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걸린 수유여성이 모유수유를 지속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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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걸린 수유여성이 모유수유를 지속해도 될까?
  • 승인 2020.04.0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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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희

김나희

mjmedi@mjmedi.com


위기상황에서의 진료는 정보가 부족한 각 경우의 이득과 위험을 따져보고 그 비중을 저울질하여 합리적인 조언을 하도록 한다. 객관적인 정보를 최대한 제공하면서 수유여성 본인이 결정하도록 돕는다. 의사 본인이 불안하다고 해서 위험하다는 메시지를 주지 않도록 주의한다.

 

* 인간을 감염시키는 코로나바이러스는 현재까지 일곱 종이다. 인간을 감염시킨 역사가 길고, 흔한 감기를 일으키는 오래된 코로나바이러스(Human coronavirus, HCoV)로는 HCoV-NL63, HCoV-229E, HCoV-HKU1, HCoV-OC43, 이렇게 네 종류가 있다. 인간에게 최근 감염되기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사스(SARS-CoV-1), 메르스(MERS-CoV), 그리고 이번의 코로나19(SARS-CoV-2 또는 COVID-19), 세 종류이다. 감기는 코로나바이러스 말고도 리노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등 수많은 원인바이러스가 일으킬 수 있다. 

* 엄마가 감기 및 독감에 걸렸을 때 모유로 바이러스는 전달되지 않으면서 모체의 면역물질과 면역세포는 전달되기 때문에 모유를 수유하는 아기는 감기 및 독감에서 보호된다. 따라서 엄마가 감기나 독감에 걸렸을 때 모유수유가 권장된다.

* 범위를 좁혀서, 코로나바이러스만으로 보면, 오래된 코로나바이러스 네 종과 신종 코로나인 사스와 메르스 모두 모유에서 검출된 적이 없으며, 6종의 코로나 감염 모두 엄마가 걸린 경우 모유수유가 권장된다.

* 코로나19가 세포의 문을 따고 들어갈 때의 문고리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세포의 수용체는 ACE2(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2)인데, 이 ACE2는 혈압 저하, 산화 스트레스 감소, NO 증가 등 심혈관 보호 역할을 하는 효소이기도 하다. NL63, 사스의 수용체도 ACE2라서, NL63와 사스는 특별히 코로나19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의 경우에도 역시 모유수유가 권장된다. 

* 현재까지 5천 종류 이상의 바이러스가 알려져 있지만, 모유로 전파될 수 있어 모유수유 금기증인 바이러스 감염은 HIV, 에볼라, 말버그(마버그)로 제한되어 있다. HIV의 경우에는 모유로 전파될 수는 있지만, 모유로 인한 면역제공과 면역발달의 장점 때문에 엄마와 아기가 동시에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서 6개월간 완전모유수유를 하는 것이 권장된다. (거대세포바이러스(Cytomegalovirus, CMV)는 (특히) 미숙아에게서 모유로 전파될 위험이 있으나 모유로 얻는 이득이 더 크므로 모유수유 금기증이 아니다.) 이 몇 종류를 제외한 기타 바이러스성 질환에서는 모유로 전파되지 않으며 모유로 인한 이득이 위험을 압도하기 때문에 모유수유가 권장된다.

* 코로나19 말고도 세상에는 수많은 병원체가 존재한다. 모유는 전반적으로 감염으로부터 아기를 보호한다. 모유수유를 한 아기는 인공수유를 한 아기에 비해 상기도감염, 하기도감염, 소화기감염 모두 절반 정도로 감소한다. 심각한 호흡기감염으로 인한 입원은 1/3 정도로 감소한다. 이 감염예방 효과는 수유가 끝난 후까지도 지속되어 모유수유 아기는 적어도 6세까지 감염에 대해 더 저항력을 더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렇다면 엄마가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경우 모유수유 지속, 중단의 위험/이득을 각각 비교해보자.

1. 모유수유를 지속할 때의 이득은 확실히 밝혀져 있으며, 감기와 독감 등에는 모유가 보호 효과가 있으므로 엄마가 감기나 독감에 걸렸을 때는 모유수유가 강력히 권장된다. 모유수유는 호흡기, 소화기 감염을 절반 정도로 줄이고 심각한 감염은 1/3 정도로 줄이며 6세까지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효과가 관찰되었다. 감염뿐 아니라 고혈압, 당뇨, 관절염 예방, 지능 향상 등 장기적으로 엄마와 아기에게 유익한 효과가 나타난다.

2. 모유수유를 지속할 때의 위험은 불분명하며, 현재까지는 코로나19 및 다른 코로나바이러스가 모유로 전달된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영유아는 코로나19에 걸려도 무증상, 또는 경증으로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다.

