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二原者에 대하여(10)- 경락(經絡)의 에너지-수송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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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二原者에 대하여(10)- 경락(經絡)의 에너지-수송시스템
  • 승인 2020.05.15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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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모

김선모

mjmedi@mjmedi.com


인간의 복잡한 경제사회활동의 연결과 확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지표중 하나가 교통체계이다. 경제사회활동의 복잡도가 가장 높은 곳인 대도시의 혈맥(血脈)을 잇는 대표적 교통수단은 지하철이다. 대도시의 지하철역은 돈의 흐름을 의미하고 인구의 분포와 확장을 뜻하기도 한다.

살아 움직이는 경제/사회적 활동이 활발할수록 여러 곳을 연결하는 노선과 역이 생기기 마련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인력(人力)은 교통노선들을 따라 주요경제사회적 활동의 수요가 있는 중요지역으로 공급되게 되고 그 활동의 결과물들은 또다시 교통노선들을 따라 여러 지역으로 공급되어진다. 철도노조의 파업이나 대규모 정전사고등의 교통문제는 경제사회활동을 마비시키기도 할만큼 교통과 경제사회적 활동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경제사회적 수요를 예측하여 교통체계를 계획하고 관리하는 일은 국가경제를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발달한 국가일수록 선진화된 교통체계를 갖추고 있다.

서울의 오랜 중심지인 종로에는 1,2,3,4,5,6호선 뿐만 아니라 경의중앙선 공항선등 여러 지하철 노선이 지나가고 있지만 어느 지점과 어느 지점의 연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밀한 수요조사와 다양한 지선(支線)의 과학적 배치를 통해 수많은 인구이동에도 불구하고 매우 효율적인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인체는 건강한 면역체계와 생명활동 유지를 위해 천지(天地)로부터 공급된 에너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인체에 공급시켜야만 한다. 인체의 모든 장부와 지절을 빈틈없이 연결하여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는 경락(經絡)과 경혈(經穴)은 복잡한 인체생명활동을 균형있게 유지하고 있는 몸 속 지하철과 같다.

우리는 365개의 경혈(經穴)을 배우고 경맥(經脈) 락맥(絡脈)의 노선(路線)을 배운다. 건강이란 안정적인 인간생명활동의 공급수요-밸런스를 잘 유지하는 것과 다름 없다. 따라서 에너지 공급-시스템을 이해한다는 것은 질병치료를 위한 필수과정이다. 하지만 종로보다도 훨씬 복잡한 인체의 에너지-교통체계를 우리가 과연 정확히 이해하고 잘 통제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우리는 지난 과정들을 통해 원혈(原穴)의 오장(五臟)으로의 에너지-공급의 역할을 확인함으로써 천지지정기(天地之精氣)와 인지정기(人之精氣)의 연결고리를 찾아 이었다. 《황제내경》 전체를 꿰뚫는 중요한 주제인 천지(天地)와 인간(人間)의 하나됨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키워드는 원혈(原穴)인 것이다.

 

십이원자, 오장지소이품삼백육십오절기미야(十二原者, 五臟之所以稟三百六十五節氣味也)

“오장유질야, 응출십이원, 이원각유소출, 명지기원, 도기응, 이지오장지해의(五臟有疾也, 應出十二原, 而原各有所出, 明知其原, 睹其應, 而知五臟之害矣)”

“오장유질, 당취지십이원(五臟有疾, 當取之十二原)”

 

〈구침십이원(영.01)〉은 12원(原)을 통해 끊임없이 365절(節)의 기미(氣味)가 오장(五臟)으로 쏟아 부어지고 있으며 오장(五臟)의 병변은 12원(原)의 창문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고 12원(原)을 통해 오장(五臟)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이처럼 12원(原)의 문(門)은 오장(五臟)을 향해 열려 있는 동시에 오장(五臟)의 문 또한 원혈(原穴)을 향해 열려 있다.

