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대생 시절 한자 익히는 수단으로 접한 책…어느새 인식의 지평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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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대생 시절 한자 익히는 수단으로 접한 책…어느새 인식의 지평 넓혔다”
  • 승인 2020.09.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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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책, 사람을 잇다(7) 정진형 대전대천안한방병원 임상강사

논어의 ‘묵식심융’형 독서가…소셜미디어로 책 추천받으면 몇 달간 구매 고민

인생의 책, 마음의 숲을 거닐다-비커밍 마이셀프-상담 및 심리치료 대인과정접근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에서 2년째 한방신경정신과 진료실을 지키고 있는 임상강사 정진형 교수는 ‘후천적 다독가’였다. 그는 어린 시절에는 독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다가 대학 진학 이후 조금씩 고전을 읽으며 책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정 교수는 “고등학교 때까지 입시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사항으로 책을 접해왔기 때문에 독서라는 행위에는 항상 고통이 수반되었다”며 “이는 한의대에 입학한 뒤에도 여전했다. 선배들의 조언으로 서원을 오랫동안 다니면서 고전이라고 불리던 서적들을 강습해 왔지만 단순히 한자를 익히기 위한 수단을 넘어서지는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오래 묵힌 책들에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노출시키다보니 조금씩 내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는 느낌을 받게 되었고, 어느 순간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라는 것을 느끼는 시기에 접어들었다”며 “나는 다독가로 불리기에는 어렵고, 논어 위정(爲政) 편에 나오는 묵식심융(默識心融, 묵묵히 이해하여 마음 속에 녹여둔다)의 방식을 취해서 독서를 해나가고 있는 사람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책을 고를 때 신중한 타입이었다. 어떤 책을 읽고자 할 때는 일단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가 몇 주 동안 생성된 목록을 살펴보면서 이 책이 구매할 가치가 있는지 곱씹어보고, 하나 둘 후보를 걸러낸다고 했다. 평소 소셜미디어에서 관심있는 출판사나 작가, 번역가, 북튜버 등을 통해 신간 출간 소식을 듣고 후보를 고르는데, 출판사는 열화당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러한 과정을 몇 달 동안 거치고 난 뒤에도 여전히 장바구니에 남아있는 책만 구매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습관에 대해 정 교수는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나의 삶의 궤적을 포용할 수 없다면 깊은 독서 경험으로 이어질 수 없다”고 표현했다.

정 교수는 “책을 읽는 것이 성적을 위한, 혹은 멋져 보이고 싶다는 욕망을 해소하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도록 영감을 준 책이 있다”며 “그 모든 책들을 탐독했던 당시의 즐거웠던 기억이 모두 내 인생에서 큰 심리적 자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인생의 책으로 잭 콘필드의 ‘마음의 숲을 거닐다’, 어빈 얄롬의 '비커밍 마이셀프', 에드워드 테이버(Edward Teyber)와 페이스 홈즈 테이버(Faith Holmes Teyber)가 지은 ‘상담 및 심리치료 대인과정접근’을 골랐다.

‘마음의 숲을 거닐다’는 상좌부불교수행을 서구에 소개한 사람 중 한 명이자 태국, 미얀마, 인도에서 불교 승려로서 수행한 뒤 1974년부터 세계 곳곳에서 명상수행을 지도해온 저자가 일상생활에서 명상하는 법을 다룬 책이다.

정 교수는 “내 인생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책을 꼽아 보라고 한다면 한의대 예과 2학년 여름방학 때 특강으로 접했던 도덕경을 언급할 수 있고, 그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명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며 “지금은 찾을 수 없지만 명상가인 박석 교수의 개인 홈페이지를 자주 들어가 보았는데, 박 교수가 ‘마음의 숲을 거닐다’를 명상에 관해 가장 균형이 잘 잡혀 있는 책이라고 소개해서 읽어봤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도 불교 문화권의 용어체계가 불편하지 않은 분들에게 매번 권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인 잭 콘필드는 소셜미디어 활동을 하고 있으니 명상에 관심이 있다면 팔로잉 해보길 바란다”며 “그에게 수행을 받고, ‘마보’라는 어플리케이션을 매개체로 활동하고 있는 마보지기 유정은 선생을 통해 관련된 소식을 간접적으로 소식을 들을 수 있으니 이분 또한 팔로잉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또한 대학병원에서 한방신경정신과 임상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그는 심리학 관련 서적도 추천했다.

 

그가 추천한 ‘비커밍 마이셀프’는 러시아 이민자 1세대의 자녀로 워싱턴 DC의 가난한 지역에서 태어나 스탠퍼드 의대 정신의학과 명예교수이며, 실존적 심리치료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저자가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 교수는 “심리학 이론들을 책으로 공부할 때는 잘 와 닿지 않는다. 눈에 익혔던 이론들이 실제로 어떻게 임상 현장에서 작동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많은 자원을 소모하여 워크숍에 참석하거나 도제식으로 슈퍼비전을 받는 식의 추가적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소설을 즐기는 형태의 공부는 이론과 워크숍 공부의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심리학 공부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며 “이렇게 ‘이야기’를 통한 심리학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은 얄롬 선생의 저서를 접한 이후였으며, 그의 모든 책을 추천한다는 의미로 2017년에 발매된 그의 회고록을 소개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책인 ‘상담 및 심리치료 대인과정 접근’ 역시 심리학 관련 서적이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심리학과 명예교수이자 부부인 저자들이 상담 및 심리치료 대인과정접근에 대한 기초적이고 전반적인 내용을 저술한 것으로, 올해 7월에 7번째 개정판이 출간됐다.

이에 대해 그는 “학생들이 심리상담 관련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할 때 항상 첫 번째로 꼽는 책”이라며 “현재 7판까지 개정판이 나와 있다. 상담 대학원의 스터디 교재로 많이 추천되고 있다고 알고 있고, 나 또한 그들과 동일한 입장에서 상담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우선적으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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