3. 모유수유를 중단할 때의 이득은 불분명하며, 현재까지 모유로 코로나19가 전파된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얻게 될 잠재적 편익이 확실하지 않다.

4. 모유수유를 중단할 때의 위험은 널리 밝혀져 있다. 아직 보고된 바 없는 코로나19 전파를 예방하기 위해 단유한다면 여타 병원체로 인한 상기도감염, 하기도감염, 소화기감염 위험이 두 배, 심각한 호흡기감염 위험이 세 배 증가한다.

현재까지의 정보를 취합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침은 엄마가 코로나19에 걸렸어도 모유로 전파된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을 잘 지키면서 모유수유를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생아와 24시간 같은 방을 쓰고 완전모유수유를 하고 피부 대 피부 접촉을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미국질병관리본부와 미국모유수유학회(Academy of Breastfeeding Medicine)도 엄마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경우 개인위생을 지키면서 모유수유를 지속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의 입장은 조금 더 신중하여, 가능하면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사람이 아기를 돌보면서 엄마가 유축한 모유를 아기에게 먹여주는 것이 좋다고 보고 있다.

국제수유연맹(La Leche League International)에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모유수유를 지지하여,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모유수유를 지속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 엄마가 코로나19로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게 된다면?

아직까지 코로나19에 특효약은 없어 HIV치료제, 에볼라치료제, 말라리아치료제를 써보고 있는 상황이다. HIV 치료제는 연구가 많이 되어 있는데, 엄마와 아기를 약물로 동시 치료하면서 6개월간 완전모유수유를 권장하고 있다. 아기에게 HIV치료제를 투약할 수 있으므로, 당연히 수유여성이 HIV치료제를 복용하면서 모유수유를 병행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쓰일 수 있는 HIV 치료제는 상품명 Kaletra이며 lopinavir/ritonavir 두 성분의 복합제이다.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인 remdesivir는 모유로 전달된다는 증거는 아직 없으며 에볼라에 감염된 신생아를 remdesivir로 치료한 적이 있으므로, 증거가 많지는 않지만 모유수유와 병행할 수 있다고 본다. 항말라리아제 chloroquine, proguanil, mefloquine는 모유수유와 병행 가능, atovaquone은 5kg 이상의 아기에게 모유수유 병행 가능하다. 단, 항생제인 doxycycline은 짧은 기간이라면 모유수유 병행 가능하지만, 말라리아에 쓰일 때는 장기간 복용하게 되므로 모유수유를 중단해야 한다.

 

* 코로나19에 감염되었으며 모유수유를 원하는 환자에게 어떻게 권고할 것인가?

일반인의 주의사항과 크게 다르지 않다.

1) 아기에게 수유하기 전후, 아기를 만지기 전후에 손을 비누와 물로 잘 씻는다.

2) 아기에게 수유할 때 가능하면 마스크를 쓴다.

3) 유축기, 젖병 등을 청결하게 소독해서 사용한다.

4) 주변을 청결하게 닦고 소독한다.

5) 기침, 가래, 콧물 등 바이러스 배출 증상이 심할 때는 모유를 유축해 위생적으로 아기를 잘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대신 먹여줄 수 있다.

6) 직접 수유하기 어려울 만큼 몸이 너무 힘들다면, 유축한 모유를 다른 사람이 먹여주거나, 몸이 좋아진 뒤 다시 수유를 시작하거나, 기증모유로 수유한다.

 

물론 실증적 데이터가 더 축적되면 현재까지의 권고가 변경될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의 정보로 환자가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도울 수 있다.

자신이 잘 모르는 전염병에 대해 ‘위험에 대해 잘 모르니 모유를 끊어라’라고 조언하는 것은 의사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태도이다. (구체적인 위험/편익의 항목에 대해 본인이 모르므로) 환자에게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가장 최선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하게 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약이나 침치료에 대해 알지 못하는 양의사가 ‘한약은 무조건 끊어라’ ‘침은 맞으면 안 된다’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신종전염병은 앞으로도 인류에게 계속 발생할 것이고, 그 때마다 실시간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한의사들은 이미 변증을 통해 신종 질환에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니, 신종전염병에 대한 이해가 더해지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첨언) 국제수유상담가(IBCLC) 과정은 지식을 단순히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주어진 정보 안에서 종합적으로 합리적인 결론을 낼 수 있는 훈련을 하게 된다. 임상의에게 꼭 필요한 자질을 습득할 수 있게 되는 국제인증수유상담가 과정을 추천한다.

 

김나희 /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교육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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