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색스 ‘깨어남’ 읽고 환자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됐다”
상태바
“올리버 색스 ‘깨어남’ 읽고 환자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됐다”
  • 승인 2020.06.11 06: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책, 사람을 잇다(3) 김린애 상쾌한의원 원장

어린 시절 매주 책 사준 부모님 영향에 독서 습관 형성…전자책-종이책-오디오북 등 활용

책 구절 메모 후 독서노트 작성…‘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로 행복 가치관 변화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본지에서는 한의계의 다독가들을 만나 그들의 인생과 책 읽는 행위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들이 선택한 ‘인생의 책’을 소개받는 ‘책, 사람을 잇다’ 인터뷰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번에는 서울 시청 근처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료를 하고 있는 김린애 상쾌한의원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린애 원장의 독서습관은 어린 시절 부모님이 책을 자주 사주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역시 책을 좋아하던 부모는 김 원장과 그의 오빠에게 각자 매주 2권의 책을 자유롭게 구매하도록 권했다고 한다. 특정 장르 등을 한정하지 않아 만화책을 고르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의 독서는 시간이 지나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했다. 종이책 뿐 아니라 약 7~8년 전부터 e-book 리더기와 핸드폰을 활용해 전자책을 읽으며, 가끔 운전할 때는 오디오북을 듣는다고 했다.

김 원장은 “전자책 등을 활용하면서 동시에 여러 권의 책을 읽는 습관이 생겼다”며 “시간적 여유가 있고 집중할 만한 여유가 있을 때는 전공서적을 읽고, 바쁠 때는 내용이 챕터별로 나뉘어 있는 책을 읽는다. 운전을 할 때는 전체적인 줄거리는 이미 알고 있는 애거서 크리스티나 이영도의 책을 오디오북으로 들으면서 세부적인 표현을 다시 떠올리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킬링타임으로 로맨스 소설 등을 읽기도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여러 권의 책을 읽다보면 전에 읽던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거나 다른 책의 내용과 헷갈리는 일이 생기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래서 책 내용을 메모한 뒤 독서노트를 정리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많은 독서가들이 그렇듯 김 원장 역시 책을 읽으면서 줄을 치는 행위를 좋아한다고 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전자책의 경우 메모기능을 활용하고, 종이책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메모만 따로 모아 자신의 감상 등을 보충해 독서노트를 정리해왔는데, 이를 본 지인의 추천으로 작년부터 본지에 도서비평을 연재하게 됐다.

그는 “최근에는 비만, 수면, 과식 등의 주제를 정해 여러 가지 책을 읽고 있다”며 “의학적으로 전문적인 내용을 알고자 한다면 논문을 검색하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다. 다만 나는 그보다는 이러한 주제와 관련된 사람들의 인식과 사회현상적인 측면에 더 관심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 가지 책을 읽으면 이와 연관된 책을 연이어서 읽는 계독을 하기도 한다. 몇 년 전,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책을 읽고 죽음에 관한 주제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다”며 “이 때 같은 작가의 ‘어떻게 일할 것인가’와 헨리 마시의 ‘참 괜찮은 죽음’,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 될 때’ 등을 함께 읽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의 인생의 책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라는 주제와 연관이 많아보였다.

그는 올리버 색스의 ‘깨어남’이라는 책을 읽고 환자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이 책은 신경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뇌염을 앓은 뒤 입원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이중맹검법에 의해 엘도파를 투여하는 실험을 진행하면서 환자의 엘도파 치료 전후의 삶과 변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 대해 김린애 원장은 “환자에 대한 관찰과 의학적인 지식이 바탕이 되면서도 각각의 사람됨과 인생에 대해 감싸듯 둘러서 바라보는 시선이 좋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진료를 하면서 환자에게 티칭을 하는데 환자들이 이를 따라주지 않으면 의료인으로서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다”며 “그런데 이 책에는 질병을 치료하자 오히려 삶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환자의 사례가 있다. 그런 내용을 읽으면서 의료인으로서 환자에 대한 관점을 다잡았다”고 밝혔다.

또 인상적이었던 책으로 그는 대학생 시절 읽었던 대니얼 길버트의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를 언급했다. 이 책은 심리학자인 저자가 행복이라는 주제와 관련된 심리학, 철학, 인지신경과학, 행동경제학 등 각 분야의 최신 연구 결과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본지에서 도서비평으로 이 책을 소개한 적이 있다.

김 원장은 “평소 행복이 주관적이고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은 왜 행복을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지를 실험과 사례를 통해 객관적으로 알려줘서 마음에 와 닿았다”며 “그 전까지는 내가 행복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남들보다 특별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사람들이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특별하고, 그렇기에 서로의 행복을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