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위한 교육보다 풍부한 감정‧열정 기르는 양육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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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위한 교육보다 풍부한 감정‧열정 기르는 양육법 필요”
  • 승인 2020.06.1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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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이사람: 뇌과학육아법 강의하는 지승재 한의사.

공보의 시절부터 교육에 관심…뇌과학 통해 육아서 이면의 보편적인 지식 이해

‘자기조절력이 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 책 발간…향후 ‘부모학교’ 설립 목표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뇌과학적 지식을 접목한 양육법 강의를 하는 지승재 약선당한의원 원장.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국어, 영어, 수학으로 대표되는 입시용 공부가 아니라 창의력을 기르고 감정조절력을 기를 수 있는 학습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승재 원장을 만나 그가 생각하는 새로운 시대의 인재상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이들의 교육방식에 뇌과학을 접목한 강의를 하고 있는데, 이 강의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이전부터 인근 초등학교나 중학교, 또는 환자 부모의 요청에 따라 종종 강의를 했다. 뇌과학 육아를 테마로 본격적인 강의를 시작하게 된 것은 지난 2018년부터다. 구체적인 계기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27살 무렵 공중보건한의사로 근무하던 시절부터 교육에 관심이 생겨서 이런저런 책을 읽곤 했다. 나는 소위 말하는 강남 8학군 출신이라 학교 다니던 시절부터 많은 학원을 다니며 공부를 해오곤 했다. 그런데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이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러한 학습방식을 스스로 고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면서 육아서를 많이 읽었다. 이는 사실 어려운 점이 많다. 상당수의 양육서는 각기 다른 특색을 지닌 아이들과 부모의 개인적인 경험을 다루는 내용이 많아 이를 또 다른 아이의 양육방식으로 적용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점을 뇌과학을 접목해 보완하면서 부모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게 됐다.

2020년도 수능 응시생이 54만 명인데 최근 공무원시험 응시생은 약 30만 명이다. 사실상 절반이상이 공무원시험을 응시하는 셈인데 국어, 영어, 수학을 배워서 대학을 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라는 회의감이 든다. 오히려 대학은 이러한 사회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우리는 언어, 체육, 감정 교육을 해야 한다.

일을 수행하는 데 있어 이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정보는 대부분 영어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린 시절 아이들이 영어를 ‘외국어(foreign laguage)’가 아니라 한국인이 미국에서 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제2의 언어(second laguage)’로 인식하게끔 가르쳐야 한다. 또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체력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체력이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다. 게다가 신체활동을 활발히 하게 되면 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우리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선수급으로 신체를 단련시켜 뇌 발달을 도와야 한다. 이것이 학습 효율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소수의 엘리트가 사회를 이끌어가는 시대는 구식이고, 이제 다수의 협력이 필요한 사회가 됐다. 이런 사회에서는 타인의 감정을 잘 파악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뇌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아이를 낳고 양육법에 대한 고민이 많던 시절 우연히 ‘박문호의 자연과학세상’이라고 하는 뇌과학을 가르쳐주는 단체를 알게 되면서 이곳에서 약 4년간 뇌과학을 배웠다. 뇌과학을 배우고 나서야 개인적인 경험 위주의 육아서의 이면에 깔려있는 보편적인 개념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방식을 적용해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즐겁게 살 수 있을지, 정말로 부모가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강의에 나설 때마다 학부모들에게 자주 묻는 질문이 있다. 인간의 삶이 365일이라고 가정했을 때 인간이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기간이 얼마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진화생물학자의 계산에 따르면 이는 2시간에 불과하다. 즉, 인간은 결국 감정이 지배하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동물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면 교육이 쉬워진다. 뇌과학 등을 통해 아이들의 성장과 발육과정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아이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면서, 아이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본인의 조언을 듣고 긍정적인 변화를 얻은 사례가 있나.

가까운 예로 우리 한의원에서 일하는 실장님 딸의 사례를 들어보겠다. 나의 조언을 듣고 신중히 고민한 끝에 그는 대학을 중퇴했다. 그리고 현재 일본으로 건너가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에 가면 대형의 ‘건담’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 건담을 만들기 위한 3D프린팅 공모전을 열어서 전 세계에서 5명의 디자이너가 선정되었는데 그 중 2명이 한국인이었다. 한 명은 실장님의 딸이었고, 또 다른 한 명은 그를 가르친 대학 교수였다. 그가 이렇게 활약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언어능력이 뛰어났고, 대학시절 공모전을 다수 응모하면서 이를 인정받았고, 자신에게 필요한 3D프린팅 기술을 별도로 배울만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를 감정적으로 풍부하고 열정이 많은 아이로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자기조절력이 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라는 책을 발간했는데 이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수차례 강의를 하다보면 부모들이 종종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 육아법을 적용하기에 우리 아이는 너무 늦은 것 같다는 것이다. 특히 언어를 배우는 황금시기인 생후 6개월에서 12개월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우리아이 역시 그랬다. 그래서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거나 아이를 낳을 예정인 예비부모를 위해 이 책을 썼다. 내 강의 내용 중 뇌과학이나 신경학 등의 복잡한 이야기는 최대한 배재했고, 약 1시간 30분이면 일독할 수 있도록 가독성에 신경을 썼다. 육아에 답은 없지만 넓은 측면에서 바라보면서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현재 발간한 책은 뇌과학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재한 간결한 책이다. 이번에는 이에 조금 더 뇌과학적인 내용을 집어넣은 심화버전을 쓸 예정이다. 더욱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부모나 교육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후일 여유가 된다면 이러한 양육법을 가르칠 수 있는 부모학교를 설립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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