贊化堂의 魁星 藏書印과 惠庵에 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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贊化堂의 魁星 藏書印과 惠庵에 대한 연구
  • 승인 2020.03.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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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춘, 서정철, 최순화

한기춘, 서정철, 최순화

mjmedi@mjmedi.com


임상 한의사 3인이 연구한 황도순-황도연(53)

Ⅰ. 서론

지난 호에 일본 杏雨書屋 소장본 <醫宗損益>1)과 일본 동경대학 오구라문고 소장본 <규합춍셔>2)에 동일한 贊化堂 藏書印이 찍혀 있다는 것을 소개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贊化堂 藏書印 속의 圖像에 대한 연구 결과를 서술하고자 한다.

 

Ⅱ. 본론

1. 贊化堂 藏書印의 魁星像

贊化堂 藏書印의 圖像을 자세히 살펴보면 머리는 괴물 모양을 하고 있고 오른손에는 붓을 들고 있다. 인물의 발은 용을 밟고 있으며 주변에는 물결이 치고 있어 물 한가운데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또한 圖像 우측에 북두칠성이 그려져 있다.

魁星은 북두칠성의 국자 머리 부분의 별 4개를 이르는 말인데, 문장과 학문을 주관하는 奎星의 별칭으로도 쓰였다. 중국에서는 과거 급제자가 황제 앞에 나아가 면류관을 받을 때 서는 곳의 발 밑 바닥 돌에 거북이 문양을 새겨놓고, 급제자는 그 머리를 밟고 선다고 한다. 그래서 장원급제를 ‘魁星點斗 獨占鰲頭’라 하였다. 전설에 의하면 魁星은 과거에서 장원 급제하여 황제 앞에 나아갔으나, 절름발이인데다가 얼굴은 곰보로 너무 못생겨 이를 본 황후가 놀라고 말았다. 때문에 황후를 놀라게 한 죄로 장원은 취소되었고, 이에 魁星이 비관하여 동해에서 자살하였는데, 옥황상제가 가엽게 여겨 붓과 벼루를 하사하고 科擧文運을 관장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또 다른 전설로 魁星이 殿試를 마치고 최종 면접을 보던 중 황제가 魁星의 모습을 보고 물었다. “그대는 얼굴이 왜 그리 곰보가 되었나?” “얼굴의 점은 하늘의 별과 같사옵니다.” “그럼 다리는 왜 저느냐?” “한 발로 龍門을 뛰어오르기 위해섭니다.”라는 魁星의 답변에 황제가 크게 기뻐하며 장원으로 선정하였다고 한다. 登龍門은 큰 물고기가 물살이 세고 거친 龍門에 뛰어 올라 龍이 되었다는 고사에서 유래되어, 과거 급제가 입신출세의 관문이었음을 뜻하게 되었다.3)

贊化堂 藏書印의 圖像을 위에 언급한 고사와 연결하여 살펴보면 贊化堂 藏書印 속의 圖像은 魁星像을 나타낸 것임을 알 수 있다(그림 1).

 

2. 惠庵의 <燕行日記> 속 文昌星

惠庵의 <燕行日記>4)에는 다음과 같이 魁星과 관련된 文昌帝君을 보고 온 기록이 있다.

城東有文昌閣, 其右有文明閣, (……) 文昌閣, 自閣中緣紅梯而上樓, 文昌帝君儼然端坐, 左右侍臣, 四位陪立, 容貌皆溫潤君子也. 文明閣, 亦自閣中緣紅梯而上樓, 文明帝君以明俊豪氣之像, 右手執一大筆, 若有揮畵之意也. 左右侍像, 亦皆有奮勇明轍之氣. 此縣素多文名之士, 人物皆 淸秀美麗, 豈非文昌星所照而然歟.(성 동쪽에는 문창각이 있고 그 우측에는 문명각이 있다. (……) 문창각 누각 안쪽에서 붉은 계단으로 누각에 올라가면 문창제군이 엄숙히 단좌하고 있으며 좌우에 신하들은 사방에서 모시고 서 있는데 용모가 모두 온화하고 윤택한 군자였다. 문명각 또한 누각 안쪽에서 붉은 계단으로 누각에 올라가면 문명제군의 소상이 밝고 준걸한 기상으로 오른손에 큰 붓을 잡고 글씨를 쓸 듯하다. 좌우로 모시는 소상들 또한 용맹하고 명철한 기상이 있었다. 이 풍윤현은 본래 문장으로 이름난 선비가 많고 인물이 모두 청렴하고 빼어나며 미려하였으니 어찌 문창성이 비추어 그렇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구현희 번역본 전재>).