12원혈(原穴)에 담긴 《황제내경》의 전체 주제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의미가 빠진 탓에 12원혈(原穴)의 오장(五臟)으로의 공급을 강조하였으나 원혈(原穴)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에너지의 출입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밖으로 향해 열려 있는 삼양지문(三陽之門)의 개합(開闔)을 통해 365절(節)의 기미(氣味)를 흡수(吸收)하고, 내면을 향해 열려있는 삼음지문(三陰之門)의 개합(開闔)을 통해 기미(氣味)를 방출(放出)하는 것이다.

오장(五臟)의 에너지 공급만이 인체의 생명이 유지를 위한 원혈(原穴)의 역할일까?

위와 같이 「태충(太衝)」의 원혈(原穴)로서의 역할은 오장(五臟)으로의 에너지공급만을 수행하는 원웨이(one-way) 노선(路線)이 아니다.

만일 가고자 하는 목적지로의 수송체계를 이해하려면 각 노선의 위치와 방향, 속도등을 알아야할 뿐만 아니라 갈아타야하는 교차노선의 깊이와 이동방향과 길이 등의 특성들을 알아야만한다.

따라서 「태충(太衝)」이 가지고 있는 역할에 따른, 즉, 원혈(原穴)로서의 역할과 수혈(腧穴)로서의 역할의 차이는 무엇인지 「태충(太衝)」을 지나가는 기(氣)의 종류는 무엇이며 그 성질(性質)은 어떠한지, 그 종류에 따른 노선의 깊이는 어떻게 될 것이며 이동속도는 얼마인지, 인체 교통망으로서의 「태충(太衝)」을 이해하기 위해서 풀어야할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전제조건(前提條件)들이 산재(散在)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껏 이해하고 있었던 경락(經絡)과 경혈(經穴)의 특성으로 위기(衛氣)의 운행노선(運行路線)조차 그릴 수 없음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교과서를 통해 바라본 《황제내경》은 일목요연하게 보이지도 않고 이 말이 맞으면 저 말이 맞을 수가 없을 것만 같은 이율배반적인 기록들로 보이기 때문에 정규교과과정을 수학(受學)한 의료인조차 경락(經絡)과 경혈(經穴)을 ‘이해’하여 습득(習得)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원혈(原穴)의 출입시스템을 이해하게 되었지만 이율배반적일 것 같은 경락(經絡)의 실체를 한올 한올 풀어내지 않으면 우리가 원하는 ‘경락(經絡)의 이해를 통한 질병의 치료’에 도달할 수 없다. 「태충(太衝)」의 간(肝)에너지-공급처로서의 역할은 이해했지만 그 에너지공급-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습득(習得)한 인체생명활동유지를 위한 「태충(太衝)」은 실체(實體)를 판단할 수 없는 허상(虛象)인 것이다.

종로3가 지하철역은 서울역에서 종묘를 구경하기 위해 이동하는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1호선과 홍제역에 거주지를 가지고 있는 종로직장인을 실어 나르는 3호선이 만난다. 서로 다른 운행경로의 노선이 하나의 지하철역에서 교차하려면 차등적(差等的) 복곽(復廓)구조를 이룰 수 밖에 없다. 「태충(太衝)」을 지나는 서로 다른 역할의 기(氣)들은 어떠한 구조를 이루고 있을까?

《구침십이원(영.01)》은 이십칠기소행, 개재오수야(二十七氣所行, 皆在五腧也)라고 외치고 있다. 12경맥(經脈)과 15락맥(絡脈)에서의 위기(衛氣)의 운행은 오수(五腧)를 통한 출입운동과 맞물려 있다는 말이다. 오수혈(五腧穴)이 27기(氣)의 순환(循環)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일까?

「태충(太衝)」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혈(原穴)로서의 역할만이 아니라 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 노선의 운행시스템에 대한 보다 상세한 이해가 필요하다. 다음 시간부터는 경락(經絡)의 수송시스템에 대해 알아볼 시간을 가져보겠다.

 

김선모 / 반룡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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