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二原者에 대하여(05)《구침십이원(영.01)》12원혈(原穴)의 새로운 해석-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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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二原者에 대하여(05)《구침십이원(영.01)》12원혈(原穴)의 새로운 해석-③
  • 승인 2020.02.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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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모

김선모

mjmedi@mjmedi.com


《육절장상론(소.09)》천사인이오기, 지사인이오미(天食人以五氣, 地食人以五味)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황제내경》은 하늘로부터 받는 양(陽)-에너지 오기(五氣)와 땅으로부터 받는 음(陰)-에너지 오미(五味)를 통해 생명을 유지하는 존재임을 천명하고 있다. 질병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정상적인 에너지흐름의 이상(異常)을 말한다. 따라서 구비(口鼻)를 통한 하늘-땅의 에너지-공급과정 이해는 질병치료의 기본전제조건이다. 에너지의 공급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질병을 치료하겠다는 말은 물고기가 물에 산다는 것을 모르고 물고기를 잡으러 가겠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는 우스운 말이다.

침을 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침십이원(영.01)》의 저자는 여욕물사피독약, 무용폄석, 욕이미침통기경맥, 조기혈기, 영기역순출입지회(余欲勿使被毒藥, 無用砭石, 欲以微針通其經脈, 調其血氣, 營其逆順出入之會)라고 기록하고 있다. 행침(行針)의 궁극적인 목적은 3가지라는 말이다. 첫째는 통기경맥(通其經脈)이다. 막힌 경맥(經脈)을 뚫어서 잘 통하게 한다는 말이다. 두 번째는 조기혈기(調其血氣)다. 어긋난 기(氣)와 혈(血)의 조화(調和)를 되찾아준다는 말이다. 셋째는 영기역순출입지회(營其逆順出入之會)다. 영위(榮衛)의 승강출입(升降出入)을 바로잡아 준다는 말이다. 그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침을 놓는 이유는 이 세 가지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음을 단언(斷言)하고 있는 것이다. 《동의16형인. 권건혁저》

《구침십이원(영.01)》이 밝히고 있는 행침(行針)의 목적은 막힌 경맥(經脈)을 뚫고 기(氣)와 혈(血)을 조화(調和)시키며 영위(營衛)의 승강출입이상(升降出入異常)을 바로 잡아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경맥(經脈)의 정상경로, 기(氣)와 혈(血)의 성쇠(盛衰), 영위(營衛)의 운행경로를 알고 있는가? 행침(行針)을 하면서 경맥(經脈)의 경로도 알지 못하고, 경맥(經脈)을 흐르는 영위(營衛)의 정상(正常) 승강출입(升降出入) 기전(機轉)도 알지 못한다면 하루 수백, 수천번의 자침(刺針)을 한들 무슨 병이 제대로 나을 것이며 설령 나았다는 낭보(朗報)를 들었다한들 무슨 보람이 있겠는가. 낚시대만 흔든다고 물고기를 잡는 것은 아니다.

생명(生命)의 들숨 날숨 풀무질은 천지(天地)-에너지를 우리 몸으로 쏟아붓고 있다. 천지(天地)-에너지의 출입을 통해 인간의 생명이 유지된다. 《황제내경》에서 밝히고 있는 진인(眞人)으로의 궁극적 목표는 진식(眞息)을 통한 천지-에너지출입 효율성의 극대화에 있다.

《상고천진론(소.01)》은 진인(眞人)의 호흡, 즉 진식(眞息)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上古有眞人者, 提挈天地, 把握陰陽, 呼吸精氣, 獨立守神, 肌肉若一。故能壽敝天地, 無有終時, 此其道生。

무유종시(無有終時)의 종()은 죽다1)는 뜻이다. 따라서 이는 불사(不死)를 뜻한다. 불생불사(不生不死)를 말한다. 불멸성(不滅性), 영원성(永遠性)을 가리킨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영원무궁의 둥근 원을 가리킨다. 중인(衆人)은 누구나 유시유종(有始有終)의 탄생의 시작과 죽음의 종말의 직선상에서 윤회하지만 진인(眞人)은 생사종시(生死終始)의 굴레를 벗어난 불생(不生), 불멸(不滅)의 영원한 존재임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능수폐천지(能壽敝天地)는 천지와 더불어 운명을 같이한다는 뜻이다. 우주와 하나가 되었으며, 존재계 전체와 하나가 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위기행. 권건혁저》

중인(衆人)의 호흡에서 진인(眞人)의 호흡으로의 도달목표는 천지(天地)-에너지 출입에 따른 유실률을 낮추는데 있다. 유실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출입경로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전제이다. 《영추》1편의 제목이 구침(九針)과 12원(原)을 합친 〈구침십이원(영.01)〉인 것은 행침(行針)의 첫걸음은 12원(原)의 이해로부터 출발해야한다는 저자의 의도인 것이다.

