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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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빌2
  • 승인 2004.10.0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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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 바치는 헌사

올 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깐느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을 때 박찬욱 감독 못지않게 우리나라에 알려진 감독이 한 명 있었다. 요즘 TV에서 만나는 공익 CF에서 ‘올드보이’를 목청껏 외치는 사람, 바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다. 그의 5번째 영화인 <킬 빌(Kill Bill)>이 작년 11월에 이어 5월에 개봉되었다. 원래 한 편으로 만들어진 영화지만 상영시간이 길어서 1, 2편으로 나뉘어져 각각 상영되는 것이다.

내용은 결혼식 날 ‘빌’을 포함한 5명의 킬러들에 의해 총격을 입은 ‘더 브라이드(우마 서먼 紛)’가 4년 후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 그들에게 차례차례 복수한다는 것이다.
1편에서 2명의 킬러에게 복수를 했으니 2편에서는 3명의 킬러에게 복수를 해야지만 영화는 끝날 것이다.

<킬 빌>은 할리우드 영화이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봐왔던 할리우드 영화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영화다. 특히 타란티노 감독이 영화계에 입문하기 전 비디오 가게 점원을 하면서 섭렵한 홍콩 영화와 일본 사무라이 영화에 대한 오마쥬를 <킬 빌>을 통해 마음껏 보여준다.

1편에서는 사무라이 영화를, 2편에서는 쿵푸 영화를 보여준다. 만약 1970년대 홍콩의 쿵푸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그 향수에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화면 역시 21세기 화면이 아닌 1970년대 풍 화면을 그대로 선보인다. 하얀 백발 머리에 하얀 수염을 한 쿵푸 도사에게 우마 서먼이 쿵푸를 배우는 장면은 가히 잊혀지기 힘들 것이다. 성룡의 ‘취권’이나 그 당시 쿵푸 영화에서 봐 왔던 고난이도 기법 수련 방법을 우마 서먼이 답습한다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그 재미는 남다르다.

그런데 아쉽게도 <킬 빌2>는 여기까지다. ‘더 브라이드’가 누구고, 그녀의 아이는 어디로 갔고, 총격이 이루어진 날은 진짜 결혼식 날이 아니라 결혼식 예행 연습하는 날이었고… 등의 의문점들이 풀리지만 제목 그대로 빌에게 복수를 가할 때는 타란티노 감독의 힘이 빠져버린 것인지 또 한 번의 반전을 주기 위한 것인지…. 만약 <킬 빌1>을 보고 나서 그 엽기성에 반했다면 <킬 빌2>는 너무나 심심한 영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킬 빌>은 타란티노 감독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영화이다. 그만큼 자기만의 색깔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고, 아시아 문화에 대한 그의 존경심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타이틀 롤을 맡았던 우마 서먼 역시 강인한 모습의 여성을 100% 소화해 내고 있다. 타란티노 감독이 우마 서먼이 아이를 출산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영화 촬영을 왜 연기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영화가 다 끝났다고 바로 stop 버튼을 누르지 말자. 장장 13분 동안 올라가는 엔드 크레딧을 꼭 챙겨 봐야한다. 마치 성룡 영화를 보는 것 같이 영화 촬영시 발생했던 NG 장면과 촬영 장면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여기까지 다 보고 나면 왜 타란티노 감독이 깐느 영화제에서 <올드보이>를 극찬했는지 그 이유를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황보성진(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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