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19] 博物志②
상태바
[고의서산책219] 博物志②
  • 승인 2004.10.01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고대 의학문화 잡학사전

지난 호에 미처 다 살펴보지 못한 藥物관련 내용이나 의학문화와 관련한 고대 역사 기록 중 몇 가지를 찾아서 읽어보기로 하자. 우선 이 책의 서문에 해당하는 地理略의 첫 머리를 보면 저자가 『山海經』, 『禹貢』, 『爾雅』, 『說文』과 지리지 등을 참고했다고 밝혔는데, 『禹貢』은 『尙書』의 夏書편이고 『說文』은 東漢 許愼이 지은 고대 문자의 字源을 분석한 사전이다.

권1의 山편을 보면 渤海의 한 가운데 蓬萊, 方丈, 瀛州라는 三神山이 있는데 신선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하였다.
일찍이 仙藥을 캐려고 이곳에 간 적이 있다는 사람들에 의하면 짐승과 새들은 모두 흰빛이고 궁궐은 황금과 은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적혀 있다. 이른바 三神山이란 고대 인류가 長生不死를 고대하는 이상향임을 알 수 있다.
요즘 焦眉의 관심사가 된 동북공정과 관련해 우리 고대사 중 북방 민족사의 일면도 찾아볼 수 있다.

관(꿰뚫을 관)丘檢이 王領을 보내어 高句麗를 쫓아 沃沮의 동쪽 경계에 다다랐다. 그곳의 늙은이에게 물으니 예전에 그 나라 사람이 배를 타고 고기를 잡다가 풍랑을 만나 동쪽으로 수 십일을 떠다니다가 섬 하나를 만났다. 섬에 올라보니 그곳 사람과는 말이 통하지 않았으며, 매년 칠석날에 어린 소녀를 데려다가 바닷물에 빠트리는 풍속이 있다고 하였다.

권4의 物性편에 보면 九竅가 있는 것은 胎生이고 八竅만 달린 것은 卵生이라고 하였다. 9규는 耳, 目, 口, 鼻 七孔에 요도와 항문을 더한 것이고 8규는 생식기와 배설구가 하나로 된 것이니 물고기나 조류, 파충류가 이에 해당한다. 자연생태를 세심하게 관찰한 결과를 적은 것으로 되씹어 볼만 하다.

의약과 가장 관련이 깊은 내용은 藥物편으로, 약물의 종류는 같을지라도 쓰임새가 다른 것이 있으니 烏頭, 天雄, 附子는 같은 약이지만 채취하는 계절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눠지게 된다고 하였다. 이어서 여기에 등장하는 약물로는 遠志, 芎궁, 菊花, 茯笭, 琥珀, 地黃, 토絲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어 藥論편에는 본초약재에 대한 본격적인 논설이 실려 있는데, 맨 처음 논설에는 약물을 상중하 三品으로 분류하고 있다. 上藥은 養命하는 것으로 연단하는 五石(丹砂, 雄黃, 白礬, 曾靑, 磁石)과 延年하는 六芝(石芝, 木芝, 草芝, 肉芝, 菌芝)를 말한다.

中藥은 養性하는 것으로 분노를 삭이는 合歡이나 근심을 잊게 하는 萱草를 이른다. 下藥은 治病하는 약이니 대황으로 積滯를 없애고 당귀로 止痛시키는 효능을 가리킨다. 병증에 따라 알맞은 약을 골라 쓰지 않으면 하늘을 원망하고 귀신을 숭배하게 된다고 경고하였다.

食忌편에는 콩, 느릅나무, 보리, 羹茶, 小豆, 귀리, 아욱과 같은 곡식류를 장기간 섭취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해 언급하였다. 사람뿐만 아니라 짐승의 경우에도 말이 곡식을 먹으면 발걸음이 무거워져 걷지 못하고 기러기가 좁쌀을 먹으면 날개가 쳐져 날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하였다.

藥術편에는 더 재미난 내용이 들어 있다. 우선 胡粉과 白石灰를 물에 개어 흰수염에 발라 염색하는 방법을 소개하였고 해묵은 아욱 씨를 불에 살짝 볶아 땅에 뿌리면 그날 중으로 싹이 튼다고 한다. 또 아욱씨를 가을에 파종하여 덮개를 씌워놓은 다음 겨울을 지낸 후 봄에 결실을 맺게 하는 春花 처리 방법도 실려 있다. 아울러 게와 옻칠을 섞어놓으면 물로 변하는데, 長生不老하는 약이 된다고 한다. 歡術편에는 얼음을 둥글게 깍아서 햇빛을 투과시켜 쑥에 불을 붙이는 내용이 들어있어 고대 과학의 일면을 살펴볼 수 있다.

服食, 辨方士편에서는 도가 계통의 특이치료법이나 음식요법, 輕身術, 尸解法, 벽穀法, 呼吸吐納 등과 같은 수련행공법이 들어 있다. 또 容成御夫人法과 같은 房中術, 降龍伏虎라 부르는 神仙道, 黃白術이라 부르는 煉丹術에 관한 내용도 들어 있어 흥미를 끌고 있다. 아무튼 고대 의약문화와 본초약물학적 지식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누구나 재미있게 읽어볼 만한 고전명저임에 틀림없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