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준태 시평]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은 가입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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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준태 시평]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은 가입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어야 합니다
  • 승인 2020.04.03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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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준태

제준태

mjmedi@mjmedi.com


제준태 산돌한의원 원장
제준태
산돌한의원 원장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간담회가 2020년 3월 19일 있었습니다. 내용을 살펴 보면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운전자 사고부담금을 상향조정하고, 고가 승용차가 늘어난 현실을 반영하여 자차보험료 할증 등의 책임 비율을 높이도록 하는 등 보다 공정한 보험료 부담을 하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우려되는 항목도 있습니다. '자동차보험 진료비의 세부 심사기준'을 심평원이 정하는 것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인데요. 심평원이 '자동차보험진료수가심사위원회'를 거쳐 심사기준을 정하고 이를 적용하는 권한을 갖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의 자동차보험의 수가기준은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관한 기준'이라는 국토부 고시를 따르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건강보험을 기준으로 하되,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항목이지만 자동차사고에 따라 치료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에 대해서 별도로 인정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2019년 건강보험에서 추나치료를 보장하기로 하자 진료비 상승을 이유로 건강보험과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로 하여, 건강보험 외 추가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에서 인정해 주는 것도 인정해주지 않기 위한 용도로 사용가능한 것이 알려졌습니다. 추나의 건강보험 적용 1년이 채 되지 않은 현재, 필요하다는 소견이 있으면 인정해 준다던 복잡추나나 21회 이상의 추나가 인정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추나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추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술기인 약침술에 제한이 같이 생기는 등 한의학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심사 기준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비단 2019년의 추나 외에도 2017년 건강보험에서 대분류를 달리하는 2개 이상의 상병에 대해 특수침 2종을 인정하기로 한 고시가 나왔지만 자동차보험에 대해서 심평원이 어떠한 규정도 없이 임의로 특수침 2종 청구 모두를 삭감했던 것도 알려졌습니다. 특히 혈어증(어혈), 심담허겁, 기체, 정신적 스트레스 등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환자의 징후에 대한 상병도 모조리 삭감하였기 때문에 상당한 논란이 되었지만 지금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사고가 난 사람의 '어혈'에 해당하는 상병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선 그 어떠한 설명도 없는 상태입니다.

심평원이 이미 이렇게 심사기준을 임의로 정하고 있음에도 세부심사기준을 정하는 것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이유는 문재인 케어라고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와 비급여의 급여화라는 양대 사안이 점점 더 진행되고 있고, 더 이상 '건강보험의 심사 기준을 준용'하는 것으로는 자동차보험의 기존 심사관행과 손해율 조정 등 기존 심사 범위로는 손해율의 예측이 되지 않는 경우들이 많아질 것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환자 치료 필요성이나 한의학적 치료의 적정성 보다는 손해율의 예측 가능성이 심평원의 업무에 더 중요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심평원 자보센터의 이러한 필요성에 대한 이해와 별개로 심평원 자보센터가 해왔던 이유 없는 U코드 대분류 불인정, 추나 시술시 약침술 제한, 복잡추나 불인정 등 건강보험의 기준도 따르지 않는 일방적인 기준을 세우고 심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이후에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갖추겠다는 것에 대해선 일선 의료기관들의 우려와 반발 역시 적지는 않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의료기관의 부담이 커지고 환자가 줄어 경영의 어려움도 더해진 시점에서 심평원이 심사기준을 정하고 이를 고시처럼 발표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는 것에 대해 부정적 감정과 이로 인한 탈력감과 불안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특히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언급하며 마치 보험료 인상으로 인한 피해가 운전자에게 돌아간다고 하지만, 기준을 임의로 세우게 되면 아픈데도 치료 받지 못 하는 과소진료가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정당하게 보험료를 지불했음에도 필요한 치료를 충분히 받지 못 하게 되는 억울한 경우가 발생하는 것은 누구에게라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아픈 정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뼈가 부러지지 않았다고 가볍다고 치료를 덜 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언론과 보험회사는 과잉진료가 문제라고 하지만 과소진료도 문제입니다. 과잉진료와 과소진료는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어떻게든 발생합니다. 과잉진료를 잡아내서 적정진료를 추구하도록 하는 것이 심평원의 업무인 반면 기준이 너무 엄격해져서 과소진료 상태가 되면 이를 개선할 방법은 피해자 개개인이 보험회사나 가해자를 상대로 하는 소송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다친 사람들은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국가가 자동차보험을 의무보험으로 규정한 의의이기도 합니다.

특히 2020년 한 해는 모든 의료기관이 매우 힘든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국토부와 심평원은 심평원이 세부심사기준을 정하는 법적 근거 조항 신설을 추진하는 이유와 이에 따른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 안전장치 등에 대해 일선의료기관에게도 충분한 이해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의료기관들이 자동차보험에 대한 진료를 꺼리거나 부당한 심사기준에 의해 진료 의욕이 꺾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적절한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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