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될 뻔 했지만 20년 넘게 8체질의학을 연구하는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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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될 뻔 했지만 20년 넘게 8체질의학을 연구하는 한의사”
  • 승인 2020.11.0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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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김남일

southkim@khu.ac.kr

경희한의대 교수로 의사학을 전공하였다. 현재 한국의사학회 회장으로 역임하고 있다. 최근 기고: 근현대 한의학 인물사, 명의의안


한의학으로 만난 사람 (7) : 이강재

한의학의 근현대 인물과 역사에 대한 자료수집과 연구를 오래 전부터 진행해온 나의 입장에서, 젊은 학문인 8체질의학은 흥미롭고도 중요한 연구주제 중 하나이다. 8체질의학의 중요한 치료도구인 체질침이 1959년경에 처음 성립하였다고 추정되고 있으므로 61년 정도 경과되어 온 셈이다.

경희대학교에 82학번으로 입학한 이강재 원장은 1988년 2월에 졸업식에 참석하고 5일 만에 군대에 갔다. 그는 한의사로서는 좀 특이하게도 경북 영천에 있는 3사관학교에서 학사사관후보생 훈련을 받고 7월 31일에 육군 소위로 임관했다. 그리고 국군군의학교에서 의무행정 실무교육을 받은 후에, 전방에 있는 보병 제28사단 의무근무대에서 1991년 7월까지 보급정비장교로 근무했다. 장교훈련 5개월을 포함해서 총 41개월을 군대에 있었던 것인데, 군인이던 시절에 그는 결혼도 하고 아들도 얻었다.

기대수명이 70살이라고 농을 하곤 하는 이강재 원장은 기대수명의 딱 절반인 서른다섯이 된 1997년에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는다. 8체질의학을 만난 것이다. 그는 사실 대학시절에도 한의학에는 별 흥미가 없었다고 고백했었다. 한의사면허를 가졌던 초기 10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결정적으로 체질의학과 열정적으로 늦바람에 빠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20년 넘게 조금도 식지 않은 열정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6월에 그는 8체질론과 관련한 그의 열 번째 책인 『8체질론으로 읽은 동의수세보원』을 출간했다.

그리고 7월 29일에는 아주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2019년 10월에 펴낸 『시대를 따라 떠나는 체질침 여행』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주최한 2020년 세종도서 학술부문에 선정된 것이다. 외부의 시선과 평가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한눈팔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그의 성실한 노력이 비로소 인정받게 된 것 같아 내 일처럼 기뻤다.

8체질의학 입문 후에 그가 홀로 닦아온 길은 사실 거의 미답지(未踏地)였다. 의학전문가를 위한 8체질론 서적인 『학습 8체질의학』, 8체질의학의 대표적인 감별도구인 체질맥진에 관한 모든 것 『8체질의학의 키_체질맥진』, 대중을 위한 8체질 개념잡기 『개념8체질』, 자신의 체질침 임상 20년을 보고한 『임상 8체질의학 Ⅲ』 등 대중과 8체질의학 임상의들의 뇌리 속에 그의 이름 석자를 각인시킨 역작들이다. 또 2001년 5월에 8체질의학 커뮤니티인 Onestep8.com을 만들어 정보를 나누고 있으며, 2015년에는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에서 8체질론을 강의했다. 이것은 일반대학생을 위한 최초의 8체질론 강의였다. 2016년 1월에는 임상8체질연구회(臨八硏)을 창립하여 강의와 연구에 몰두해 왔다.

올해 나온 『8체질론으로 읽은 동의수세보원』은 탄생 배경이 좀 특별하다. 이 책은 코로나19로 인한 ‘고강도 거리두기’로 생긴 시간적 공간적 여유로부터 탄생했다. 이강재 원장은 2018년에 처음 기획을 하고 틈틈이 초벌 원고를 써두었지만 본격적인 집필은 미루었던 아이디어를 여유가 생긴 공간 안으로 끌고 왔다. 글발이 오를 때는 많이 쓰고 막힐 때는 잠시 쉬면서 원고를 완성했다.

요즘 젊은 한의학도들은 잘 모르겠지만 근현대 한의학의 역사 속에서 행림서원은 특별한 책방이고 출판사였다. 1923년에 행파(杏坡) 이태호(李泰浩)가 처음 책방을 열었고 출판사업도 열심히 했다. 2대 이성모를 거쳐서 3대 이갑섭(李甲燮)까지 100년 가까이 이어졌다. 이강재 원장은 2019년 6월에 작고한 고 이갑섭 사장이 평생의 은인이라고 했다. 2009년에 그의 첫 책 원고를 단번에 알아봐 준 이래로 고인은 10년간 그의 특별한 동지였다.

“예술은 새로운 발견”이라는 말이 있다. 학문도 그러하다. 한의학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요즘, 그가 활자로 또렷하게 박아서 보여주는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발견을 읽는 것은 큰 기쁨과 감동이 아닐 수 없다.

 

김남일 /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김남일
경희한의대 교수로 의사학을 전공하였다. 현재 한국의사학회 회장으로 역임하고 있다. 최근 기고: 근현대 한의학 인물사, 명의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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