한편 惠庵처럼 燕京에 가면서 魁星像이 있는 文昌閣을 언급한 서적이 또 있다. 燕京에 갔을 때 견문을 기록한 <薊山紀程>5) 卷之二(1803년 12월)에는 “文昌閣在南門內, 高起六稜二層閣, 而中安文昌像, 魁樓又在其東, 中有魁星神像, 是奎星也.(문창각은 남문 안에 6모가 난 2층 집으로 높이 솟아 있는데 그 가운데에 문창의 소상을 모시고, 괴루가 또 그 동쪽에 있어 그 가운데에 괴성의 신상을 모셨는데, 괴성은 규성이다.)”라고 나온다. 돌아오는 길의 견문을 기록한 <薊山紀程> 卷之四((1804년 2월)에는 “城內有二層高閣, 此是文昌閣, 而中有魁星像.(성안에 2층 고각이 있는데, 이는 문창각으로서 그 속에 괴성상이 있다.)”라고 되어 있다. 이는 惠庵의 <燕行日記> 속 文昌閣 묘사와 흡사하다.

惠庵은 <燕行日記>에서 魁星과 관련된 文昌帝君은 언급하고 魁星像을 직접 묘사하지는 않았으나, 다른 서적에는 魁星像에 대한 언급이 자세히 되어 있다. <薊山紀程> 卷之二(1803년 12월)에는 “魁星則把一筆仰視, 若將擧趾.(괴성은 붓 하나를 가지고 우러러보는 것이 발을 쳐들려고 하는 것 같다.)”, <心田稿>6) 卷之一 燕薊紀程에는 “魁星把筆擡頭.(괴성은 붓을 들고 머리를 쳐들고 있다.)”라고 묘사되어 있는데, 모두 오늘날 전해오는 魁星像에 대한 金德成 그림이나 湖南省 長沙의 동상과 유사하다(그림 2).

 

Ⅲ. 고찰

<醫宗損益>이나 <규합총서>의 贊化堂 藏書印 그림은 魁星이 발밑에 용(또는 용과 유사한 잉어나 거북이, 자라 등)을 밟고 있는 형상이다. 이러한 圖像과 유사한 형태의 藏書印이 다른 서적에도 보이는데, 일본 東洋文庫의 <大学或問>과 <電腦軍事探偵あきつ丸貳>에 魁星 圖像의 藏書印이 찍혀 있다(그림 1). <大学或問> 藏書印에는 藏書印主가 없으나, 2014년도에 출판된 <電腦軍事探偵あきつ丸貳>에는 판권지 다음 쪽에 똑같은 藏書印에 藏書印主로 東洋文庫가 추가되었다.

<규합춍셔> 藏書印은 <大学或問> 藏書印에 비해 선명하지 않지만 두 장서인을 살펴보면 두 圖像이 모두 머리는 괴물 모양을 하고 있으나 <규합춍셔> 藏書印은 <大学或問> 藏書印에 비해 머리숱이 짧다. <규합춍셔> 藏書印의 魁星像은 오른손에 큰 붓을 잡고 글씨를 쓸 듯하나 왼손은 분명하지 않다. <大学或問> 藏書印의 魁星은 왼손에 벼루 같은 것을 잡고 있으나 오른손은 분명하지 않다. <규합춍셔> 藏書印은 魁星이 용을 밟고 있으며 파도가 보이는데, <大学或問> 藏書印은 오른발은 용을 밟고 있으며 왼쪽 발은 무릎을 굽혀 쳐들고 있으며 주변에는 파도가 치는 것이 선명하다. 또한 <규합춍셔> 藏書印은 북두칠성이 魁星 우측에 있는데, <大学或問> 藏書印은 북두칠성을 별 3개로 축약하여 魁星 바로 위에 그려 놓았다.

