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二原者에 대하여(21)- 빛-에너지 수송시스템(carrier-system): 장기(臟氣)·부기(腑氣) 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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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二原者에 대하여(21)- 빛-에너지 수송시스템(carrier-system): 장기(臟氣)·부기(腑氣) ⑤-2
  • 승인 2020.10.3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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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모

김선모

mjmedi@mjmedi.com


-전편(前篇)에 이어-

전기(前記)의 이유와 같이 쇠미(衰微)라는 단어는 하팔언복(下八焉伏)의 복(伏)과 함께 제가들의 뇌리 속에 십(十)과 팔(八) 숫자에 대한 깊은 선입견을 새겨넣었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그 십(十)과 팔(八)에 대한 견고한 ‘격차’ 개념은 자연스레 ‘청기상주어폐(淸氣上注於肺)’의 상(上)과 그에 대한 8/10 세기의 하(下) 개념을 가정(假定)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제가들이 설명하고 있는 팔(八)의 개념은 그 어디에도 기술되어 있지 않음에도 말이다. 추측의 연결고리로 인해 탄생한 하(下)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제가들은 자신들의 상상(想像)을 쏟아 부었다.

 

6. 잘못된 확신(確信)의 위험성

물론 ‘상십언식 하팔언복(下八焉伏)’처럼 짧고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을 해석하기 위해 《황제내경》 곳곳에서 작은 단서(端緖)들을 찾는 것은 함축적 표현의 《황제내경》 해석에서 빠질 수 없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 단서의 의미를 잘못된 정보로 확신하는 순간 《황제내경》 저자의 본(本)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어지고 상상(想像)으로 창조된 허구(虛構)만이 남게 된다. 그 결과 《황제내경》은 타인과 생각을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열린 토론장이 아닌 나만의 환청(幻聽)으로 가득한 폐쇄적 공간이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모든 것이 뒤섞이고 가려진 그 폐쇄적 공간에서 잘못된 나의 실수를 되짚어 찾아내 수정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황제내경》 해석에서 쉽게 속단하는 성급함을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하는 이유이다.

 

7. 집착의 이유 ③ 하도종환(何道從還)

1장의 공통주제를 통해 미루어 짐작하였다거나 ‘격차’에 대한 일부 표현으로 있지도 않은 하(下)의 개념을 추측 설명하는 것이 《황제내경》 해석에 혼신(渾身)의 노력을 경주(傾注)한 의가(醫家)들에게 정말이지 추호의 찜찜함조차 남기지 않았을까? 분명 제가들은 선배(先輩)들과 의견을 같이하는 하(下)의 범주내에서 단호하고 자신있게 자신의 의견들을 뽐내고 있다. 제가들의 의심을 단칼에 끊어버리고 무리한 해석들에 확신을 심어준 그 결정적 한방은 무엇이었을까?

제가들이 상하(上下) 개념설정에 집착하는 세 번째 이유는 2장(章) ‘하도종환 부지기극(何道從還 不知其極)’이다. 분명 하도종환(何道從還)에 이르러 제가들은 스스로에 대한 의심들을 걷어버리고 자신만의 하팔언복(下八焉伏)을 확신했으리라. ‘하도종환 부지기극(何道從還 不知其極)’의 제가들의 해석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太素』는 “氣는 手太陰脈氣가 손의 寸口로부터 위로 肺로 들어가 增殖하고 肺로부터 아래로 手指에 이르러 굽어지게 되는 것을 말하는데 伏은 屈의 뜻이다. 肺氣가 手太陰脈道를 따라 아래로 手指端에 이르고 肺로 돌아 올 때에 本脈을 따라 돌아오는가? 아니면 다른 脈道가 있어 그 길로 돌아오는가? 내 그 끝을 알지 못하겠다.”고 하였다.

◎ 馬는 “脈이 寸口를 지날 때에 위로 숨을 따라 운행하는 것은 十分에 비길 수 있고 아래로 臟內에 잠복하는 것은 八分에 비길 수 있으나 다만 그것이 어느 길로 오고 어느 길로 돌아가는 지를 알지 못하여 끝나는 곳이 없는 것 같으므로 黃帝께서 다시 질문하신 것이다.”고 하였다.

