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二原者에 대하여(09)- 선자기화원(先資其化源)의 12원(原)-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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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二原者에 대하여(09)- 선자기화원(先資其化源)의 12원(原)-②
  • 승인 2020.04.2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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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모

김선모

mjmedi@mjmedi.com


누구나 유죄판결 확정 전까지는 무죄(無罪)로 추정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 〈무죄추정의 원칙(無罪推定의 原則)〉이다. 의심(疑心)만으로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법에서 정한 원칙이다.

이는 유죄(有罪)를 입증하는 증거에 따라 진실여부를 판단하는 〈논리적 사고〉가 사실의 입증에 필수조건이라는 뜻이다.

인간은 감정적 판단이 논리적 사고를 앞서기 마련이다. 따라서 〈무죄추정의 원칙〉은 올바른 판단을 위해 누구나 쉽게 빠질 수 있는 감정적 의심을 경계하고 논리적 사고를 견지해야 한다는데 그 뜻이 있다.

하지만 한번 든 의심이 논리적 입증(立證)만으로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생활 속에서 또는 사회적 논란이 되는 사건을 통해서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없고 무죄임을 입증하더라도 추가적인 입증을 요구하는 수많은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생하는 경험들 말이다. 따라서 논리적 사고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동반할 수 있는 확신을 가진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12원혈(原穴)에 대한 《황제내경》의 진의(眞義)에 대해 공부하며, 지난 시간 《황제내경》의 전체 주제와 영추 1편 《구침십이원》의 관계, 《구침십이원》의 12원(原)의 해석을 통해 《육원정기대론》의 ‘선자기화원(先資其化源)’의 원(源)의 해석수정을 제시하였다. 12원(原)의 오장(五臟)-에너지 공급역할을 이해한다면 ‘선자기화원(先資其化源)’의 원(源)이 그저 ‘근원적인 어떤 것’정도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간, 필자의 설명이 부족했던 탓에 《육원정기대론》의 원(源)이 원혈(原穴)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것 같다. 자세한 논거를 듣지는 못했으나 제가(諸家) 의견의 부정(否定)에 대한 반대심리가 더 많은 작용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따라서 부족했던 제가들의 구체적인 의견을 좀 더 살펴보고 설명을 보충하고자 한다.

다음은 각 제가들의 해석이다.

 

