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미소요산-월경이상에서 만성통증까지 사용범위 넓혀가는 성장진행형 처방!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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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소요산-월경이상에서 만성통증까지 사용범위 넓혀가는 성장진행형 처방!①
  • 승인 2020.11.13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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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26)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조교수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조교수

<전형증례>

48세 남성.

약 3년 전부터 시작된 신체 여기저기가 쑤셔대는 통증으로 섬유근통을 진단받고 항우울제를 복용 중이다. 하지만 특별한 호전이 없다. 오히려, 항우울제 용량이 계속 늘어나면서 낮에도 밤처럼 졸음이 와 견디기 어렵다고 한다. 주변에서 침치료를 권하여 침치료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데, 침치료 직후에는 증상이 개선되는 듯하나 시간이 경과하면 다시 통증이 나타나는 현상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한약처방을 함께 활용해보길 희망하여 내원했다.

자세히 문진해보니, 3년 전 회사부도를 간신히 넘긴 후로 생긴 증상이라고 한다. 이후 체력도 많이 떨어진 듯하며, 사람을 믿기도 어려워졌다고 한다. 일단, 현재 복용 중인 항우울제는 중단하고 A를 1일 3회 투약해보기로 했다. 침치료는 주2회로 지속하기로 했다. 약 4주 후, 통증이 첫 진료 당시의 약 50%의 강도와 빈도로 감소했다. 일단, A를 지속복용하기로 했다. 다시 8주 후, 통증 강도가 첫 진료 시의 10% 미만으로 감소했다. 6개월이 지난 현재, 거의 통증은 없지만, 환자가 희망하여 예방차원에서 1일 1회 복약을 이어가고 있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가미소요산(加味逍遙散)이다. 가미소요산이라고 하면, 의서별로 매우 다양한 버전이 있는데, 이번에 논의할 가미소요산은 소요산(逍遙散)에 치자, 목단피를 추가한 소위 단치소요산(丹梔逍遙散)이다. 중국 명대(明代) 유명 의학자 설기(薛己)의 『내과적요(內科摘要)』에 처음 등장했으며, 당시에는 허약해진 “여성”에게 발생한 상열감을 동반한 다양한 정신과 신체증상에 사용하기 위한 “여성전용 처방”으로 창방되었다. 하지만, 다른 처방들에 비해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몇몇 의가들의 경험과 고찰을 거치며 정신적 요인이 있고 체력이 허약경향일 경우, 비단 여성 뿐 아니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발전했다.

 

가미소요산 개요

구성약물: 당귀, 작약, 복령, 백출, 시호, 목단피, 치자, 감초, 생강, 박하

효능효과: 체력이 중간 이하이고, 상기(기혈이 머리 쪽으로 치밀어 오름)가 있고, 어깨가 결리고 피로하기 쉬우며, 정신불안이나 초조함 등의 정신신경 증상, 때때로 변비가 있는 사람의 다음과 같은 증상: 냉증, 허약체질, 월경불순, 월경곤란, 갱년기장애, 혈도증, 불면증 (일본 내 허가사항)

주요 약리작용: 갱년기장애에 대한 작용, 항불안작용

 

가미소요산 활용의 발전사

먼저, 가미소요산의 원방인 소요산은 중국 송대(宋代) 『태평혜민화제국방(太平惠民和劑局方)』을 출전으로 한다. 당시 조문에는 “부인이 혈허노권(血虛勞倦)하여 오심번열(五心煩熱, 양 손발바닥과 가슴의 번열감)하고, 사지가 아프며, 머리가 무겁고 혼란스러워 당황하며, 뺨이 붉고 입과 인후가 마르고, 발열하고 도한(盜汗)이 있으며, 식사량이 줄고 눕고 싶어하며… 월경이 조절되지 않으며, 아랫배가 불러오듯 아프고, 한열이 학질처럼 오락가락하는 것을 치료한다….”고 그 적응증이 서술되어 있다. 곧, 체력이 저하된 여성이 보이는 열감(주로 상열감)을 동반한 신체 여기저기의 통증, 발한장애, 소화기 이상, 월경이상 같은 다양한 신체증상과 머리가 무겁고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은 정신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후, 여러 서적들은 이러한 적응증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몇몇 가감방을 제시하며 기존 적응증을 답습했다. 『성제총록(聖濟總錄)』, 『세의득효방(世醫得效方)』에도 위와 같은 증상에 활용할 수 있도록 몇몇 약재를 가감하여 구성한 ‘가미소요산’이라는 처방이 등장하나, 이 처방들은 본고에서 논하려 하는 가미소요산, 곧 단치소요산과는 그 구성약재가 매우 달라 같은 처방이라 보기는 어렵다.

