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학캠페인] 한약 문화를 바꾸자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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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학캠페인] 한약 문화를 바꾸자③
  • 승인 2004.09.0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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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호막 안에 허약해진 우리 약재
경쟁력 있는 약재 선택, 집중 개발해야
수급조절제도 15년, 한약재 육성과는 별개

□□□ 국산 한약재와 수급조절 제도 □□□

■ 농산물 시장 개방, 빈 공간에 한약재를…

쌀 등 농산물시장이 완전 개방됐을 때 우리나라의 농업은 어떠한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값싸고 품질도 크게 뒤지지 않는 외국산 농산물이 아무런 장벽 없이 밀어 닥쳤을 때 우리 농촌이 얼마나 버티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우리나라의 농업도 업체가 주도가 된 기업농 형태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생산품목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경쟁력 있고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차별화 하는 방향으로 대폭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곡물의 생산이 줄어들면 그 공간을 한약재로 대신하는 것을 연구하고 있다.
1990년 1만9,404톤이었던 한약재의 국내 소비량이 2000년에 8만8,411톤으로 급증한 것을 볼 때 국내 한약재 생산 육성은 수입한약재를 대처할 가능성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1990년 3,418톤이었던 우리나라의 한약재 수출량은 1999년까지 계속 떨어졌다. 그러나 2000년에 1996년 주준인 1,054톤으로 회복됐으나 우리나라 한약재 수줄이 신장세로 돌아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한약재 재배 현황도 1995~96년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추세를 반전시켜 한약재 재배를 증가시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한약재를 재배하는 농가 수는 94년 6만9천여 호에서 2003년 3만6천여 호로 줄어들은 것으로 조사돼 있다.

이유는 국산 한약재 소비가 감소하고 있는데다가 수급조절 품목마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수급조절 품목은 현재 당귀·황기 등 21종이 남아 있다. 그 중 하수오·창출·적작약은 지난 3월 대상품목에서 제외한다고 입법 예고 돼 고시만 남겨둔 상태다.

수급조절제도는 1989년 70종 한약재를 대상으로 한 탄력운영제도로부터 시작된다. 이 제도는 이후 1995년 한약재 수급 및 유통관리규정을 제정하며 정식화 됐다. 품목은 1993년 43개로 대폭 축소되고, 1999년에는 26종으로 감소됐다.
내년 말까지 WTO 협상을 마무리져야 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더 이 제도를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보호제도가 약재 부실로

수급조절제도는 한약재 재배 농가와 국산 한약재를 보호하기 위해 시작된 정책이다. 정부 관계자는 수급조절제도가 있어 우리나라 한약재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부분에서는 이 제도와 국산과 수입품을 분리해 관리하도록 만든 제도가 국산 한약재의 경쟁력을 떨어뜨렸고, 저질 한약재 유통을 부채질 시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쳐놓은 보호막 아래 안주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품질의 개량이나 재배 기술의 발전에는 둔감했다. 또 수급조절제도에 따른 수입 금지조치가 해당품목을 식품으로 수입해 산지에서 국산 한약재로 둔갑하게 하는 불법을 낳았다.

수급조절 약재는 국내 생산량이 부족했을 때 해당품목을 수입해 각 단체로 배정하는 것으로 과거 일부에서는 단체 관계자의 이윤을 챙기는 수단이기도 했다. 또 산지에서 이미 수급조절품목을 매입해 놓고 국내에서 압력을 행사해 수입할 수 있도록 했던 것도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수급조절제도 운영을 통해 얻어진 이익이 국산 한약재의 경쟁력 강화나 연구를 위해 쓰여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단지 농민들을 자극하지 않고 조금 더 한약재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만 해 놓은 것이다.

이 제도는 국내 한의학의 발전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미쳤던 것이 사실이다. 원료의약품이 약이라는 차원에서 관리된 것이 아니라 농민을 보호하기 위한 농산물 차원에서 관리된 것이기 때문이다. 한의사는 이 제도로 인해 의약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봉쇄 됐다.

■ 새로운 시대의 시작 - 무한경쟁

국산 한약재를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이러한 장벽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상황에서 무한 경쟁하는 시대로 들어가게 한 것이다.
한약재가 생산되는 세계 전체와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극히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서 다 갖출 수는 없다. 경쟁력도 없는 약재인데도 옛날에 있었다며 이것을 고집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에 맞는 약재를 찾아 중점적으로 육성시켜야 한다.

최근에는 문제가 발견되고 가격경쟁력에 밀려 수출이 둔화돼 있지만 우리나라의 고려인삼은 가능성이 있는 품목이다. 맥문동과 진피 등도 우수성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구기자, 산수유, 오미자 등 열매 약재들은 충분히 국제 경쟁력 있는 약재로 키워나갈 수 있다. 보관과 운송이 어려운 곽향, 반하, 형개 등 풀약들도 국내에서는 충분히 경쟁 가능성이 있는 품목들이다.

경쟁력이 없는 것은 버려야 한다. 그리고 집중해야 한다.
국산이라는 점과 애국심에 호소하며 국산한약재를 살리자는 것은 살아남을 수 있는 약재마저 발목을 잡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던 한약재의 종자보존과 이를 위해 최소한의 재배를 유지하는 것은 정부 몫이다.
문화를 이끌어 갈 산업의 현장에서는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약을 찾아내고 집중해야 한다. 그 길만이 우리 한약재를 살아 남는 길이다. <계속>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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