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중의학이 있습니까?” - 차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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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중의학이 있습니까?” - 차웅석
  • 승인 2004.10.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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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의학 중심의 표준화 시도

2002년 3월부터 2003년 8월까지 경희대학교에서 북경중의학대학의 연구원으로 파견 근무를 나가 있었다.
2002년 11월 북경에서 제1회 국제중의학교육학술대회가 열렸는데, 경희대학교 안규석, 김남일 교수를 비롯 대구한의대, 세명대에서도 몇 분이 참석하였다.

당시 안규석 학장은 “이 대회는 중국의 주도 아래 전통의학의 교육체계를 표준화하려는 작업으로, 이후 전세계 전통의학은 중국 중심으로 확실히 굳어지게 돼 한국한의학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학회라고 해서 세계 곳곳에서 참여하였지만 외국에서 온 사람들 중 반수이상은 화교들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중국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어서 중의학과 크게 인연이 없는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회 명칭 자체도 중의학(TCM)이었고 중의학 이외의 전통의학은 명함조차 내밀 기회가 없었다.
경희한의대 학장을 공식초청하고 대표연설까지 하도록 해주었지만, 한의학은 중의학의 한 아류정도로, 즉 중국전역에 산재해있는 소수민족의학의 하나로 치부하려는 의도가 역력했다.

심지어 자유토론 시간에 중의학(TCM)이라는 명칭을 세계인이 공용하기 어려우므로 Oriental Medicine으로 하자는 주장을 여러 비중국계 참가자들이 주장했지만 속된 말로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한국에도 중의학이 있습니까?”라는 말은 너무 많이 들어서 나중에는 놀라지도 않았다.
‘전통의학’이니 ‘동양의학’이니 하는 보편적인 용어를 쓰는 경우는 특별히 나같은 외국인을 의식할 때 뿐이었다.

우리의 韓國醫史學會(1999년에 大韓原典醫史學會에서 분리)에 해당하는 中華醫史學會 회원은 약 600명 가량으로, 교수급 연구진만 해도 200명이 넘는다.
1년에 한번씩 하는 학술대회에 백여명 이상이 참가해서 3일 밤낮에 걸쳐 참가자 전원이 발표와 질의응답을 한다.
만약에 이 사람들이 ‘동북공정과 중의학’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아마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차 웅 석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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