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그 시절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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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그 시절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 승인 2020.11.06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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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담보
감독 : 강대규출연 : 성동일, 하지원, 김희원, 박소이
감독 : 강대규
출연 : 성동일, 하지원, 김희원, 박소이

 

때로는 너무나 익숙한 것이 싫어서 새로운 것을 찾게 되는 도전을 하지만 대체로 성공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이는 이번 추석 연휴 때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극장을 찾았던 필자가 직접 경험한 내용이기도 한다. 왠지 <담보>는 지금까지 계속 봐왔던 영화들과 하나도 다른 것 없는 가족 영화일 것이라는 생각에 선택하지 않고 다른 영화를 봤다가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을 더 크게 느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67만명의 관객들은 상당히 악조건인 상황 속에서도 <담보>를 선택했고, 익숙함이 전하는 감성 속에 <담보>는 추석 연휴 극장가의 승자가 되었다.

거칠고 까칠한 사채업자 두석(성동일)과 종배(김희원)는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박소이)를 담보로 맡게 된다.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담보가 된 승이는 엄마의 사정으로 인해 두석과 종배와 함께 지내게 된다. 이후 큰 아버지라는 사람에게 연락이 와서 승이를 보내게 되지만 두선과 종배는 승이가 룸싸롱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다시 승이를 데려와 돌보게 된다.

<담보>의 제작사는 <해운대>, <국제시장> 등을 연출했던 윤제균 감독의 JK필름이다. 그동안 JK필름에서 제작했던 작품들을 보면 <담보> 역시 그 연장선상에 놓인 작품으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이다. 아마 코로나 시국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관객들을 모았을 정도의 저력을 갖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일단 책을 읽을 때도 재미있으면 술술 읽히듯이 <담보> 역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와 이야기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부담 없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CD 플레이어와 네비게이션이 없던 시대에 지도를 보며 운전 하는 모습 등 그 시대의 소품들이 소환되는데 그 중에서도 삐삐와 집 전화를 통해 소통하는 장면은 그 당시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면서 잠시 옛 추억을 회상하게 된다. 여기에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아버지상을 보여주었던 성동일이 어린 승이역을 맡은 박소이와 찰떡 케미를 선보이며 <담보>라는 영화의 극적인 재미를 이끌고 있다. 사실 성인 승이역의 하지원이 등장하지만 <담보>는 박소이의 영화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아역의 비중이 매우 크며, 모든 감정 연기를 제대로 표현하면서 관객들의 웃음과 눈물을 자아내고 있다.

<하모니>를 통해 안정적인 연출력을 보여주었던 강대규 감독이 오랜만에 연출한 <담보>는 영화 제목이 갖고 있는 이중적인 의미를 잘 전달하면서 관객들에게는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을 느끼며 영화를 관람하게 하고 있다. 비록 결말 부분이 너무 익숙하다 못해 진부하게 느껴지고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전체적인 흐름에서 본다면 크게 모나지 않기 때문에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담보>는 점점 쌀쌀해지는 가을 날씨에 온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감성과 위안을 선사해주는 힐링 영화이다.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쿠키 영상이 있으니 끝까지 놓치지 말고 보시길 바란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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