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책을 닫아도 멈출 수 없는 죽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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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책을 닫아도 멈출 수 없는 죽음의 이야기
  • 승인 2020.03.27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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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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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스케어리 스토리 : 어둠의 속삭임
감독 : 안드레 외브레달출연 : 조 마가렛 콜렛티, 마이클 가르자, 오스틴 자주르, 가브리엘 러시
감독 : 안드레 외브레달
출연 : 조 마가렛 콜렛티, 마이클 가르자, 오스틴 자주르, 가브리엘 러시

필자는 겁이 많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무리 영화라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공포영화를 쉽게 보질 못하는 편이다. 그런데 지금 전 세계의 모습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공포영화의 한 장면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미 이렇게 될 것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연일 폭락하는 경제관련 수치들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꽁꽁 얼어버린 사회의 모습을 보면 리얼 공포영화인 것 같아 매우 씁쓸하다. 사실 꽃피는 3월과 4월은 영화계에서는 비수기로써 평소 보기 힘들었던 영화들이 많이 개봉하는 편인데 올해도 어김없이 일찍 찾아 온 공포영화 한 편이 있다. 특히 공포영화 같은 사회 속에 개봉하는 영화라 약간 안타까운 부분도 없지 않은 편이다.

196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한 마을, 스텔라(조 마거릿 콜레티)는 핼러윈을 맞아 척(오스틴 자주르), 어기(가브리엘 러시)와 함께 평소 그들을 괴롭히던 토미를 골탕 먹이기로 한다. 그러다가 토미 무리에게 쫓겨 세 사람은 도망치게 되고, 우연히 자동차극장에서 라몬(마이클 가르자)을 만나게 된다. 이후 이들은 유령의 집으로 불리는 폐가에 가게 되고, 스텔라는 그 집안의 딸인 사라가 쓴 책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책을 펼치는 순간 멈출 수 없는 공포스러운 스토리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거기에 적힌 대로 사건들이 발생하게 된다.

미국 작가 앨빈 슈워츠가 쓴 동명의 공포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스케어리 스토리: 어둠의 속삭임>은 전미를 두려움에 떨게 한 도서의 영화화로 제작 결정 단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영화의 원작은 1981년 출간된 이래 7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미국을 대표하는 공포물로 자리 잡은 바 있으며, 도서 속 내용과 일러스트가 너무 무섭다는 이유로 미국 도서관 협회에 의해 금지도서로 지정됐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기분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은 포스를 풍기는 허수아비 ‘해롤드’를 비롯하여 잃어버린 신체의 일부를 찾고 있는 언데드 ‘거대한 발가락’, 어느 날 갑자기 소녀의 뺨에 생겨나 정체를 궁금하게 하는 ‘붉은 점’ 등 원작 속에 등장하는 공포스런 생명체들과 새롭게 창조된 생명체인 몸의 마디마디가 분리되고 합체되는, 특히 무엇보다 빠르게 목표물을 쫓는 ‘투덜거리는 남자’가 등장하며 기괴하고도 기이한 특징과 함께 관객들에게 또 다른 공포를 선사하고 있다.

다크 판타지의 대가인 기예르모 델 토로가 제작과 각본에 참여하고, 공포/스릴러 전문 감독인 안드레 외브레달이 연출을 맡은 <스케어리 스토리: 어둠의 속삭임>은 미국과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시대를 배경으로 완벽하지 못한 가정생활 속에 놓인 청소년들이 등장하는 성장 드라마를 표방한 공포 영화이다. 원한이 서려있는 책에 주변의 친구들이 이름이 적히면 바로 희생되는 공포스러운 사건들이 발생하는 등 독특한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주고 있지만 생각보다 공포의 수위가 높은 편은 아니다. 특히 제작자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긴 크리쳐들도 무섭다기보다는 기이하면서도 귀여운 구석이 있는 느낌이 들어 필자와 같은 사람들도 편안히 감상할 수 있다. 그로인해 진짜 무서운 공포를 원하거나 성인 관객들에게는 매우 밋밋하고 아쉬운 부분이 많이 있지만 반면 지금과 같은 시국에 무난하게 감상할 수 있는 적당한 공포영화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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