必折其鬱氣, 先資其化源/필절기울기, 선자기화원 : 왕(王)은 “화원(化源)은 9월(九月)에 맞이하여 취(取)함으로서 심화(心火)를 보충하는 것을 말한다.”고 하였고, 고(高)는 “울기(鬱氣)는 수(水)가 승(勝)하면 화(火)가 울(鬱)하게 되고 토(土)가 승(勝)하면 수(水)가 울(鬱)하게 되므로 반드시 그 울기(鬱氣)를 절(折)해야 한다. 울(鬱)은 복(復)의 기초가 되며 만약 그것을 절(折)하려고 하면 마땅히 먼저 그 화생(化生)의 근원을 자양(滋養)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화(火)를 절(折)하려고 하면 먼저 목(木)을 자양(滋養)해야 하고, 수(水)를 절(折)하려고 하면 먼저 금(金)을 자양(滋養)해야 하니 생화(生化)의 근원(根源)이 된다.”고 하였고, 오(吳)・경악(景岳)・장(張)・강해(講解) 등은 ‘울기(鬱氣)’는 울(鬱)을 일으키는 기(氣) 즉 편승(偏勝)한 기(氣)를 가리키며, ‘필절기울기(必折其鬱氣)’의 뜻은 즉 기(氣)가 유여(有餘)하여 편승(偏勝)을 나타낼 때는 항상 승(勝)하는 기(氣)로 하여금 내부에 울체(鬱滯)되게 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면 한기(寒氣)가 편승(偏勝)할 때는 화기(火氣)가 내부에 울체(鬱滯)되고, 화기(火氣)가 편승(偏勝)할 때에는 청기(淸氣)가 내부에 울체(鬱滯)되며, 청기(淸氣)가 편승(偏勝)할 때에는 풍기(風氣)가 내부에 울체(鬱滯)되고, 풍기(風氣)가 편승(偏勝)할 때에는 습기(濕氣)가 내부에 울체(鬱滯)되며, 습기(濕氣)가 편승(偏勝)할 때에는 한기(寒氣)가 내부에 울체(鬱滯)되는 等等이다. 그러므로 치료시(治療時)에는 반드시 먼저 이러한 종류의 편승(偏勝)한 기(氣)를 처리(處理)해야 하며 다만 이러한 종류의 편승(偏勝)된 기(氣)가 바로 잡아져야만 이후(以後)에 그 승(勝)하는 기(氣)가 비로소 내부에 울체(鬱滯)되지 않고 정상 활동을 회복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화원(化源)’은 즉 생화(生化)의 근원(根源)이다. 이것은 바로 세기(歲氣)가 편승(偏勝)할 때에는 한쪽에서는 물론 울(鬱)을 일으키는 기(氣)를 제거해야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또한 울체(鬱滯) 당한 기(氣)를 지지(支持)해야만 한다는 것을 설명한 것으로 예를 들면 태양한수(太陽寒水)가 사천(司天)하는 해에는 한기(寒氣)가 편승(偏勝)하여 화기(火氣)가 울체(鬱滯)되므로 인체(人體)의 질병(疾病)을 치료할 때에 한쪽에서는 한사(寒邪)를 처리해야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심화(心火)를 보(補)해야 하며 심화(心火)를 보(補)할 때에 직접 화(火)를 보(補)하거나 혹(或)은 간접적으로 그 생(生)하는 바를 보(補)하는 것을 ‘선자기화원(先資其化源)’이라고 한다.”고 하였다.

《영추연구집성-영추연구집성간행위원회》

 

위와 같이 억울(抑鬱)된 기(氣)가 어떤 기(氣)인지, 2차적으로 자양(滋養)해야하는 기(氣)는 어떤 기(氣)인지는 제가(諸家)들마다 제각각이다. 하지만 자양(滋養)해야하는 기(氣)가 억울(抑鬱)된 기의 모기(母氣)이건 억울(抑鬱)된 기(氣) 자체이건 ‘선자기화원(先資其化源)’의 원(源)을 생화(生化)의 근원(根源)으로 해석하는 것은 일치한다. 이를 토대로 제가들의 의견을 조금 더 세분화한다면 1. 근원적(根源的) 원기(源氣)로서의 뜻과 2. 모태(母胎)가 되는 모기(母氣)의 뜻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물론, 한의학의 상호(相互) 상근(相根)의 개념 때문에 두리뭉실한 원기(源氣)의 자양(滋養)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할 수 있다. 또한 선(先)과 자(資) 두 글자를 통해 자모(子母)관계를 유추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생각된다. 선(先)의 의미는 차이가 있지만 77난(難)의 치미병(治未病)의 개념은 그러한 유추를 별다른 무리없이 받아들인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어 보인다.

 

▮77難

(77問) : 七十七難曰, 經言上工治未病, 中工治已病者, 何謂也?

(77答) : 然, 所謂治未病者, 見肝之病, 則知肝當傳之與脾, 故先實其脾氣, 無令得受肝之邪, 故曰治未病焉. 中工治已病者, 見肝之病, 不曉相傳, 但一心治肝, 故曰治已病也.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들의 해석이 매우 모호하고도 이유없이 확대되었다고 생각된다.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제가들이 주장하는 원기(源氣)와 모기(母氣)의 개념으로 ‘선자기화원(先資其化源)’의 원(源)을 해석하려면 그러한 개념이 《황제내경》에서 통용되는지를 확인하여야만 한다. 《황제내경》에서 원(源)의 용례(用例)를 살펴보자.