본고에서 다루려는 가미소요산, 곧 단치소요산의 최초 설계자는 바로 앞서 언급한 중국 명대의 설기이다. 그가 저술한 『내과적요』에서 단치소요산의 첫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설기는 소요산에 목단피와 치자를 추가한 처방을 가미소요산이라 이름 붙이며, “간비혈허(肝脾血虛)하며 발열하고, 혹은 조열(潮熱), 혹은 자한(自汗) 도한(盜汗), 혹은 두통 목삽(目澁), 혹은 두근거려 불안하고, 혹은 뺨이 붉어지고 구건(口乾)하고, 혹은 종통(腫痛)하며 농(膿)이 나오고, 내열(內熱), 갈증이 생기는 등의 증을 치료한다”고 언급했다. 이전 의서들에서 언급해왔던 소요산의 적응증을 준수하되 일부 확대하였으며, 단순 혈허(血虛)로 지칭되던 병인을 간비혈허(肝脾血虛)로 보다 구체적으로 정의함으로써, 병태의 핵심이 되는 장부(臟腑)가 간(肝)과 비(脾)인 것이 명확해졌다. 하지만, 이 때까지도 현재 통용되는 단치소요산의 형태가 완비되지 않았다. 현재 우리가 통용하는 단치소요산은 방후(方後) 복용법에 생강과 박하를 사용하여 복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내과적요』에는 그러한 기록이 없다. 하지만, 설기의 업적은 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의 또 다른 저서 『설씨의안(薛氏醫案)』을 보면, 여성 뿐 아니라 소아에게도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가미소요산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가미소요산을 최초 설계함과 동시에 그동안 주로 여성에게만 활용되어 오던 소요산의 활용범위를 넓혀 준 것이다.

설기에 이어 이러한 가미소요산을 완성시킨 것은 바로 같은 명대의 공정현(龔廷賢)이다. 그의 저서 『만병회춘(萬病回春)』에 비로소 총 10가지 약재가 모두 수재된 가미소요산이 등장한다. 적응증은 설기의 『내과적요』에 따랐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가미소요산의 적응증을 기타 처방의 적응증과 비교 설명하기에 이르는데, 그 과정에서 가미소요산의 적응증이 보다 구체화되었고, 후대 의가들이 처방선정 과정에서 활용할 새로운 단서를 제시하였다. 또 다른 그의 저서 『제세전서(濟世全書)』에서 경폐(經閉)를 다루며, 간비허열(肝脾虛熱) 또는 비경허열 간경노화(脾經虛熱 肝經怒火)한 경우, 곧 스트레스를 기본으로 하되, 소화기 허약 여부에 따른 경폐의 치료법을 설명했는데, 가미소요산은 소화기에는 문제가 없이 허열증상만 보이는 전자에 단독으로, 소화기가 약한 후자에게는 사군자탕을 기본으로 활용하며, 가미소요산으로 보좌하여 치료할 것을 제안했다. 이로써, 첫째, 가미소요산이 분노를 기반으로 한 스트레스(간경노화(肝經怒火))를 기반으로 하는 각종 허열(虛熱) 증상을 동반한 병태의 신체 및 정신증상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고, 둘째, 소화기 허약이 동반된 환자에게는 그 사용이 적합하지 않음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이러한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발전시킨 의학자가 바로 일본 에도시대 와다 토카쿠인데, 그는 이 가미소요산을 소시호탕(小柴胡湯)의 변방 중 하나로 언급하였다. 『초창방의해(蕉窓方意解)』에서 그는 가미소요산은 소시호탕의 변방이며, 소시호탕 보다 약간 더 간허(肝虛)한 경우 사용하는 처방이고, 보중익기탕 보다는 위허(胃虛)가 없는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처방이라 밝혀, 체력을 기준으로 했을 때, 체력 강약에 따라 소시호탕-가미소요산-보중익기탕 순(우측으로 갈수록 허약)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이는 공정현의 관점을 보다 구체화한 것이며, 가미소요산을 “시호제”라는 카테고리 속에 묶어 넣음으로써 분노와 같은 스트레스에 기반한 다양한 신체 정신증상에 보다 손쉽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계기를 열어주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그는 목단피의 혈분(血分)에 대한 작용을 강조했는데, 이는 가미소요산이 어혈의 병태에도 활용될 수 있음을 제안한 것이며, 이 역시 어혈의 병태를 갖추며 스트레스가 동반된 다양한 병태에 가미소요산을 활용하는 현대 임상의 토대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발전결과가 현대 임상현장에까지 그대로 반영이 되고 있다. 현재, 가미소요산은 갱년기장애, 월경이상은 물론이요, 자율신경증상, 신경증, 불안장애, 우울증, 각종 비뇨기증상, 가려움을 보이는 다양한 피부질환, 각종 통증질환(섬유근통, 오십견 등까지 포함) 등 다양한 범주의 증상과 질환에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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