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염증으로 애를 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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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염증으로 애를 먹고 있습니다
  • 승인 2020.10.30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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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기

황만기

mjmedi@mjmedi.com


네이버 지식인 한의학 관련 다빈도 Q&A (11)
황만기 서초아이누리한의원 대표원장
황만기
서초아이누리한의원
대표원장

본 기고문에서는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를 통해 진행되었던 한의학 관련 질의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문의했던 내용을 간추려 이에 대한 한의사의 답변을 함께 게재한다.

 

Q. 만 52세 여성입니다. 최근 들어서 너무 피곤하고 여기저기 돌아가면서 아픈 곳도 많아서, 병원에 가서 종합적으로 검사를 좀 받았었는데요, 담당 주치의로부터, 만성 염증 수치가 높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평소 장이 안 좋은 편이라서 그런지, 늘 소화가 잘 안되고, 자주 체하며, 속이 더부룩하거나, 속 쓰림 증상도 많았습니다. 수면을 충분히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피로감을 많이 느꼈었구요. 사실 일상 생활 내내 짜증이 자주 폭발했고, 집중이 잘 되지 않았으며, 기억력도 너무 떨어졌고, 수면이 불규칙하고, 불면증에 자주 시달렸습니다. 몇 년 전에는 류마티스 관절염과 지루성 피부염 그리고 당뇨병 초기(인슐린 저항성) 진단을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잇몸이 자주 붓고 피가 잘 나구요, 혀에 두꺼운 백태가 자주 생기며, 양치를 해도 짧은 시간 안에 백태가 다시 생기고 있습니다. 손톱이 계속 잘 갈라지고 부서지며, 창피하게도 방귀를 지나치게 자주 뀌거나 냄새가 너무 지독합니다. 만성 염증에 대한 한의학적인 치료법을 알고 싶습니다.

 

A. 염증(inflammation)은 우리 몸이 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 등에 감염되었을 때, 감염 조직 부위에서 일어나는 면역학적 반응으로서, 해당 이환 부위가 붓고, 통증과 열이 생기게 됩니다. 이를 보통 ‘급성 염증’이라고 부르며,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세균 또는 바이러스와 싸우고 난 뒤 남은 잔해물이 고름입니다. 급성 염증은 신체 이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생기기 때문에 흔히 '착한 염증'이라고도 부르게 됩니다.

문제는 '만성 염증'입니다. 만성 염증은 '급성 염증'과 달리, 신체 이상을 오히려 부추기는 '나쁜 염증'입니다. 최근 많은 연구에 따르면, 만성 염증이 심뇌혈관질환·치매·암 같은 온갖 난치성 질병의 온상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일상 생활 중 미세먼지·고혈당·고혈압·식품첨가물·정신적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으로 몸과 마음이 혹사당하면, 염증성 단백질이 아주 조금씩 꾸준히 만들어집니다. 염증성 단백질이 온몸에 퍼져 쌓이면, 온갖 만성·중증 질환을 유발하게 됩니다. 만성 염증은 이런 질환들을 일으킬 때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습니다. 즉, 급성 염증의 요란한 단기 국지전과는 달리, 소리 없는 전면전이 수 년에서 수 십년에 걸쳐서 서서히 진행되어 몸을 망가뜨리는 것입니다.

한 가지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개념은, 좋은 면역 상태에서는 (우리 몸에 이로운) 착한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나쁜 면역 상태에서는 (우리 몸에 해로운) 나쁜 염증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좋은 면역 상태를 잘 유지하고 가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장(腸)'건강이 핵심이 됩니다. 왜냐하면 체내 면역 세포의 약 70~80%가 장(腸)에 분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성 염증은 장·노년층의 건강을 위협하는 온갖 합병증을 직·간접적으로 유발합니다. 만성 염증 수치 즉, 고감도 CRP(C-reactive protein)가 올라가면 중증 질환 발병률도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가 굉장히 많습니다. CRP는 만성 염증이 있을 때 몸 속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입니다. 체내 만성 염증이 심할수록 혈중 CRP 수치가 높아집니다. 일반적으로 혈중 CRP 수치가 1㎎/L 미만이면 만성 염증이 없다고 봅니다. 1~3㎎/L이면 고혈압·당뇨병 등의 만성 질환 보유시 해당 질환이 악화하거나 합병증 위험이 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3㎎/L 이상이면 만성 염증이 매우 심각한 상태입니다. 만성 염증으로 혈중 CRP 수치가 높은 그룹은, 낮은 그룹에 비해서, 급성 심근경색증이 발생할 위험도가 세 배 가량 높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만성 염증으로 혈관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내피 세포에 상처가 생기면 그 부위를 중심으로 혈전(피떡)이 잘 쌓이게 됩니다. 즉, 혈관의 만성 염증으로 인해서, 심장·뇌와 연결된 혈관이 계속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동맥경화증·급성 심근경색증·뇌졸중 발병 위험이 크게 증가하게 됩니다.