◎ 景岳은 “寸口는 手太陰脈이다. 上下는 進退의 形勢를 말하는 것이고, 十과 八은 盛衰의 形態를 비유한 것이다. 焉은 何, 息은 生長의 뜻이다. 上十焉息은 脈이 나아갈 때에 그 氣가 盛하는데 어느 곳으로부터 와서 생기는 것인가하고 말한 것이고, 下八焉伏은 脈이 물러 날때에 그 氣가 衰하게 되는데 어느 곳으로 가서 잠복되는가하고 말한 것이다. 이 脈이 가고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그 끝을 窮究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하였다.

《동수.영62.영추연구집성.》

2장 황제(黃帝)의 질문인 ‘하도종환 부지기극(何道從還 不知其極)’에 대한 위 제가들의 해석들은 모두 “何(어느) 道(길)을 從(가고) 還(돌아오는지) 不知(알 수 없다.) 其極(그 끝을)”이다.

제가들에 따라 기극(其極)이 횟수를 의미할 수도 있고 경로를 의미할 수도 있는 차이는 있지만 결정적으로 황제(黃帝)가 모르는 것은 돌아오는 ‘그 길’이라는 뜻이다.

제가들은 황제(黃帝)의 질문을 구체적인 하도(下道)에 대한 질문으로 해석함으로써 청기상주어폐(淸氣上注於肺)의 구체적인 상(上)에 비해 허구적(虛構的) 개념인 하(下)에 대한 설명의 곤궁함을 피할 수 있는 완벽한 알리바이를 제공받게 되는 것이다.

즉, 논거를 들어 설명할 수 없어 곤란했던 하(下)의 존재를 황제의 의문(疑問)으로 드러냄으로써 아이러니하게도 가상적(假想的) 하(下)를 실존화(實存化)시킨 것이다.

 

8. 일리있는 제가들의 해석

02章 黃帝曰, ①氣之過於寸口也, 上十焉息? 下八焉伏? ③何道從還? 不知其極。岐伯曰, 氣之離臟也, 卒然如弓弩之發, 如水之下岸, ②上於魚以反衰, 其餘氣衰散以逆上, 故其行微。

①의 기지과어촌구야(氣之過於寸口也)에서 1장의 동이부지(動而不止)를 통해 청기상주어폐(淸氣上注於肺)의 상(上)을 유추(類推)하고 ②의 반쇠(衰)를 통해 상(上)과 상대되는 하(下)의 개념을 상정(想定)하고 ②에서 확신할 수 없었던 하도(下道)의 개념을 ③에서 황제의 질문을 통해 실존화(實存化)함으로써 제가들은 저마다 하(下)의 개념을 자신만만하게 역설(力說)하고 있다.

지난 수 회동안 독자여러분들과 함께 제가들의 《동수》편 해석을 돌아보았다. 몇 가지 문제는 지적하기도 하였으나 될 수 있으면 제가들의 입장에서 ‘그럴만한’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따라서 몇몇 곳의 억지스러움은 감안하더라도 오늘까지의 논리구성을 보면 제가들의 의견이 크게 불합리해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다. 제가들의 해석은 직역(直譯)의 범주에서 꽤 일리 있어 보인다. 동이부지(動而不止)의 경맥을 소개하는 《동수.영62》의 주제에 따르면 2장(章)이라고 그 주제를 벗어날 리 없고 1장(章)의 청기상주어폐(淸氣上注於肺)의 력(力)은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으로 이어져 2장(章)의 어제(魚際)에서 쇠미(衰微)해지므로 상하(上下)의 구분이 있음을 알 수 있으며 그 돌아오는 길을 모르겠다는 황제의 질문을 하도(下道)의 또다른 설명이라 해석한다면 그 논리적 흐름이 크게 벗어나 보이진 않는다.

 

9. 주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황제내경》의 질문과 대답

하지만 앞서 말했듯 《황제내경》의 해석은 글자 자체의 의미만을 해석한다고 해서 그 진의(眞義)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과연, 제가들의 《동수》편 해석은 《황제내경》의 본뜻을 노래하고 있을까?

