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박히준의 도서비평] 30년 후 새로운 동의보감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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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박히준의 도서비평] 30년 후 새로운 동의보감을 생각하며
  • 승인 2020.08.28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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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히준

박히준

mjmedi@mjmedi.com


도서비평┃당신이 생각조차 못 해 본 30년 후 의학 이야기

본과 2학년 한방병리학 시간, 동의보감의 저자이신 허준 선생님과 동명(同名)이셨던 허준 교수님께서 과제를 내주셨다. ‘20년 뒤의 한의학, 그리고 나의 모습’에 대해 글을 써서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당장 졸업 후에 무엇을 할지도 막연하던 그때, 20년 뒤를 생각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무엇을 하면 좋을까, 한의학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를 상상하는 일은 참으로 흥미진진한 일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 당시 제출했던 리포트의 내용이 이리 생생히 떠오르는 것을 보면...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의 세상은 그때 상상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어디 그뿐이랴. 내가 하고 있는 일 또한 본2 학생으로서 상상했던 그 삶과 많이 달라져 있음에.

윤경식 외 9인 지음,
청아출판사 출간

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가속도가 붙어 멈출 수 없는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듯 하다. 노화와 비만의 문제가 보건사회 이슈의 중심에 서 있고, 환경의 파괴로 예측할 수 없는 기후 변화에 직면해 있으며, 항공산업으로 1일 생활권이나 다름 없었던 세계가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사람들 발을 묶어놓았다. 한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발달은 과연 인류에게 복이 될지 아니면 재앙이 될 지에 대한 난상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이렇듯, 환경이 변하고, 기술이 변함에 따라, 사람의 삶의 방식과 질병 또한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급속한 변화 속에서 30년 뒤에 한의학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한의학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근 출간된 “당신이 생각조차 못 해 본 30년 후 의학 이야기”라는 책은 30년 뒤의 한의학을 생각해 볼 단초를 마련해 주었다. 이 책은 경희대 개교 70주년을 맞아, 한의학, 의학, 치의학, 약학, 간호학 등의 의생명분야와 식품영양, 환경공학, 생명공학,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미래 사회와 의학에 대한 전망과 고민을 담아내었다. 특히 반가운 것은 전문적이어서 어려울 수 있는 내용들을 30년 후 주역이 될 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펼쳐 놓았다는 점이다.

1장에서는 점점 뚱뚱해지는 현대인, 점점 나이드는 사회, 환경오염과 환경호르몬의 문제 등을 중심으로 30년 후 의학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게 될 사회적인 변화 요인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러한 이슈들은 각 개인들이 해결해야할 문제라기보다 사회적인 관점에서 원인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필요가 있음에 공감하게 된다.

다음으로는 기술적 측면에서 30년 후 의료 모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키워드들을 소개한다. 예를 들면, 유전자 검사, 크리스퍼 캐스9과 유전자 편집기술, 그리고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한 의료 영역의 확장, 인공지능이 의학계에 미칠 혁명과 같은 변화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 중에는 이미 의학에 적용되기 시작한 것들도 있고, 임상에 적용되기까지 아직은 먼 길을 가야하는 것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이 한의학과 만나 인간의 건강과 삶이 더욱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되도록, 활용과 협력의 장을 마련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맞춤영양과 건강의 문제, 한의학 기반 기능성 소재개발에 대한 동향과 비전에 대한 견해도 흥미롭게 읽어 볼 만한 주제이다.

이 책을 읽으며, 30년 뒤의 한의학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 무엇이든, 지금 상상한 그 이상이 될 것이기에, ‘현재에 발을 딛고, 시선은 미래를 향하며’, ‘끊임없이 분석하고, 상상하고, 예측하며’ 다가올 미래 한의학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30년 후 새롭게 동의보감을 쓰게 된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지금 당장 상상하기는 어렵겠지만, 분명 그 책에는 30년 후 이 사회가 짊어지고 있는 보건사회적인 이슈와 새롭게 변화된 질병에 대한 해결 방안을 담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박히준 / 경희대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 소장, 경희대 한의대 교수, 장-뇌축기반 맞춤형 침치료기전연구실 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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