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30> - 『漢方醫學小兒專科』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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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30> - 『漢方醫學小兒專科』②
  • 승인 2020.09.0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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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소아전문과를 주창한 의론서

서명인 『漢方醫學小兒專科』에서 보듯이,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근현대 한의학 발전사상에서 소아병의 전문과를 본격적으로 주창했다는 것으로 큰 의의를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고래로 역대 의가들이 영유아질환 치료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장부나 부녀병과 구분하여 별도의 장을 두어 전문적으로 기술해 왔다.

송대 錢乙이 『小兒藥證直訣』을 지어 소아과전문서의 효시로 떠받들어지지만, 책 안에 소아병만을 국한하여 기술한 것은 아니다. 또한, 후대로 오면서 두창이나 마진과 같은 전염성질환으로 인한 소아사망 비율이 크게 늘면서 두창과 마진이 소아질환의 대표명사로 인식되었다. 나아가 마치 그것이 소아병의 전부인 것처럼 간주되면서 유소아의 일상질환이나 생리 특성, 성장발육에 따른 장애 등은 상대적으로 그 중요성이 간과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근대 소아과학은 최규헌의 『소아의방』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독자적인 영역으로 구축되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규헌은 위에서 언급한 소아전염병을 제외하고 소아의 생리적 특성과 성장발육에 따른 이상증후를 논하고 치료상 차이점을 부각함으로써 근대 소아과학의 범주를 새로 마련했다고 평할 수 있다.

이를 이어 이 책에서는 본격적으로 전문소아과를 주창했으니 바로 첫머리에 놓인 ‘小兒專科緖論’이라는 논의가 출발점이다. 저자는 연약한 소아의 기질특성을 고려하여 和平한 약재를 기본으로 통치방을 구성하여 쓰고 만일 별도의 부가증상이 있으면 兼治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여 가감용법을 제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 『한방의학소아전과』
◇ 『한방의학소아전과』

다만 이 논의에서 몇 가지 시대적 한계를 감지할 수 있는데, 먼저 소아의 상습질환보다는 급병 즉, 위급질환의 증상을 완해하는 것을 1차 목표로 기술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각은 소아병증은 단지 驚風과 熱痰만 다스리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小兒之症不過曰驚風熱痰而已)는 소아 병인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을 답습한 것으로 여전히 소아에게 빈발하는 급성 증상 몇 가지만을 위주로 소아과 영역의 테두리를 삼고 있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이 같은 견해를 바탕으로 치법용약에 있어서도 비록 소아처방이 여러 가지이지만 들어가는 약재는 거의 비슷하고 크게 다를 것 없다는 편향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製方雖殊, 而所入之材, 則大同小異’) 또한 용약제방에 있어서도 효과 좋고 긴요한 방제를 선택하되 구하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약재를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약효가 비슷한 것을 찾아 가미한다 하였으니 이 또한 전통 향약의학의 입장을 묵수하고 있는 셈이다.

몇 가지 소아 치료에 있어서 인습적인 시각과 방식을 답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형적인 소아질환 특성 이외에도 일반소아질환을 두부, 면부, 비부, 순부, 이부, 신부, 수족부, 흉배요협부, 제부, 대소음부와 같이 인체부위별로 세분하여 각종 병증을 다룬 점은 역시 전염병과 몇 가지 특정질환만을 위주로 소아질환을 설정한 것에서 진일보하여, 성장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신체변화와 이상증후를 종합적으로 다루게 되었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면모는 전통의학이 근현대 한의학으로 전개되는 과정 에서 각 전문분과의 독자적인 영역 설정 과정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앞서 말한 소아전과 緖論에 이어 본편도 ‘小兒專科’라는 서제를 부여하고 본편 말미도 ‘小兒專科終’으로 마무리한 것으로 보아 소아영역에서의 전문분과 설정에 대한 저자의 의도는 확고해 보인다. 그의 전문적인 소아과 의론은 부록편에서도 등장하는데, 다시 한 번 살펴볼 기회를 갖기로 한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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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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