십이원자, 오장지소이품삼백육십오절기미야(十二原者, 五臟之所以稟三百六十五節氣味也) 365개 기혈(氣穴)의 음양(陰陽)-에너지는 12원혈(原穴)을 통해 오장(五臟) 속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즉, 오장(五臟)은 12개의 원혈(原穴)을 통해 음양(陰陽)의 에너지를 공급받는다는 뜻이다. 지난 시간 살펴본 바와 같이 본 문장의 앞 뒤 문장 “오장유질, 당취지십이원(五臟有疾, 當取之十二原)”과 “오장유질야, 응출십이원, 이원각유소출, 명지기원, 도기응, 이지오장지해의(五臟有疾也, 應出十二原, 而原各有所出, 明知其原, 睹其應, 而知五臟之害矣)”은 알맹이 오장(五臟)의 질병을 구각(軀殼)의 혈(穴)인 12원혈(原穴)을 통해 ‘진단(診斷)’할 수 있고 ‘치료(治療)’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정리하면 12원(原)을 통해 오장(五臟)으로의 에너지 공급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12원(原)을 통해 오장(五臟)의 상태를 들여다 볼 수 있으며 오장(五臟)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인 것이다.

〈구침십이원(영.01)〉의 저자는 생명에너지의 샘물인 12원(原)을 통해 끊임없이 365절(節)의 기미(氣味)가 오장(五臟)으로 쏟아 부어지고 있으며 오장(五臟)의 병변은 12원(原)의 창문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이는 12원(原)의 문(門)은 오장(五臟)을 향해 열려 있는 동시에 오장(五臟)의 문 또한 원혈(原穴)을 향해 열려 있다는 말이다. 365혈(穴)과 오장(五臟)으로의 연결은 오직 12원(原)의 다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오장(五臟)에너지-공급원으로서 12원(原)의 역할은 지난 수천년동안 무시되고 배제되어 왔다. 오장질병(五臟疾病)의 진단(診斷)과 치료혈(治療穴)로서만 인식되었던 12원(原)은 정작 오장(五臟)으로의 생명-에너지 공급처라는 가장 근원적인 역할을 잃어버림으로써 그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린 것이다. 12원(原)을 통해 오장(五臟)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도 오장(五臟)을 향해 365절(節)의 생명 에너지가 12원(原)을 통해 쏟아 들어간다는 전제 없이는 무의미한 일이다. 근거(根據)없는 진단(診斷)과 기전(機轉)을 알 수 없는 치료(治療)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경전(經典)은 때때로 과감한 생략을 통해 독자를 당황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구침십이원(영.01)〉은 12원(原)의 에너지 공급처로서의 역할에 대해 생략은커녕 품(稟)이라는 노골적인 글자를 통해 입(入)-방향성을 명백히 표현하고 있다. 단 하나의 글자이지만 노골적인 함의(含意)를 가진 품(稟)은 오히려 12원(原)의 근원적인 역할을 함축(含蓄)시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12원(原)의 에너지를 받은 오장(五臟)의 반응(反應)을 표현한 출(出)을 다수 사용한 것은 근원(根源)은 하나요. 변화(變化)는 다수(多數)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근원으로서의 역할인 입(入)-방향성의 표현은 하나인 반면 그 반응의 진단(診斷), 치료(治療)로서의 역할인 출(出)-방향성의 표현이 다수(多數)인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이기도 하다. 그런 경전의 의도는 무시하고 입(入)의 명백한 표현은 본체만체 버려 버리고 출(出)의 의미만 해석한 것은 천지지정기(天地之精氣)의 에너지의 출입(出入)에 대한 몰이해(沒理解) 때문이다.

〈구침십이원(영.01)〉의 전반적인 문장들이 기록하고 있는 12원(原)의 진단(診斷), 치료혈(治療穴)로서의 방향성에 몰입(沒入)되면 정반대 방향성인 품(稟)을 해석하여 12원(原)의 본의(本義)를 이해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황제내경》 저자가 《영추》의 1편으로 〈구침십이원(영.01)〉을 저술한 목적을 이해하였다면 12원(原)의 소중한 의미를 저리도 오래 버려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둠 속을 걸어가는 사람의 한 걸음은 불신(不信)과 의혹(疑惑)의 걸음이지만 등불을 가진 자의 한 걸음은 신뢰(信賴)와 확신(確信)의 걸음이다.

〈구침십이원(영.01)〉은 12원(原)이라는 등불을 손에 들려주었다. 손으로 휘휘 저어봐도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어둠속에서 등불은 앞의 한걸음을 비추더라도 고맙다. 디디는 한걸음 한걸음이 전(前)! 진(進)!이니까.

 

김선모 / 반룡학회

 

각주

1) 동아한한대사전 p.1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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