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36> - 『痘方新編』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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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36> - 『痘方新編』③
  • 승인 2020.10.2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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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오랑캐처럼 몰려온 疫鬼의 침습

호랑이에게 물려가는 것(虎患)보다 더 무섭다던 마마(痘瘡)는 서역에서 불시에 찾아온 손님(西神 혹은 疫神)이라 여기며, 어린애를 둔 집안에서는 융숭하게 대접해 드려야만 하는 까다로운 존재였다. 이 책 말미에는 마마귀신을 잘 달래어 보내려는 가부 형식의 送神祭文이 실려 있다. 이름 하여 ‘幼學某百拜告送于大賓痘疫之神’이다. 역병의 습격에 속수무책으로 무력했던 조선의 지식인들이 방역 일선에 직접 나서진 못했지만, 자연의 섭리 속에서 인간과 환경, 질병과의 상관성을 파악하고자 고심했던 흔적이다.

◇ 『두방신편』

특별히 이 책에서는 두창치료에 자주 사용되는 약물에 대해 별도로 藥性편을 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이를테면 ‘두창약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방풍, 소엽, 박하로부터 만형자, 석결명, 밀몽화에 이르기까지 136종에 대한 약성, 효능, 주치와 두창 용약시 특점에 대해서 기재해 놓았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소개한 바 있는『痘疹藥性論』(905회 감염병을 막아줄 聖藥은 어디에, 2020.2.27일자 및 906회 전염병과 사투 끝에 얻어진 用藥論, 2020.3.5일자)편을 참조하여 비교해 보는 것도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이 될 듯하다.

두창 약성 가운데 맨 첫 대목은 방풍으로, “성미는 甘辛微溫하여, 風熱이 극성한 경우에 반드시 써야하니 두증약 가운데 要藥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소엽은 처음 발생한 초기 두증에 쓰고 박하는 두면부의 화기를 淸熱시키는 데 쓴다고 하였다. 아울러 형개는 상초의 화기를 물리치는데 매우 중요한 약인데, 두창으로 발광하여 譫語하는 증상을 치료한다. 다만 起脹이나 貫膿기에는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또한 이 책의 권미에는 ‘經驗錄’이라는 제목 아래 두창치료에 관한 다양한 내용의 글들이 수합되어 있다. 예컨대, 관형찰색법, 不可種法, 始痛三日症治, 始痛傳經法, 始痘時吉凶法, 見點時先知吉凶法을 비롯하여 각 변증 단계별로 변이증상이나 병발증상에 대해 다양한 치법과 치방들에 대한 논의가 다각도로 전개되어 있어 참고하기에 편리하다.

한 가지 재미난 것은 單方조에 唐金草란 약이 등장한다. 이 약초로 뿌리와 줄기, 잎을 짓찧어 초에 개어 떡을 만들어 자주 갈아붙이면 저절로 창종이 삭아 아물게 된다고 하였다. 이 약초의 우리말 이름은 ‘오랑풀’로 적혀 있다. 어쩌다 이런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오랜 역사 경험 속에서 胡亂이나 두창이 서쪽으로부터 침습해 왔기에 이것을 치료할 수 있는 약초 또한 이런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밖에도 別方이 실려 있는데, 수없이 여러 차례 경험한 두창과의 사투 끝에 얻어진 경험방들이 수록되어있다.

또한 이 책의 끄트머리에는 두창과 사촌 사이쯤으로 인식되었던 마진(홍역)에 관한 치료법(痲疹論)이 기술되어 있다. 마진은 두창과 同類이나 이름만 다르다고 했으며, 음증 혹은 양증인 점은 달라도 서로 선후로 나타나거나 竝出한다고 하여, 곧잘 두창과 함께 거론되었다. 나아가 痘疹 혹은 瘡疹이라는 통칭으로 함께 논의되기도 하였다.

이 책에서는 마진론을 필두로 痲疹辨疑賦, 痲疹輕重不治論, 痲子程治方, 治麻子法條目, 附痘後眼症論 등 다양한 논설이 펼쳐져 있다. 또 하나 이색적인 면모는 말미에 첨부되어 있어야할 마진치방 조문이 어찌된 일인지 서두로 옮겨져 있다는 점이다. 자세하게 살펴보니 본문의 끄트머리에는 “此章中藥名, 見此篇上之初章”이라는 세주가 달려 있다. 즉, 이로보아 약방명은 책 앞쪽의 첫 장에서 찾아보라는 말이다.

다시 앞장을 펼쳐보니 ‘治痘後眼症諸方目錄’이란 소제와 함께 ‘此章, 當在此篇末章, 紙盡無書, 故書于此.’라 적혀있다. 지난 간 해 책력의 이면을 재활용하여 적다보니 종이가 모자라자, 표지 뒷장에 붙인 배접지면까지 끌어다 쓴 것임을 알게 되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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