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28> - 『運氣衍論』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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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28> - 『運氣衍論』②
  • 승인 2020.08.22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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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뜻하지 않은 돌림병 예측법

진정 국면에 들어서서 주춤해지나 싶었던 코로나 감염병 유행이 휴가철을 맞아 한층 더 증폭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조선시대에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돌림병이 끊임없이 도래하여 인명이 희생되고 생업을 돌볼 수 없는 지경이 되곤 하였다. 사실 이름이 알려진 대부분 임상명의들은 훌륭한 저작을 남기거나 많은 환자를 치료해서가 아니라 뜻밖에 유행한 역병에 맞서 싸운 인물이다.

◇ 『운기연론』

오운육기는 자연의 변화규율과 기상이변의 원인을 설명하고 이를 예측하여 대처하기 위한 전통의학의 한 분야라 할 수 있다. 역대 수 많은 의가들이 오운육기의 중요성을 언급하였으나 얼마나 임상에 유용하게 적용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조선에서 이 오운육기를 깊이 연구하여 임상에 적용시킨 것은 윤동리라는 儒醫이며, 그는 원래 유가의 후손으로 태어났으나 과거를 포기하고 합리성을 강조한 유학적 학술 기반을 토대로 수리오행과 한국적 현실을 결부시켜 독자적인 운기임상학을 펼쳐냈다.

흔히 『草窓訣』이라 불리는 이 동국운기서는 조선에서 간행된 적이 없기에 초사본 형태로만 전해지기에 여러 가지 서명으로 남아 있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완정한 형태의 정본이 확정되지 않은 채 서로 다른 시기에 작성된 다양한 이종사본이 전존하며, 다른 책의 내용이 섞여 기록되거나 차서가 뒤바뀐 채로 전해진다.

대략 권두에 서문을 비롯하여 운기병증과 五運合紀의 序說을 두었고 ‘甲辛生人, 遇甲辛年病’으로부터 시작하여 ‘庚丁生人, 遇壬己年病’에 이르기까지 출생년의 십간을 2조씩 짝을 맞춰 배열하면서 당해 년의 십간에 따라 달라지는 五行相克의 병리기전과 병증치법, 그리고 치방을 거례하여 설명하고 있다. 다만, 천문학적 관찰과 자연의 이치에 기반을 두었다 하지만 대개 수리오행과 상생상극 관계로 설명하고 있기에 금방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이어 ‘六氣相通, 皆腑病’이란 조문이 등장하는데, ‘子午少陰君火, 卯酉陽明燥金, 辰戌太陽寒水, 丑未太陰濕土, 寅申少陽相火, 巳亥厥陰風木’으로 12지와 삼음삼양으로 조합된 대대관계를 표출시켜 놓았는데, 매해마다 정해진 주운주기와 해에 따라 계절마다 바뀌어 도래하는 객운객기의 상호 관계와 그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문곡직 이 조합식을 익숙하게 암기해 두어야만 한다.

그 다음엔 運氣詩가 등장하는데, 말 가운데 “…… 天時勝則捨人之病, 而從天之時, 人病勝則捨天之時, 而從人之病也.”란 글귀가 있으니 역시 하늘이 내린 天疫이나 사람으로 인해 만들어진 人病이나 항시 예외는 있으므로 무엇이든 오로지 한 가지만을 고집해서는 안 되며, 의학이란 역시 변통에 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어 육기론에서는 자오년에는 正陽湯, 축미년에는 備化湯, 인신년에 升明湯, 묘유년에 審平湯, 진술년에 靜順湯, 사해년에 敷和湯을 제시하였다. 풀이에서 운용법에 있어서 初氣에서 三氣까지 상반년은 司天이 주관하므로 정양탕을 쓰고 四氣에서 終氣까지 하반년은 在泉이 주관하므로 심평탕을 써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또 그 뒤를 이어 자오년으로부터 사해년까지 매해에 따라 달라지는 운기변화를 6종으로 분류하고 그 아래 사천재천의 육기와 오행의 생극변화와 치법, 치방을 간략하게 배열해 두었다. 예컨대, 자오세는 ‘少陰君火司天, 陽明燥金在泉’인 해이다. 초기에는 태양에 궐음이 加臨하므로 水能生木하므로, 병자가 만약 목기가 강한 巳亥생이면 부화탕을 쓰고 그렇지 않다면 쓰지 말라고 하였다. 오늘날 전 세계가 처한 기상이변과 역병사태를 오운육기로 해석해야할지 인류문명이 자초한 초유의 人災로 봐야할지 모르겠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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