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15> - 『새藥草栽培法』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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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15> - 『새藥草栽培法』②
  • 승인 2020.05.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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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mjmedi@mjmedi.com


약초 기르기와 농가소득 증대방안

이 책은 저자가 단독으로 집필한 저작이나 학술서가 아니라 富民文化社란 출판사에서 편집하여 기술교재로 발행한 것이다. 따라서 학술적인 가치보다는 당시 의약계에서 필요로 했던 약초재배 지식과 당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농업 생산기술 증진에 매달려야했던 시대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 『새약초재배법』
◇ 『새약초재배법』

산업기반이 미약했던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지금과는 달리 국내 생산 한약재의 대외 수출액이 높은 편이었으며, 수출고가 수입물량을 훨씬 상회했으며, 수출 진작 방안으로 약초재배 기술 강화에 역점을 두었다. 특히 전역을 앞두고 있는 제대병을 위한 자활대책으로 약초재배법을 교육할 정도로 각광 받는 분야였다.

이제 본문 내용을 좀 더 살펴보기로 하자. 예나 지금이나 약초나 특용작물 재배에 있어서 가장 큰 위험요소는 현물거래 시장의 변화와 시세의 변동을 예측하는 일일 것이다. 농사는 비교적 긴 순환구조를 갖고 있으므로 당장 1년 뒤를 예상하여 작물의 식재량을 독농가들에게 맡겨두는 일은 몹시 난감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총론격인 재배에 관한 일반지식에서의 첫 대목은 ‘거래사정과 시세에 주의’라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따라서 처음 재배하는 경우에는 소규모로부터 시작할 것을 권유하고 그로부터 수요공급과 시세 동향에 익숙해 질 때까지 경험을 축적하라고 충고한다. 또 앵속을 비롯한 마약제조 원료로 쓰이는 약종을 재배금지 혹은 제한됨을 지적한다. 품종의 선택은 토지와 기후 풍토와 연계하여 적합한 품종을 선택하는 일이 중요하다.

종묘에 있어서는 모종이 재배식물의 기본이며, 수확의 다소를 좌우하므로 우량하거나 불량한 모종을 가려내는 일에 유의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첫째, 좋은 품종일 것, 둘째, 발아율이 좋을 것, 셋째, 병충에 침해되어 있지 않을 것을 필수 조건으로 제시하였다.

각론에서는 甘菊으로부터 시작하여 감귤, 감차, 감초, 개나리로부터 황련, 황백, 황촉규, 회향에 이르기까지 100종의 약초를 가나다순으로 배열하여 기술해 놓았다. 대부분은 상용한약재에 속하는 것들이지만, 간혹 관상용, 가정용, 혹은 건강보조용 식재료로 쓰이는 것들도 함께 열거해 놓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점 역시 당시 선호됐던 약초의 유통 상황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예컨대 甘菊의 경우, 분류상 菊科, 약용부 꽃, 약효는 해열진통제로 표기하였으며, 원식물의 일반적인 성상과 외형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또 약초마다 線描로 간략하게 그린 그림이 첫머리에 제시되어 있어 형태를 비교하여 구분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재배법에 있어서는 기후토질 항을 두고 우리나라 각지를 대상으로 적합한 기후와 토질을 얘기하고 있는데, 간혹 지역까지 세분하여 말하고 있다. 예컨대 감귤의 경우, 제주도, 거제도, 완도, 진도남단부 등지에서 재식 가능한 곳이라고 하였다. 다만 햇볕이 좋고 풍해가 없는 곳이라야 되고 토질은 습윤한 곳은 싫어하니 평지보다는 경사지를 택하는 것이 適地로서 좋을 것이라고 하였다.

재배법 항목은 가장 자세히 기술하였는데, 번식법, 재식지 선정, 이식이나 직파법, 묘목, 본포삽목, 定植, 整枝 및 剪定, 비료, 관리, 병충해, 수확조제, 저장법 등으로 세분하여 기술하고 있는데, 약종에 따라 재배법이 다르므로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통속적인 한약재 재배법을 다루고 있으며, 약초이름은 속명을 대표명으로 삼고 한자로 된 약명을 괄호 안에 병기해 놓았기에 독자층이 주로 재배농가였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당대 한약재 재배는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몇 안 되는 선택지였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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