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을 바라보는 명상적 제언
상태바
코로나19 상황을 바라보는 명상적 제언
  • 승인 2020.03.13 06: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주희

서주희

mjmedi@mjmedi.com


서주희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신경정신과

코로나로 인한 확진자는 7000명을 넘어서고 코로나19사태가 두달째로 장기화 되면서 감염병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코로나 19와 우울을 뜻하는 ‘블루’가 합쳐져,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도 생겨났을 정도이다. 이에 정부도 코로나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들에 대한 심리지원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감염병 스트레스의 대표적 증상은 불안과 공포, 불면증, 지나친 의심, 경계, 외부활동 감소와 무기력이다.

전염력이 강한 감염병이라는 재난은 국민들에게 국가적 트라우마로 영향을 미친다. 그 자체가 갖고 있는 불안과 공포는 스노우볼처럼 점점 더 커지고, 많은 매체에서 불안을 부추기는 선정적인 보도와 가짜뉴스들은 주변 사람들과 지역사회, 더 나아가 국가 전체로 불안과 공포를 전염시킨다. 

우리나라는 100년 남짓의 짧은 기간 동안 전쟁, 독재정권, 세월호 등 국가적으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사건들을 지속적으로 겪어왔다.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 등 감염병으로 인한 재난 역시 겪어왔지만, 지금의 코로나처럼 전염력이 막강하여 사상초유의 휴교령이 내려지는 등 국가의 시계가 멈춰버린 듯한 적은 없었다.

다른 재난사건들과 달리 전염병으로 인한 재난트라우마는 불확실성과 사회적 격리라는 측면에서 좀 더 살펴봐야한다. 나도 모르는 누구에게, 모를 어느 장소에서, 감염될 수 있다라는 통제와 예측이 불가한 상황에 대한 공포는 사회적 기피와 의심, 경계를 낳을 수 밖에 없다. 최소한의 접촉마저도 피해야하는 상황에서 막연히 기다려야만 하는 환경은 무기력함을 만든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이런 불안감은 분노와 혐오로 이어져 사회적 투사의 형태로 공격성이 나타날 수 있다.

트라우마에 맞닥뜨리면 나타나는 여러 가지 반응들이 있는데, 가장 먼저는 사회적 관여 체계가 작동을 하고, 그게 먹히지 않을 경우 싸움-도주 반응이 일어난다. 싸움-도주 반응도 쓸 수 없을 정도의 비상상황에서는 대뇌피질을 셧다운 시켜버리고 얼어붙음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트라우마 치료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정상적인 사회적 관여 체계가 작동하며 자율신경계가 제대로 조절되도록 만드는 것인데, 이것은 우리가 얼굴의 표정, 목소리, 눈빛, 대화의 톤 등으로 통해 안심감을 얻게 되고, 안전, 안심의 장이 형성이 되어야 그 다음 치유의 프로세스가 진행된다. 즉, 관계성 속에서 치유가 일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전염병이라는 감염력이 주는 명제는 사회적 관계가 배제가 되고, 접촉이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적으로 들릴 만큼 서로간의 거리를 지켜야만 하는 현실 때문에 심리사회적 후유증이 더 클 수 있는 것이다.

그 어떤 시련과 아픔도 지나가듯이, 지금 이 코로나 19사태의 터널도 언젠가는 끝이 나타날 것이다. 이 터널을 지나는 동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심리적 방역의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일상에서의 마음챙김 연습이다.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는 위빠사나 명상의 싸띠(sati)에서 유래한 용어로 ‘매 순간 순간의 알아차림(moment-by-moment awareness)’을 뜻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마음챙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마음챙김의 상태는 관찰하는 의식상태인데,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를 관찰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는 것이다. 지금 여기 이 순간 머물러 있을 때야말로,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떨어져, 오직 지금 이 순간 삶의 순간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마음챙김 명상을 이용한 첫 번째 방법은 호흡명상인데, 모든 의식을 호흡에 두고 지금 이 순간 관찰하는 것을 오직 호흡에만 머물러 보게 한다. 코와 입을 통해 들이쉬고 내쉴 때의 호흡은 어떤지, 몸의 감각은 어떤지, 호흡할 때 몸의 다른 부분들은 어떤지 관찰자의 시선을 자신의 호흡을 바라본다. 마음챙김을 할 때 중요한 것은 판단하지 않는 태도와 관찰하려는 태도를 유지하려는 의도이다. 판단하는 마음이 든다면, 그것 역시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에 집중을 해본다. 만약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호흡할 때 불편하다거나, 호흡명상이 잘 되지 않는다면 신체를 이용하여 앉아있거나 누워있는 자세에서 몸이 닿아져 있는 지면의 느낌에 의식을 가져가본다. 이는 트라우마 안정화 기법중의 하나인 그라운딩 기법으로, 발바닥이나 엉덩이, 등처럼 현재의 자세를 지지해주는 부분을 느껴보고 머물게 해서 각성의 톤을 낮춰준다.

두 번째 방법은, 중단전을 이용한 자비 명상이다. 지금처럼 혐오와 세상에 대한 불신이 가득 할수록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공감과 자비, 연민의 태도일 것이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호흡을 고르게 해본다. 그런 다음 양 유두의 중간지점인 전중 부위에 의식을 집중한다. 이 부분은 동의보감에 나오는 세 단전 중 중단전에 해당한다. 신(神)을 저장하는 곳으로, 사랑과 긍휼의 자리이다. 이곳에 의식을 두고 있으면, 측은지심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가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하며 마음속으로 여러 번 되내어 본다. 그런 다음 ‘지금 이 순간 누구누구가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하며 생각나는 가족들, 지인들, 환자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자비심을 보내본다. 이렇게 하다보면, 측은지심의 대상이 고통받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로 향하게 된다. 관계성이 치유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물리적 사회적 거리를 둘 수 밖에 없는 이러한 감염병 상황에서는 자비명상이야 말로 심리적 방역을 강화시키는 좋은 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걷기 명상이다. 야외에서는 감염확률이 거의 없다고 해서인지, 공원이나 야외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은 꽤 볼 수 있었다. 탁 트인 공간에서 감염에 대한 불안은 잊어버리고 지금 이 순간 걷고 있는 몸을 관찰해본다. 땅에 닿을 때 발바닥의 느낌은 어떠한지, 어느 발을 먼저 떼는지, 걸을 때 손의 흔들림은 어떠한지, 척추의 느낌은 어떠한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 마다 정성을 들여 몸을 관찰해보도록 한다. 걷기명상을 하다보면 나의 두 다리로 내 스스로 이리 걸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서로에 대한 배려인 지금,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한 집중과 보살핌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며칠전 퇴근길 지하철에서 들었던 기관사의 멘트가 기억에 남는다. “오늘 하루도 힘드셨죠? 마스크 쓰고 계시느라 다들 답답하실텐데, 다리를 건너는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시면 어떨까요? 저는 최선을 다해 운행하겠으니, 가시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지금 이 순간을 느끼며, 자기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최선을 다하며 지내고 있는다면, 곧 코로나의 종식 뉴스가 들릴 날이 머지 않았으리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