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26> - 『雜病提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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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26> - 『雜病提綱』
  • 승인 2020.08.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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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診病施治에 須審陰陽이 醫道綱領

조선조 말기에 필사된 절록본 의서 1종을 살펴보기로 한다. 작자는 밝혀져 있지 않으나 ‘戊寅四月初十一日’라 적은 필사기가 보인다. 제첨부를 덧대어 수보했기에 표지에서는 제목을 확인할 수 없고 하단에 ‘□…□(等)改修正冊’이라 적은 일부 문구가 남아 있다. 표지를 넘겨 이제면을 펼치니 ‘雜病提綱’이라 적은 서제가 보이고 ‘戊寅元月日’, ‘戊寅二月日’이라 쓴 필사기가 적혀 있다. 이로보아 작성 시기는 대략 1878년경 봄이 아닐까 추정할 수 있다.

◇ 『잡병제강』
◇ 『잡병제강』

본문 첫 면에 ‘朱先生雜病提綱’이라는 권수제가 적혀 있어 『의학입문』‘丹溪朱先生雜病提綱’을 藍本으로 祖述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챌 수 있다. 대문은 “中風卒倒分眞似, 口眼喎斜語話難, 痰塞喉中聲噫噫, 半身不遂四肢癱, ……”으로 시작해 7언으로 이루어진 가부로 정연하게 전개되어 있다. 또한 내용 가운데 “西北眞中宜分治, 東南兼中審實虛”라는 두 문구에는 각각 風高와 地濕이라는 주기가 달려 있다. 곧 서북지방에는 바람이 세어 진중풍이 오기 쉽고 동남쪽은 습지대가 많아 진중풍보다는 겸증이나 유증풍의 경우가 많으니 허실을 가려서 치료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또한 치법에 있어서 “主火主氣或主濕, 內傷兼似盡相須”라는 문구에서 주화라는 문자 옆엔 河間(劉完素), 主氣에는 東垣(李杲), 主濕에는 丹溪(朱震亨)라고 작은 글자로 쓴 주석이 옆줄에 곁들여 져 있다. 이것은 이른바 金元 4대 의가라고 불린 의학자들이 주창한 병인치법설을 특기해 놓은 것으로 대문을 위주로 암송하면서도 세부지식을 함께 곁들여 파악할 수 있도록 특기한 것이다.

이어 冒風이란 항목이 外感風 조에 부가되어 있고 風類에 頭眩(精明之府), 頭痛, 頭風, 眉稜, 面風(諸陽之會), 眼, 耳(腎之竅), 鼻(肺之竅), 口舌脣, 牙齒, 痛風, 痺風, 麻木, 斑疹(三焦無根之相, 大斑也. 心火, 疹也.), 赤白遊風에 이르기까지 풍병을 다루고 있다.

그 뒤론 寒類 질환이 해수로부터 시작하여 곽란, 심비통, 복통이 다뤄지고, 서증에 瘧, 痢(痢者利也, 法當利下也.)을, 그리고 濕증에는 痞滿, 설사, 탄산, 황달, 수종, 脹滿(鼓脹), 적백탁, 요통, 산통, 각기(類傷寒) 등의 질환증상이 들어 있고 또 조증에는 소갈, 燥結이, 화증에는 협통, 소변불금, 탈홍 등 병증이 다뤄지고 있다.

또 뒤이어 내상조리비위, 내상유상한, 적취, 蠱瘴, 그리고 氣類 병증으로 기체, 혈류에 토혈, 嘔血衄血, 漱唾咯, 溺血, 便血 등, 담류에 喘, 哮, 오심, 嘈雜, 噯氣, 구토, 액역, 격얼, 관격 등을, 이밖에도 痓, 癎, 癲狂, 驚悸怔忡健忘, 인후, 鬱, 적취 등이 이어진다. 한편 諸虛에서는 허류 병증으로 발열과 자한, 도한을 거론하였다. 또 痿, 厥, 癆瘵, 諸蠱, 求嗣, 養老(附鬚髮), 沉寒痼冷이 들어있다.

부인문은 經候, 붕루, 대하, 징가(與男子積聚條參看), 태전, 태동, 태루, 오심, 자번, 자현, 자종, 자간, 자림, 子瘖, 임산, 산후로 이어진다. 이어 소아문에는 특별히 觀形항목을 두어 소아의 관형찰색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또 察脉항이 배치되어 있는데, 소아초생으로부터 半歲(곧 생후 6개월)까지는 이마에서 額脉을 보고 周歲(돐 이후~6세까지) 이상은 虎口三關맥을 살펴보라고 하였다.

호구삼관맥에 대해서도 맥결가처럼 가부로 적어놓았는데, “食指風氣命三關, 五色惟有紅黃安, 淡紅寒熱靑驚積, 深紅疹痘是傷寒, … 鎗形痰熱驚風搐, 雙字食毒驚積難.”까지 암송하기 쉽게 하였다. 또 乳子調護가 있고 小兒病機에는 初生胎毒으로부터 천조경풍, 변증산기, 귀흉귀배, 오연오경, 단독내상에 이르기까지 소아병이 차례로 등장한다. 마지막 장에 “診病施治는 반드시 음양을 살펴야하니 이것이 醫道의 綱領이다.”라는 말로 강조하며 끝을 맺고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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