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요통환자 침 치료가 후성유전학적 변화로 통증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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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요통환자 침 치료가 후성유전학적 변화로 통증 완화”
  • 승인 2020.09.2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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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인터뷰: 만성통증 침 치료 후성유전학적 효과 연구 발표한 AMSRC 장재환 박사

국제학술지 ‘PAIN’에 만성신경병증성 통증 침 치료 효과 논문 게재

혈위 및 조합 따라 다른 침 기전…뇌-장축 기전 관련 연구 등 계획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경희대학교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AMSRC)는 박히준 소장과 장재환 박사 연구팀이 후성유전학적 관점에서 본 만성신경병증성통증 동물모델의 침 치료 효과를 주제로 한 논문을 국제학술지 ‘PAIN'에 게재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이 연구가 만성통증질환을 가진 환자의 침 치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침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로서의 고충은 무엇인지 장재환 박사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침 치료의 만성신경병증성 환자 질환 및 통증 완화를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이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만성신경병증성 통증 동물 모델에서 침의 효과를 후성유전학적 관점에서 본 연구다. 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만성 요통 환자의 병리학적 특징과 유사한 편측좌골신경결착모델을 사용했으며, 혈위는 만성 요통 환자에게 사용되는 환도(GB30)와 양릉천(GB34)을 선택했다. 6개월간의 장기적인 침치료를 통해 통증뿐만 아니라 만성 통증에 동반되는 우울, 불안 그리고 인지기능 장애가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양한 뇌 영역에서 후성유전학 중에 DNA 메틸화의 변화를 관찰하였는데, 흥미롭게도 통증뿐만 아니라 인지와 정서에 관련된 뇌 영역인 전전두엽(PFC)에서의 변화가 침의 효과와 높은 상관관계가 있었다. 또한 만성 통증 모델에서 DNA 메틸화와 관련된 침의 효과에 Ras 경로와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에 관련된 유전자들이 관여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이 연구 주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실제 임상과 동물실험 사이의 괴리감을 줄이고 싶었다. 실제 임상에서 만성 통증 환자들은 통증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반 질환에 의해서도 고통 받기 때문에, 침치료에서 통증만을 치료하기보다는 다양한 증상들을 동시 치료가 가능한지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통증 외의 심리 및 인지상태의 변화와 다양한 뇌 영역을 탐색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또한 침 치료의 과학적인 근거를 구축하고 싶었다. 침의 진통 효과는 잘 알려진 침의 효과 중 하나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그 기전이 규명되었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더 근본적인 기전을 보기 위해 후성유전학이라는 관점을 도입했다. 이는 침 치료가 단순히 일시적인 단백질 및 유전자 발현의 변화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리 및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연구 과정에서 후성유전학이 주요하게 활용된다. 후성유전학은 어떠한 학문이며, 이러한 접근방식의 장점은 무엇인가.

유전학은 태생적으로 주어진 DNA 염기서열을 연구하여 발병을 예측하거나 맞춤의약을 개발하는 학문이다. 그러나 후성유전학은 환경 및 경험 등의 다양한 외부 요인으로 인해 DNA 염기서열에 변화 없이 유전자 발현의 억제 및 활성이 되는 것을 연구한다. 쉽게 말해 같은 대본 (DNA 염기서열)이라도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다른 연극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후성유전학은 암, 류머티스 관절염, 만성 통증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련성을 입증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암치료제도 개발될 만큼 주목을 받고 있는 학문이다.

외부의 환경 및 경험으로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나타나면 수 십 년 동안 그 영향이 지속되기도 한다. 즉, 통증이라는 환경과 경험으로 만성화되는 과정에서 후성유전학적 조절 기전이 관여하게 되고, 이것을 정상화하는 것이 만성 통증의 치료에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침 치료가 만성 통증을 장기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 마련에서 후성유전학적 접근방식은 매우 중요하다.

 

▶이 연구의 의의는 무엇인가.

연구에서 사용한 모델은 신경결착모델이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디스크나 요통 환자와 유사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디스크나 요통 환자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고, 그에 따라 동반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환자들은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장기적인 치료가 불가피하고, 지속적인 침 치료는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유도하여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재 만성 통증 환자에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오피오이드 계열 약물의 장기적인 처방은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 반면, 침 치료는 부작용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장기적인 침 치료를 만성 통증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있어서 그 필요성과 과학적인 근거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AMSRC는 침 치료의 과학적 근거를 찾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침 치료의 기전을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AMSRC는 파킨슨병, 통증, 우울증, 아토피, 기능성 소화 장애 등 다양한 질환에서 혈특이적인 효과와 그 기전에 대해 연구를 진행 하고 있다. 침 연구를 진행하면서 가장 해결하고 싶지만 어려운 점은 바로 ‘어떻게 피부에 자극된 침이 말초에서부터 중추신경계로 전달되어 다양한 생물학적 변화를 유도하는 것인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침의 효과는 선택한 혈위에 따라, 혹은 그들의 조합에 따라 상이하게 작용하는 특성으로 인해 단 몇 가지 기전만으로는 완전히 설명되기가 어렵다. 이러한 침의 기전을 하나씩 규명해나감으로써 한의학의 과학적인 근거구축을 위해 AMSRC에 있는 교수들과 연구원, 학생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DNA 메틸화의 변화가 나타난 유전자들을 추가적으로 분석하여 각 유전자들이 침의 효과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추가 실험을 기획하고 있다. 후성유전학을 기반으로 침의 기전을 다양한 방향으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 최근 장내미생물의 분석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뇌-장축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뇌-장축의 주요 통로로 미주신경이 제안되는 가운데, 2014년 nature medicine에 침의 효과 전달에 미주신경이 관여하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따라서 침의 효과에 뇌-장축과 관련된 기전이 있을 것으로 추측을 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동물 모델들에서 연구를 진행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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