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우수한약재 정착 방안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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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우수한약재 정착 방안은 무엇인가?
  • 승인 2004.09.0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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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정보 전 업계 공유만이 해결책
협의체 구성, 수입한약재 기준 결정해야

한약재 문제는 주기적으로 등장해 한의계를 어렵게 만드는 주제다. 그렇지만 매번 대안은 제시되지 않고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는 식이었다. 이에 본지는 한약재 문제를 해결하고 우수한약재가 정착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지난 8월 25일 TV프로 ‘추적 60분’을 통해 한약재 관련 보도가 있은 후 더 이상 이러한 일이 반복돼서는 안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게 나오고는 있다. 그러나 이것이 실천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상투적인 주장만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방송이 나간 후 한의협은 한약재 유통에 만 한정됐고, 다른 언론이 모방보도 하거나 유사한 보도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다행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그리고 한약재 오염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방안을 정부 당국에 촉구했다. 한약도매협회 등 한약관련 단체들도 이번 보도를 계기로 자정노력을 강화해 안전하고, 우수한 한약이 유통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관리 강화만으로 해결 못해

한의계는 정부의 관리부족을 한약재 문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삼고 있고 도매상은 품질이 떨어지는 한약재를 수입해 오는 수입업체를 탓한다. 수입업체는 가격이 맞지 않는 물건을 수입해 오면 팔리지 않는 시장을 탓한다.
정부는 기준이 있는데도 이걸 지키지 않는 사람, 특히 한약을 주도해야할 한의사들의 부주의를 지목한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한약규격집에 규정된 내용과 다른 약재가 들어와도 문제삼지 않는 한의사가 문제”라며 “그런 것 하나 하나까지 정부보고 관리해 달라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즉, 한의사가 규정과 다른 한약재가 들어왔을 때 반품을 요구하면 시장은 자연히 정화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한약재 문제는 ‘제도’ 차원이 아니라 ‘도덕’의 문제라며 한의사를 질타했다.
현재 복지부는 한약품질관리제도 운영에 소비자의 참여를 확대시키고, 좋은 약재 공급 추진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반면 한의협의 한 관계자는 KBS 보도와 관련해 “한의계에서 보도된 것과 같은 약을 쓰는 곳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며 방송사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한의계를 흠집내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보도 내용 중 방향이 미흡한 부분도 존재했다. 백강잠을 예로 들 수 있다. 보도된 백강잠은 한 업체가 북한에서 반입해 들어온 약재로 보인다. 북한의 약전에 흰가루병누에(백강잠)는 “흰가루병에 걸려 죽은 새끼누에를 석회석에 파묻어 물기를 없앤 다음 석회를 털어 버리고 햇볕이나 불에 말린다”고 돼 있다. 기술적으로 털어 내도 한약규격집에 나와 있는 산불용성회분 1.0% 이하를 맞추기는 힘들다. 그런데 보도는 회분 즉, 이물질에 초점을 맞추었다. 누에 유충이 백강병균에 감염돼 경직사한 것을 확인했어야 했다.

농약이나 중금속 문제는 관리 강화로 줄어들 수 있다고 해도 한약재의 품질이나 제조상의 문제는 관리 강화만으로 쉽게 고쳐질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한의약법 제정 등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으나 한약재 문제는 촌각을 다투는 것으로 기다리고만 있을 시간이 없다.

■ 한약재 정보가 없다

한약재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는 수요자나 공급자 모두 한약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 탓만 하고 문제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대학에서 배웠고, 한약규격집에 규정돼 있지만 생산 현장과 시장에서 살아 움직이는 약재를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변하고 움직이는 한약재에 대해 소비자인 한의사는 물론이고 업계조차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국내 한약시장은 관행적으로 문제가 없을 만한 한약재를 수입해오고, 판매하면 그만인 것이 됐다.
한약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의계 뿐만이 아니라 한약관련 업계 전체에 산지부터 유통 시장의 현황까지 한약재에 대한 정보가 전달돼야 한다.

문제가 된 시호를 예로 들자. 절단하지 말고 포장해야 한다. 여러 종류의 시호 중 지표물질인 사이코사포닌 함량을 만족하는 종류는 한 종밖에 없다. 이것이 전체 한의사와 업계에 알려져야 한다. 그리고 한의계와 업계가 이러한 약재만을 수입해 올 것을 합의해야 한다. 한약재 수입시 관능검사에서 이러한 기준이 적용되게 하면 문제는 사전에 차단된다. 또 이제까지 업자의 항의에 밀려 봐주기식 검사를 하던 관행도 바로잡을 수 있다. 합의는 상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결정에 따라 한약을 수입해온 업체와 내용을 전체 한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내용은 약재의 품종에서 지역 그리고 제조방식, 특징 그리고 이러한 결정을 하게된 원인까지 구체적이어야 한다.
이것은 소비자인 한의사에게 정보가 된다. 소비자가 바른 정보를 갖고 있을 때 시장은 변하기 마련이다.

한의계는 이를 주도할 장치를 이미 갖고 있다. 내용만 채우면 된다. 11개 한의대 본초학교실에서 1년에 5가지의 약재만 연구하면 현 시장에서 한의사가 요구하는 상용 약재의 기준은 쉽게 잡힌다. 그리고 한의협은 업계와 계속된 합의를 이어 나가면 한약재는 짧은 시간에 쉽게 바뀔 수 있을 것이다.

한의계의 이러한 노력 없이 업계를 감시하고, 제도만 강화하는 것으로는 법이 정한 최소의 기준인 안전성은 지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수한 한약을 만들어 내지는 못할 것이다. 우수한 한약이 한약시장에서 자리잡지 못하는 한 한의학의 발전은 요원하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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