찰기간 동안 14.4%에 불과했다. 왜 이런 차이가 났을까? 가장 큰 이유는 연구대상자들이 자연임신이 더 어려운 사람들(여성나이, 난임기간, IVF실패 과거력 등) 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의약 난임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언한다면.

이번 한방난임치료 연구는 최초의 전향적인 관찰연구라는데 그 의의가 있다. 이제 막 연구의 시작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 연구로 치료의 ‘효과가 입증됐다’ 혹은 ‘양방시술보다 낫다’ ‘못하다’는 결론은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더 다양한 한의약 치료 방법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들이 수행되어야 한다.

또한, 한의약 난임치료는 자연임신을 가능하게 도와주는 치료로써 그 장점이 있다.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아기 시술을 권하는 시대에 자연임신의 가치를 잃지 않게 도와주는 인간적인 치료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경증의 난임 환자들은 한의약 난임치료를 1차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중증의 난임 환자 역시 한방 단독 혹은 양방 단독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외국에서도 IVF의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해 침 시술을 병행하는 것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시행되고 있다. 중증의 난임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한양방 협진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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