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녹용’ 연재 마친 김규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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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녹용’ 연재 마친 김규태 원장
  • 승인 2004.10.0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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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세율이 녹용 밀수 부추겨”
녹용 감별 능력이 문제 해결책
한의사, 形과 質관찰 익숙해 용이

녹용은 뛰어난 효능을 지녔고, 한의학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약재이다. 그러나 밀수 등 녹용을 둘러싼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한의계는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고, 한의계 내부에서도 녹용에 대한 의문은 가시고 있지 않다. 본지에 4회에 걸쳐 ‘녹용 제대로 알고 씁시다’를 연재한 김규태 (주)디에이치 대표(인천 서구 오룡한의원장)로부터 시리즈에 못 다한 얘기를 들어 봤다. <편집자 주>


▲한의사 신분으로 한약재 유통 중 가장 난맥을 이루고 있다는 녹용 시장에 직접 뛰어들기는 상당히 어려웠을 텐데….

=한의사로서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만큼 중요한 것은 한약재의 질이라고 생각한다. 즉, 좋은 한약재의 공급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래서 한약재의 유통과 공급에 대해서 조사를 하게 됐고, 녹용의 수급과정에 집중했었다.
시장조사를 하면서 첫째, 한의사들은 녹용에 대해 정보가 부족해 모르고 있다는 점. 둘째, 녹용에 대해 불신이 있어도 “어쩔 수 없다”라고 체념하는 것이 보편화됐다는 점. 셋째, 녹용 시장에 기존 업자들의 농간이 심해도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는 점 등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래서 작은 힘이나마 녹용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녹용을 올바르게 보급되게 하는 데 힘이 되어 보자고 했던 것이 계기라고 할 수 있다.

▲연재에도 잘 나타나 있지만 현재 유통되고 있는 녹용문제를 단적으로 말하면 무엇이며, 해결책은 무엇인가?

=조사결과 일부에서는 수입 금지된 캐나다 산 엘크 녹용이 뉴질랜드, 깔깔이, 심지어는 원용으로까지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또 저가의 녹용이 고가의 상품에 섞여 판매되고 있다는 것도 확인됐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서 수입되는 녹용은 전체 수입량의 10%에도 훨씬 모자라는 데 한의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원용은 이보다 훨씬 많다. 이는 밀수품이거나 다른 녹용이 원용으로 둔갑했다는 말이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려면 우선 한의사들이 녹용을 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10년 이상을 녹용을 제조·판매해 온 사람도 절편해 놓은 녹용을 구분하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한의대에서 녹용의 감별법을 따로 교육받은 것도 아니고, 공부한다고 금방 깨우쳐지지도 않을 것 같은 데….

=일반인이 녹용을 대충 감별할 수 있기 위해서도 어림잡아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의대에서 6년 간 교육을 받고 나온 한의사의 경우는 다르다. 한의대에서 形과 質을 보는 법을 반복해 교육받았고, 한의사 업무의 특성상 형과 질을 눈여겨보는 것이 습관화 돼 있다시피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이 1년 이상 걸린다고 해도 웬만한 한의사는 그 기간을 반의 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직접 썰어보면 느낌이나 소리가 다르다. 원용과 깔깔이를 한 움큼 잡고 눌러보면 원용은 딱딱하고 튕기어 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나 깔깔이는 그렇지 않다. 조직도 다르다. 몇 가지 주의할 점만 기억하고, 몇 차례 반복해 비교해보면 녹용 감별이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사진 참조>

▲일반 녹용을 값비싼 원용으로 속여 파는 것도 문제지만 밀수나 관세포탈 등 녹용의 유통에는 상당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일반인에게 녹용에 대한 나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높고 한의계의 위상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이 나타났던 가장 큰 원인은 조세문제에 의한 것이었다.
특소세가 10%이었을 때 교육세 및 부가세를 포함해 세금은 신고금액의 55%에 육박했다. 그러다 7%로 인하됐고 현재 특소세 비율은 4.9%다. 그러나 전체 세금액은 여전히 신고금액의 40%가 조금 넘는다. 그러다 보니 수입해 올 때 신고금액을 낮추는 것은 일반화 됐고, 밀수도 끊이지 않는 것이다.
다행히 이번 국회에서 녹용에 부가되는 특소세가 폐지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감세 효과도 부족하고, 사치품 취급을 받아 대상품목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따라서 수입가격을 낮춰 허위로 신고하는 관행과 밀수입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한의계를 비롯해 녹용관련 업계가 얼마나 힘이 부족하고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는가를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생산량이 부족해 녹용은 고가의 한약재로 취급됐다. 서민 생활수준도 낮아 녹용이 처방된 한약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생산량이 급격히 많아졌고 가격도 낮아졌다. 서민들의 생활 수준도 좋아져 녹용 처방 한약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었다. 또 녹용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훌륭한 의약품임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녹용은 아직까지 사치품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의사들은 농산물 밀수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등장하는 녹용을 보고 씁쓸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세금이 부추긴 결과다. 이제라도 한의사를 비롯한 녹용관련 업계의 인사들은 녹용이 건전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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