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31> - 『漢方醫學小兒專科』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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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31> - 『漢方醫學小兒專科』③
  • 승인 2020.09.12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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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저자미상 依原擧綱 규명할 단서

이 책 『漢方醫學小兒專科』말미에 ‘小兒專科終’이라 적은 본문이 끝나고 곧이어 부록편이 등장하는데, 여기에 아주 흥미로운 내용이 실려 있다. 바로 ‘三考序’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발문과 같은 글인데, ‘三考’에 대해 주석에는 明脈症 3가지를 말하는 것으로, 黜陟의 의미가 있다 하였다.(明脈症, 三者之謂, 而有黜陟之義也.)

◇ 『한방의학소아전과』
◇ 『한방의학소아전과』

여전히 ‘三考’의 뜻이 아리송하기만 한데, 이어지는 문장을 가만히 뜯어보면 대략 그 취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첫째, 본초서를 널리 보아 약초의 독성 유무와 性味를 환하게 알아야 한다(博覽本草, 明藥石能毒之性氣)는 것이고 둘째, 『내경』을 자주 읽어 장부경락을 이해하고 맥결을 깊이 탐구해야만 하며 셋째, 음양허실의 병증을 잘 가려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주된 요지이다.

이어지는 내용에 한층 더 놀랄 만한 언급이 들어 있다. 바로 아직까지 학계에 정식 보고된 적이 없는, 저자미상의 의서로만 알려진 채 전해지는『依原擧綱』에 대한 기술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거기엔 “嚴君曾著, 依原擧綱一部”라고 밝힌 명문이 적혀 있었다.

여기서 嚴君이란 표현은 ‘엄하게 길러 주는 어버이’라는 뜻으로, 嚴親 혹은 家君이란 말처럼 자신의 아버지를 높여 일컫는 말이다. 당연히 저자의 아버지가 이 책보다 앞서『의원거강』이란 책을 지었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판권부에 저작자로 기재된 인물은 閔泰潤이란 분이고 주소지는 忠南 洪城郡 長谷面 玉溪里로 밝혀져 있으나, 이외에 그에 대한 인적사항은 더 이상 드러나 있지 않다. 또한 판권부 이외에 이 책의 앞뒤 어디에도 저자가 분명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일제강점기에 출판된 의서의 경우, 저자가 불명이거나 저작권을 확보하여 발행하면서 출판인의 성명을 ‘저작겸발행’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과연 민태윤이 이 책을 지은 실제 저자이고 삼고서의 작성자인가 하는 의문점에 확신을 갖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앞에서 제시된 문장 아래에는 ‘至玄經七章, 摠撮樵病治法’이라 쓴 주석이 달려있다. 『依原擧綱』이란 저작에 대해 설명한 것인데, 이 또한 무엇을 말하는지 의미가 분명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또 “經驗脈症藥, 註於十二經, 本標之症, 本欲學者, 易得分曉, 此皆發明前賢之仁心, 而敎之不倦矣.”라 했으니 앞서 三考의 의미가 執脈, 辨症, 明藥에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맥상과 병증, 용약에 대한 오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이미 나온 저술들을 참고하여 이 책이 이루어졌음을 말해주고 있다.

여하튼 삼고서의 작자와 의원거강의 저자는 부자관계에 놓여 있으며, 저술 또한 매우 밀접한 상관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 구명되었다. 나아가 이런 내용들이 이 책을 내게 된 밑바탕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저자를 확정짓기에는 미흡하다.

『의원거강』이란 의서는 진즉 산청한의학박물관 소장도서를 조사하여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어 2008년 처음 학계에 소개된 바 있다. 이후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전통의학국역총서 가운데 하나로 번역본을 발행하였는데, 거기에는 저자가 水鏡居士라는 호명으로만 밝혀져 있으며, “『의원거강』은 18~19세기에 스스로를 수경거사라고 칭한 醫人의 저술이다.”라고 소개글이 적혀 있다.

다시 초점을 본서로 돌이켜서, 삼고서야말로 이 책을 쓴 저자의 심중을 드러낸 글인데, 주변의 권유를 받아 28맥주병가와 약성시를 7언 절구로 정리했다는 사연이 담겨져 있다. 또 “離親二十年外, 海山隔絶, 疑義難質, ……”이란 표현이 들어 있어 이 말에 담긴 뜻을 미루어 잘 헤아려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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