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남편의 지구접수를 저지하라
상태바
[영화읽기] 남편의 지구접수를 저지하라
  • 승인 2020.10.09 06: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감독 : 신정원출연 : 김성오, 이정현, 서영희, 이미도, 양동근
감독 : 신정원
출연 : 김성오, 이정현, 서영희, 이미도, 양동근

 

마스크가 일상이 되어버린 시기에 추석연휴는 예년과 다른 풍경을 만들었다. 명절 때마다 만나던 가족들이 모이지도 못하고, 영화 한 편 보러가는 것도 한참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로인해 영화계의 성수기 중에 성수기이자 긴 연휴기간으로 대박 영화 탄생을 기대할 수 있었던 영화계는 그나마 가장 추석에 어울리는 가족 영화 <담보>가 선전을 했지만 예년과 비교했을 때 아쉬운 성적표만을 남기고 말았다. 이런 와중에 추석과는 연관성이 전혀 없는 영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이 개봉되면서 영화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신혼의 단꿈에 빠져있던 소희(이정현)는 하루 21시간 쉬지 않고 활동하는, 도저히 인간 같지 않은 남편 만길(김성오)이 자신을 죽이려는 것을 알게 된다. 고등학교 동창인 세라(서영희)와 뜻밖에 합류하게 된 양선(이미도) 그리고 미스터리 연구소 소장 닥터 장(양동근)과 힘을 합쳐 반격에 나선다. 만길의 정체가 지구를 차지하러 온 외계인 언브레이커블임이 밝혀지고, 정부 요원까지 합세하면서 대결은 점점 전대미문의 상황으로 커져만 간다.

<시실리 2km>를 통해 B급 무비의 신개념을 열었던 신정원 감독의 작품인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주인공이 외계인이라는 기발한 설정으로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고정관념화 된 외계인과 달리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띤 채 일상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해프닝 중심으로 구성된 이야기들이기에 거부감 없이 편하게 볼 수 있으며, 이정현을 비롯한 배우들의 현실 연기가 더해지면서 즐겁게 관람할 수 있다. 또한 양동근의 연기는 신스틸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며 추석 연휴를 비롯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릴 만큼 엄청 크게 웃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남편 때문에 속상했던 여자 분들이 본다면 영화의 내용을 떠나 이 한 장면만으로도 속이 시원해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신선한 아이디어와 신정원 감독의 전작인 <시실리 2km>가 연상되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물론 B급 정서를 즐기며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일정정도 이야기의 개연성과 완결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냥 상황과 사건만 던져 놓고 수습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갑자기 끝나 버린다. 그로인해 마치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는 정신없는 소동극을 지켜보다가 만 것 같아 뒤이어 등장하는 짧은 쿠키 영상도 그다지 흥미롭지 못하게 느껴진다. 물론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추석 연휴 영화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며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시키고자 했지만 전반적인 이야기 구성면에서 기대감을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오히려 추석이 아닌 다른 시기에 개봉했다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과 같이 관객들의 뒷통수를 탁 치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영화들이 많이 나오길 기원해 본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