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세상에서 가장 쉽고 재미있는 미생물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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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세상에서 가장 쉽고 재미있는 미생물 수업
  • 승인 2020.08.14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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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naiching@naver.com

대구한의과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내경한의원장과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및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있으며, 의사학전공으로 논문은 '의림촬요의 의사학적 연구' 외에 다수가 있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도서비평┃ 나는 미생물과 산다

제목이 “세상에서 가장 쉽고 재미있는 미생물 수업”인 것은 이 책의 뒤표지에 그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읽어본다면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들어 미생물에 관한 서적들이 부쩍 많아져, 이제는 일반 상식처럼 인구에 회자(膾炙)되곤 한다. 그렇게 보면 이 책도 벌써 출판되고 2년을 넘겼으니 이미 고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구환경이 빠르게 망가져 가고 ‘코로나19’로 세상이 떠들썩한데, 우리 의학이 배제된 점을 고려하면 우리 모두에게 이 책의 내용은 현재진행형이다. 또한, 비전문가들의 번역서가 난무하는 요즘, 이 책은 저자와 같은 전공자에 의해 쉽고도 체계적으로 쓰였다. 소개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베테랑 출판사에 의해 잘 다듬어진 미생물 분야의 유일한 교양 필독서다.

김응빈 지음, 을유문화사 간행

대개의 우리에게는 ‘미생물’이란 단어 자체가 어쩌면 상당히 생소할 수도 있다. 필자에게도 물론 그랬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서해안 간척사업이 새만금과 시화지구를 먹여 살리는 토지개발인 줄 알았으니까. 다행히도 오늘날 서해와 남해안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생태계의 다양성을 살리는 역할을 조금씩 하고 있다. 이처럼 생명 활동을 파고들면 그 가장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은 미생물이다. 우리 몸무게의 2%를 차지하는 미생물은, 약 100조 개의 세포 수로 이뤄진 성인의 경우에, 최소 10배 더 많은 1,00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일부의 병원성 미생물 때문에 기피할 것이 아니라, 의료인은 훨씬 많은 우리 몸의 미생물을 살려야 한다. 즉 인류 진화의 관점으로 지구환경 속에서 미생물과 공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바로 그것을 할 수 있는 학문이 우리 의학이다. 근본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계절에 따라 농사를 짓듯 장기(臟器)간의 균형을 중시하며, 시내와 강이 산과 들을 지나 바다로 가듯 경락(經絡)으로 소통시킬 줄 아는 학문이 또 어디 있으랴. 질병이 생겼다 할지라도, 전통적인 철학적 사유와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의 재료와 생물 간의 조화를 통해 빠르고 안전하게 치료하지 않는가! 간혹 과학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검증이 되었니 안되었니 하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그건 한방이든 양방이든 분류학상 경험의학이고, 반복적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과학적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함부로 하는 말일 뿐이다. 또는 농약이 어떠니 말을 하지만, 탕약은 농약도 거의 검출되지 않고 우리가 먹는 쌀보다 깨끗하다는 실험 결과를 아는가?

질시와 반목이 아니라 한의학의 현대화를 통해 서로 협조가 된다면, 우리 의학이 세계의학으로 더욱 큰 발돋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왜 이렇게 오래된 첨단의학이 홀대받고 있을까? 현재와 같은 유행병이 나라 안팎으로 득세할 때, 유독 우리 의학만 배제되는 행태는 너무 아쉽다. 우리 학문을 공부하기도 바쁜 우리지만 저들 입맛에 맞게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오늘의 현실인 점을 감안하면 미생물학과 한의학이란 참으로 매력적이다. “한방은 양방처럼 하려 하지 말고, 원래 하던 대로 해라.”는 말을 들을 때 또한 서운하다. 시대변화에 맞춰 현대화하자는데, 멀쩡한 전철과 자동차 놔두고, 나귀나 가마 타고 다니랴?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독자에게 우리 의학과 미생물학의 접점을 안내해줄 것이라 여긴다.

 

김홍균(金洪均) / 서울시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김홍균
대구한의과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내경한의원장과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및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있으며, 의사학전공으로 논문은 '의림촬요의 의사학적 연구' 외에 다수가 있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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