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1990년 청춘의 느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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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1990년 청춘의 느와르
  • 승인 2020.09.1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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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천장지구
감독 : 진목승출연 : 유덕화, 오천련, 오맹달
감독 : 진목승
출연 : 유덕화, 오천련, 오맹달

포스트 코로나 세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 지면서 어느 덧 우리의 삶도 자연스럽게 언택트 세상에 적응하고 있다. 그로인해 이미 학교뿐만 아니라 학원도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회의를 비롯한 축제들도 실시간 온라인 중계로 전환되면서 순식간에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들이 변하게 되었다. 하지만 태풍이 지난 후 맑게 개인 가을 하늘 아래에서도 여전히 집콕을 해야만 하는 현실이 매우 답답하게 느껴질 뿐이다. 이럴 때 문득 스마트폰도 없고, 인터넷도 없던 예전의 아날로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언택트 시대에 가장 크게 성장한, 필자도 최근 가입한 OTT 서비스를 통해 옛날 영화를 찾아본다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홍콩의 진목승 감독님을 기리는 차원에서 홍콩 누아르 영화 중에 레전드 영화인 <천장지구>를 감상하며 노스탤지어에 푹 빠져 답답한 현실을 잠깐 잊어버리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릴 때 부모를 모두 잃은 아화(유덕화)는 범죄 세계에 빠져 오토바이를 즐기며 산다. 보석상을 터는 일을 도와주다 경찰에 몰린 아화는 길을 가던 여인 죠죠(오천련)를 인질로 잡아 달아나게 되는데, 이것이 계기가 되어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그러나 아화의 의형이 범죄 세계의 세력 다툼에서 지게 되고 암살되자 아화는 복수를 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천장지구>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개봉했던 때가 지금으로부터 딱 30년 전인 1990년 10월이다. 필자가 이 영화를 처음 접한 것은 그로부터 조금 지나 비디오 테이프로 감상하게 되었지만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아마 그 당시에 인터넷이 있었다면 무한 짤 생산과 패러디 장면들이 넘쳐 났을 것이다. 물론 그 이후로 다양한 영화나 드라마, 광고, 예능 등에서 패러디 되어서 등장하기도 했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그 느낌은 강렬하다. 그러나 결말 부분을 제외하고는 지금 시각으로 봤을 때는 매우 단순하고, 오글거려 그 당시의 감성을 느끼고 싶은 관객들이 아니라면 끝까지 보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너무 복잡한 요즘 영화들과 다르게 홍콩 누아르의 면모를 한 눈에 보여주는 액션과 아날로그 느낌이 넘쳐나는 대사와 화면들이 오히려 언택트 시대의 관객들에게 복고의 진한 맛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이 이 글을 쓰다가 갑자기 책장을 살펴봤는데 <천장지구> 비디오 테이프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당시 필자는 홍콩영화 마니아였고, 비디오 테이프를 모으는 것을 취미로 하고 있었는데 이 작품은 아직도 보관할 정도이니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속 젊은 유덕화의 모습과 오천련 배우의 청순한 이미지를 통해 짧고 비극적이지만 첫사랑의 달달함을 보여주는 <천장지구>는 누군가에게는 청춘의 아이콘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요즘 같은 집콕 시대에 OTT 서비스를 통해 옛날 영화들을 찾아보는 재미를 만끽하시길 바라며 이 자리를 빌려 내 청춘의 영화를 연출하셨던 진목승 감독님의 명복을 빈다.

 

황보성진/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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