《황제내경》에서 황제와 기백의 대화는 그 질문과 대답을 이해하기 어려울 뿐 주제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다. 《동수》편 2장 황제(黃帝)의 질문에 대한 기백(岐伯)의 대답도 그러할까?

기백(岐伯)의 답변인 다음 문장에 대한 제가들의 해석을 알아보자.

“기백왈, 기지이장야, 졸연여궁노지발, 여수지하안, 상어어이반쇠, 기여기쇠산이역상, 고기행미。(岐伯曰, 氣之離臟也, 卒然如弓弩之發, 如水之下岸, 上於魚以反衰, 其餘氣衰散以逆上, 故其行微。)”

景岳: 凡脈氣之內發於藏하고 外達於經에 其卒然이 如弓弩之發하고 如水之下岸은 言其勁銳之氣를 不可遏也라 然이나 强弩之末은 其力必柔하고 急流之末은 其勢必緩이라 故로 脈由寸口하여 以上魚際에 盛而反衰하고 其餘氣는 以衰散之勢而逆上이라 ......

景岳・ 『校釋』: “脈氣가 안으로 藏에서 發現되고 밖으로 經에 도달함에 卒然함이 마치 弓弩가 발사된 듯하고 물이 강변으로 내려가는 것과 같다는 것은 그 굳건하고 날카로운 氣를 막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强弩의 끝은 그 힘이 기필 부드럽고 急流의 끝은 그 形勢가 반드시 緩慢하다. 그러므로 脈이 寸口에서 유래하여 魚際로 올라갈 때에는 盛했다가 반대로 衰해 지고 그 나머지 氣는 衰散된 形勢로 逆上하는 것이다. ......”

馬: 伯이 言脈氣之離於各臟也가 如矢之離於弓弩하고 如水之下於岸은 矢發則往하고 水下則流니 及其會於寸口하여 上於魚際則會於肺經矣라 ......

馬: “岐伯이 ‘脈氣가 各臟으로 나뉘어 지는 것이 마치 화살이 弓弩를 벗어 나는 것과 같고 물이 강변을 따라 내려가는 것과 같다’고 한 것은 화살은 발사되면 나아가고 물은 내려가면 흐르는 것이니, 氣가 寸口로 모여 魚際로 올라가면 肺經에 모이게 된다는 말이다. ......” (※ 脈氣가 各臟으로 나뉘어 지는 것이→脈氣가 各臟으로부터 떠나오는 것이:필자수정)

《동수.영62.영추연구집성.》

장경악(張景岳)선생과 마시(馬蒔)선생 모두 장(臟)으로부터 폐경(肺經)의 촌구(寸口)로 모이는 맥기(脈氣)의 운동양상을 묘사하는 문장이라 해석하고 있다. (《영추연구집성》의 해석이 마시(馬蒔)선생의 뜻과 달라 필자가 수정하였다.) 기백(岐伯)은 황제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촌구(寸口)를 박동하게 하는 힘의 시발점(始發點)인 장(臟)으로부터 출발하는 맥기(脈氣)가 시위를 떠난 화살과 강변으로 내려가는 물과 같이 매우 강력함을 설명하고 있다.

 

10. 기백(岐伯)의 동문서답?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는가? 바로 직전 2장 황제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마시(馬蒔): “... 다만 그것이 어느 길로 오고 어느 길로 돌아가는지를 알지 못하여 끝나는 곳이 없는 것 같으므로 黃帝께서 다시 질문하신 것이다.”고 하였고

경악(景岳): “... 어느 곳으로 가서 잠복되는가하고 말한 것이다. 이 脈이 가고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그 끝을 窮究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하였다.

분명 황제의 질문은 돌아오는 ‘어느 길’에 대한 질문이었다. 따라서 그에 대한 기백(岐伯)의 답변은 ‘어느 길’에 대한 것이어야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기백(岐伯)은 그 ‘어느 길’에 대한 일언반구(一言半句)의 대답도 없이 엉뚱하게도 ‘맥기(脈氣)는 엄청나게 센 힘으로 출발해서 어제(魚際)에서 약해집니다’라고만 대답하고 있다.

기백은 황제를 무시(無視)하는가?

 

-다음에 이어가겠다.-

 

김선모 / 반룡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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