염증(炎症)을 한자어로 써보면 불 화(火) 2개가 겹쳐져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외부에서 침입한 나쁜 적(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등)을, 화공(火攻) 즉 불을 내어 소각시키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염증을 영어로 표현하면, inflammation인데, 불길/불꽃을 의미하는 flame이 중간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염증에 대한 동서양 이미지가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염(炎)"자에다가 ‘병질 엄(疒)’을 ’ 부수를 왼쪽 옆에다가 이어 붙이면 담(痰)이라는 글자가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만성 염증’을 초래하고 있는 나쁜 면역 상태를 일컬어서, 담(痰)이라고 불렀고, 여러 치담(治痰) 치료법(침치료/탕약치료 등)을 통해서, 장 건강을 도모하고 만성 염증을 치료(회복)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십병구담(十病九痰)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열 가지 질병 중에서 아홉 개는 담(痰)으로 인해서 생긴 병이다'라는 뜻입니다. 수 많은 난치성 질환 치료에 있어서, 나쁜 면역 상태의 개선 또는 치담(治痰) 치료라는 근본적인 접근법이, 핵심적인 치료 포인트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1. 치담(治痰)을 위한 제일 중요한 경혈 : 풍륭(豊隆) (족양명위경)

정강이뼈 중간 지점의 바깥쪽 약 4cm 위치에 있습니다. 즉 무릎과 복사뼈의 1/2지점에서 종아리 뒤쪽 방향에 있는 경혈입니다. 독비혈(무릎을 구부린 자세에서 무릎 덮개뼈 바깥쪽의 움푹 파인 곳)과 해계혈(발목 가로무늬 중앙에 나타나는 큰 힘줄 사이의 움푹 파인 곳)을 잇는 선의 중간 점이 조구혈인데요, 이 조구혈에서 뒤로 1촌 떨어진 곳에 위치한, 근육이 불룩한 곳이 바로 풍륭혈입니다. 풍륭혈은 담(痰)을 치료하는 데 매우 중요하게 활용되는 혈자리로서, 여기서 담(痰)은 우리 몸에서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체액이 아닌 찌꺼기 같은 물질이라고 보면 됩니다. 특히 단 것을 끊고 싶은데 자꾸 단 음식에 손이 갈 때, 풍륭혈을 활용하면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풍륭혈은 소화기에 담(痰)이 자리하고 있을 때 반드시 선택하는 혈자리로서, 담이 소화기에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과 설탕을 좋아하는 사람이 겪는 증상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풍륭혈을 침이나 뜸으로 자극하면, 단 것의 유혹을 뿌리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2. 담(痰)을 치료하면서, 장 건강을 회복시키는데 임상적으로 매우 큰 도움이 되는, ‘육군자탕(六君子湯)’이나 ‘반하사심탕(半夏瀉心湯)’을 복용하는 것도 임상적으로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됩니다. 2019년도 SCI급 국제의학저널에 발표된 한의약 논문을 살펴보면, 총 1451명이 포함된 총 15편의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15 RCTs)을 메타 분석한 결과, 건비이기(健脾理氣) 효능을 가진 특정한 한약재들(백출, 감초, 복령, 사인, 목향, 당삼, 반하, 진피)이, 기존의 양약 처방들에 비해서, 복통, 복부 팽만감, 조기 포만감, 잦은 트림, 식욕부진, 피로감 등 기능성 소화불량 지표들에 있어서, 통계적으로 더 우월한 개선 효과를 보이는 것이 이미 과학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3. 또한 사상체질의학적으로 소음인(少陰人) 분들처럼, 평상시 장 건강에 있어, 상대적인 취약성을 보이는 경우에는, ‘생강차’ 또는 ‘진피차’를 상시적으로 복용하는 것도 담(痰)을 치료하고 만성 염증으로부터 건강을 회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4.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식품들이 만성 염증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a. 두부 : 콩으로 만든 음식에는 이소플라본이라는 성분이 들어있습니다. 이 성분은 항암, 심장병 예방 효과가 있으며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이소플라본은 두부로 만들었을 때 함량이 가장 높습니다.

b. 연어 : 연어에는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노화를 막는 등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오메가 3의 일종인 DHA와 EPA가 풍부하게 들어있습니다. 이 성분들은 염증을 줄이고 암, 심장병, 천식, 자가면역 질환의 위험을 줄입니다.

c. 토마토 : 토마토에는 항산화제로 널리 알려진 라이코펜이라는 성분이 풍부합니다. 토마토는 열을 가하면 라이코펜이 더 많이 나와서 염증 퇴치 효과가 커집니다.

d. 블루베리 : 블루베리에는 식물에서 붉은색, 푸른색, 보라색을 내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합니다. 안토시아닌은 활성 산소를 억제하는 기능을 하며 만성 염증 제거에도 효과적입니다.

황만기 서초아이누리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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