 

위자, 수곡지해, 육부지대원야.(胃者, 水穀之海, 六府之大源也.) 《오장별론. 소11》

차천지지강기, 변화지연원, 비성제숙능궁기지리여!(此天地之綱紀, 變化之淵源, 非聖帝孰能窮其至理歟!) 《육원정기대론. 소71》

문지리, 도진종, 차비성제, 언구사원. 시위기신합도, 계부상천.(問至理, 道眞宗, 此非聖帝, 焉究斯源. 是謂氣神合道, 契符上天. )《자법론. 소72》

범차오장육부십이경수자, 외유원천이내유소품, 차개내외상관, 여환무단.(凡此五臟六腑十二經水者, 外有源泉而內有所禀, 此皆內外相貫, 如環無端.) 《경수. 영12》

 

황제내경 전체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육원정기대론. 소71》, 《육원정기대론. 소71》의 원혈(原穴)을 뜻하는 부분을 제외하면, 위의 용례 정도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보다시피 《경수》의 원천(源泉)을 제외하면(이 또한 근원(根源)의 뜻으로 천(泉)과 함께 쓰였을 뿐이다.) 근원(根源)이라는 단어자체의 의미로 쓰였을 뿐 제가들의 해석처럼 모기(母氣)나 원기(源氣)의 뜻을 가진 용례는 찾을 수 없다. 원(源)의 어의(語義)만을 미루어 짐작해 무언가 근원적인 느낌의 원기(源氣)라는 있지도 않은 개념을 만들어 내거나 모기(母氣)의 의미까지 확대해석하는 것은 무리이다.

또 다른 이유는 없을까?

 

고세의고이조지온지, 필절기울기, 선자기화원(故歲宜苦以燥之溫之, 必折其鬱氣, 先資其化源) 《육원정기대론 3장 5절》

억기운기, 찬소불승, 필절기울기, 선취화원(抑其運氣, 贊所不勝, 必折其鬱氣, 先取化源) 《육원정기대론 5장 5절》

 

3장 5절의 선자기화원(先資其化源)은 5장 5절의 선취화원(先取化源)과 같다. 취(取)는 아시다시피 혈자리를 자침한다는 뜻이다. 자침(刺針)의 뜻을 제외하고 굳이 원기(源氣)를 자양(滋養)한다는 앞의 해석을 따라 취(取)또한 자양(滋養)을 ‘획득(獲得)’하거나 ‘이뤘다’는 식의 해석을 하기보다는 취(取)와 대구(對句)인 자(資)를 자침(刺針)의 뜻을 포함한 술어(述語)로 해석하는 것이 더욱 타당한 해석이다.

따라서 자(資)와 취(取)는 자침(刺針)과 관련된 술어(述語)이어야 하고 원(源)은 자침(刺針)의 목적어(目的語)가 되어야만 한다. 원(源)은 《황제내경》의 용례에 비추고 원혈(原穴)의 의의를 고려하여 보더라도 원혈(原穴)로 해석되어야 함이 타당하다.

뿐만 아니라 《구침십이원》에서 원혈(原穴)의 오장-에너지 공급처로서의 역할을 이해했다면 《육원정기대론》의 울기(鬱氣)로 인한 피해를 해결하려 했던 《황제내경》 저자의 의도를 고려할 때 원(源)에서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것은 원혈(原穴)이다.

물론 앞선 설명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혈(原穴)의 해석에 대한 의심을 가진 분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의 눈앞에서 증거들이 넘쳐나도 의혹에 의혹이 꼬리를 무는 현상은 지금도 쉽게 겪는 인간사(人間事)이다. 하물며 수천년이 지난 제한된 논거(論據)의 장(場)인 《황제내경》에서 의심을 거둔다는 것이 쉬울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인간은 쏟아지는 감정적 의심(疑心)들을 이겨내고 결국 논리적 지성(知性)을 통해 진실과 마주할 것이라는 믿음이 〈무죄 추정의 원칙〉에 투영된 것처럼, 인간지성으로 《황제내경》의 진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황제내경》은 그 오랜 기간 무고(誣告)의 억울함을 견뎌주었고 무죄(無罪)의 증명을 위한 제가(諸家)들의 뜨거웠던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12원(原)의 비밀 앞에 서 있다.

 

김선모 / 반룡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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