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시간을 거스르는 화려한 추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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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시간을 거스르는 화려한 추격전
  • 승인 2020.09.0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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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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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medi@mjmedi.com


영화읽기┃테넷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출연 : 존 데이비드 워싱턴, 로버트 패틴슨, 엘리자베스 데비키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 존 데이비드 워싱턴, 로버트 패틴슨, 엘리자베스 데비키

 

기나긴 장마가 끝나고 뒤늦은 폭염 속에 어느 덧 9월을 맞이했다. 자연의 섭리는 거스를 수 없듯이 서서히 가을이 다가옴을 느낄 수 있지만 우리 생활은 여전히 코로나로 인해 계절의 변화를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는 아쉬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확진자들이 급증하면서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되고 어디가 끝인 줄 모르기에 그 공포감이 더욱 더 커지는 것 같다. 만약 이 때 누군가가 미래와 조우하여 어떻게 되는지 살짝 정보라도 전해준다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마치 영화 <테넷>처럼 말이다.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인버전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세상을 파괴하려는 사토르(케네스 브래너)를 막기 위해 투입된 작전의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는 인버전에 대한 정보를 가진 닐(로버트 패틴슨)과 미술품 감정사이자 사토르에 대한 복수심이 가득한 그의 아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과 협력해 미래의 공격에 맞서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인터스텔라>로 천만관객을 동원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많은 영화 팬들을 흥분시켰던 <테넷>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그동안 어떤 내용인지 알려진 것이 전혀 없어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던 영화였기에 하루 빨리 보고 싶었지만 이 역시 코로나가 발목을 잡았고, 결국 개봉일정을 계속 연기하다가 8월말에 개봉했지만 또다시 코로나의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극장에서 놓치지 않기 위해 보러 갔었는데 선택은 옳았던 것 같다. <테넷>은 일단 내용을 떠나서 영상 스케일과 사운드 측면에서는 극장에서 봐야만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있기에 놀란 감독의 찐팬이라면 꼭 극장에서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놀란 감독의 스타일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에 <테넷>에서 또 어떤 시간에 대한 내용을 보여줬을까 엄청나게 궁금했었는데 이번에도 가히 상상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영상화 하면서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늘 잘 나가는 감독들의 면모를 보다보면 느껴지는 공통점이 인기와 제작비가 비례하면서 초심을 놓치고 내용보다 비주얼 스케일을 더 강조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잘 되는 감독이 없지는 않지만 대다수 그 때를 정점으로 하락세로 접어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테넷>을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다. 분명 영화적 시간을 재해석하면서 보여주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영화이지만 엔딩 타이틀이 올라가면서 든 생각은 이게 뭔 내용인가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영화를 해석하는 능력이 많이 떨어져서 이해를 못했나 싶어 검색을 했더니 필자만의 문제는 아닌 듯 했다. 모름지기 영화는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한데 놀란 감독은 소통의 끈을 놓치고 대신 화려한 아이디어의 비주얼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면서 자랑하고 있는 듯했다. 아니면 영화 속 대사에도 나오듯이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느껴야만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야기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n차 관람이 필요한 <테넷>이 코로나 시국에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 궁금해진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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