그렇다면 惠庵은 왜 魁星像을 贊化堂 藏書印으로 하였을까? 여기 관련된 몇 가지 가설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惠庵이 <燕行日記>에서 豊潤縣에 문장으로 이름난 선비가 많은 것이 文昌星이 비추어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한 것처럼 贊化堂藏板도 文昌星의 庇護가 있기를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 惠庵은 <醫宗損益> 跋文에서 “十五廢擧業, 十六學黃神. 士農與工商, 古今之四民. 與其墜先訓, 是乃術中仁.(15세에 과거 공부를 포기하고 16세에 황제내경을 공부하였다. 사농공상은 고금의 네 가지 백성의 신분인데, 선현의 가르침을 땅에 떨어뜨리기보다는 바로 인술을 행하는 일이 적합할 것이다.)”라고 어린 시절과 관련하여 소회를 밝혔다. 魁星像은 과거급제의 신인데 과거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惠庵이 魁星像을 贊化堂의 藏書印으로 삼은 것은 어린 시절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회한일 수 있다. 또는 과거를 거치지 않고도 御醫가 되어 <醫宗損益>과 같은 책을 저술한 것에 대한 자부심의 표현이 아닌가 추측한다.

현재까지는 일본 杏雨書屋 소장 <醫宗損益>과 일본 동경대학 오구라문고 소장 <규합춍셔>에만 贊化堂藏板印과 贊化堂 藏書印이 찍혀 있다. 그 이유는 설사 같은 제목의 책이 여러 권 있다 하더라도 藏書印은 일반적으로 그 중 1권에만 소장본으로 남기기 위해 날인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향후 贊化堂藏板의 藏書印과 惠庵과 魁星像 藏書印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Ⅳ. 결론

贊化堂의 魁星 藏書印과 惠庵의 관계에 대해 연구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1. 贊化堂 藏書印의 圖像은 魁星像을 나타낸다.

2. 惠庵의 <燕行日記>에는 魁星과 관련된 文昌帝君을 보고 온 기록이 있다.

3. 惠庵은 文昌星의 庇護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과 본인이 과거 공부를 포기한 회한으로 魁星像을 贊化堂 藏書印으로 한 것으로 추측된다.

 

<참고문헌>

1. 惠庵, 醫宗損益, 일본 杏雨書屋 소장.

2. 憑虛閣李氏, 규합춍셔, 일본 동경대학 오구라문고 소장.

3.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jschina&logNo=221167773065).

4. 황도순 저 구현희 역, 국역 燕行日記, 한국한의학연구원, 2019:67-68.

5. 저자미상, 薊山紀程, 한국고전종합DB(http://db.itkc.or.kr/).

6. 朴思浩, 心田稿, 한국고전종합DB(http://db.itkc.or.kr/).

7. 大学或問, ㈶東洋文庫所蔵(http://blog.obone.boy.jp/?eid=14).

8. 電腦軍事探偵あきつ丸貳

(https://twitter.com/kurodamasa/status/564675605568843777?lang=fr).

9. 金德成筆仙客圖

(文昌星圖, 국립중앙박물관, https://www.museum.go.kr/site/main/relic/search/view?relicId=5805).

10. 魁星像

(天心閣, 중국 湖南省, 長沙,

https://m.0951njl.com/hunanlvyou/changsha/tianxin/33232.html).

 

한기춘·서정철·최순화 / mc맥한의원·우리경희한의원·보광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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