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서양이 숨겨온 인삼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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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서양이 숨겨온 인삼의 역사
  • 승인 2020.03.0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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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새책┃인삼의 세계사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서양문헌을 토대로 17세기 당시 인기상품이던 인삼의 위상을 바라보는 책이 출간됐다.

설혜심 지음, 휴머니스트 출판
설혜심 지음, 휴머니스트 출판

도서출판 휴머니스트는 지난달 서양사학자인 설혜심 교수가 서양문헌 속 인삼의 기록을 정리해낸 ‘인삼의 세계사’를 출판했다.

한국인의 몸보신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인삼이다. 한국에서는 탕과 술 같은 음식에서부터 건강기능식품, 고급 약재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인삼을 섭취한다. 오늘날에는 한류 붐을 타고 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도 한국인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인삼은 커피, 사탕수수, 면화 등과 함께 대항해시대를 거치며 17세기 거대한 교역 네트워크의 중심을 차지했던 세계상품이다. 고려인삼이 서양과 만난 첫 기록은 1617년 일본 주재 영국 동인도회사의 상관원이 런던의 본사에 인삼과 함께 보낸 통신문이다. 상관원은 “한국에서 온 좋은 뿌리를 보”낸다며 “가장 귀한 약으로 간주되며 죽은 사람도 살려내기에 충분합니다”라고 인삼을 설명했다. 한국에서 일본, 남아프리카(희망봉)를 거쳐 런던에 도착한 인삼의 여정은 인삼이 ‘대항해시대’의 결과물이었음을 오롯이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데 이 커피, 사탕수수 등과는 달리 서양 역사에서 인삼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에 의문을 품은 설혜심 교수는 오랜 연구 끝에 역사에서 사라진 인삼의 존재를 되살려냈다.

설혜심 교수는 각종 서양 문헌 속 인삼에 관한 기록을 찾아내어 최초로 세계사적 시각으로 인삼의 역사를 복원했다. 하지만 단순히 인삼의 역사를 서술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서양과 인삼의 불편한 관계를 예리한 시선으로 추적하여 서구 문명이 인삼에 어떤 식으로 왜곡된 이미지를 덧씌웠는지 규명한다. 나아가 인삼을 둘러싼 범지구적 네트워크를 재구성함으로써 서구 중심의 세계체제론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오늘날 한국인삼의 위상을 다시금 살핀다.

이 책은 동양의 신비한 약초에서 미합중국 최초의 수출품이 되기까지 인삼의 기나긴 여정 속 다채로운 이야기를 통해 서구 학계의 편향을 꼬집어 새로운 역사 속으로 독자들을 이끌고 있다.

설 교수는 이 책에서 “지구사적 관점으로 인삼의 역사를 되살려냄과 동시에 오늘날의 비대칭적 인삼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라고 말한다. 세계적으로 인삼 연구는 195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인삼 연구의 90% 이상이 인삼의 성분과 효능을 밝히는 연구에 집중되어 있고, 인문사회학적 연구의 비중은 매우 적다. 게다가 연구 대부분이 동아시아 출신 학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연구 대상도 동아시아에서 생산되는 인삼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오늘날 인삼 제품을 많이 소비하게 된 다른 지역에서 인삼의 위상이나 인삼에 대한 인식을 알기란 쉽지 않다.

이에 이 책은 인삼의 세계사적 의미를 살핌으로써, 이제까지 다소 부족했던 인삼 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역사학적으로 조언해줄 수 있을 것이다.

<값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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