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그래도 나를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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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그래도 나를 믿어주세요
  • 승인 2020.11.13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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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돌멩이
감독 : 김정식출연 : 김대명, 송윤아, 김의성, 전채은
감독 : 김정식
출연 : 김대명, 송윤아, 김의성, 전채은

 

필자의 20대는 그리 밝지 못했었다. 대학 졸업 후 제대로 풀리지 못한 삶 때문에 이래저래 방황하고 있을 때 아버지께서 ‘너를 믿는다’라는 말을 해주셨다. 이 세상 그 누구도 나를 찾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절망하던 때 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씀은 그 어떤 것보다 값졌고, 실낱같던 희망의 끈을 끝까지 붙잡으며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이렇듯 누군가가 자신을 믿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용기를 낼 수 있는 원천이 되기도 하지만 점차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불신의 사회가 되어가다 보니 선입견과 편견이 난무하며 누군가의 삶을 짓밟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게 되는 것 같다.

다정한 이웃, 절친한 친구들이 있는 마을에서 정미소를 운영 하고 있는 석구(김대명)는 8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30대 청년이다. 마을 잔치에서 소매치기로 오해를 받게 된 가출소녀 은지(전채은)를 본 석구는 진짜 범인을 찾아내고 둘은 서로에게 보호자 겸 친구가 되기로 한다. 은지를 보호하고 있던 쉼터의 김선생(송윤아)은 둘 사이의 우정이 위험할 수 있음을 걱정하지만,

석구를 보살피던 성당의 노신부(김의성)는 그저 둘을 지켜보자며 김선생을 안심시킨다. 어느 날 밤, 석구의 정미소에 혼자 있던 은지에게 예기치 못했던 사고가 일어나고 그것을 목격한 김선생은 석구를 신고하게 된다.

<돌멩이>는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소통의 부재라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장애인과 가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지적 장애인이지만 주변 사람들과 돈독한 우정을 쌓으며 잘 지내던 석구가 어느 날 벌어진 모호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주변 사람들은 그를 떠나게 되고,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던 신부님조차 그를 믿지 못하게 된다. 거기다가 석구는 사회적으로 용서될 수 없는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으로 재판까지 받게 되면서 그가 감당할 수 없는 사회적 지탄을 받으며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단지 은지와의 순수한 우정이었음에도 사회는 또 다른 시각으로만 보고 말기에 그 날의 진실은 은폐되어 버리고 만다는 것이 매우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석구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데 이미 신뢰가 바닥 나 버린 상황에서 영화 속 사람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한 채 외면해 버리는 것이 계속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미투 사건을 포함하여 최근 서울, 부산 지자체장의 성범죄들이 연이어 발생하는 상황에서 영화 <돌멩이> 속 사건 또한 간과할 수 없고, 얼마 전 장애인이라는 점을 악용한 사건도 있었기에 냉정한 시각으로 영화를 본다면 영화 속 김선생의 모습이 이해 될 수 있지만 좀 더 지적 장애인과 가출 소녀라는 사회적 약자의 시선에서 그들을 믿고 한 번 쯤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준비가 되어 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답답하지 않았을 텐데 그 누구도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고, 자신들의 잣대 속에서 모든 것을 처리하고자 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지게 된다. 그래서 자신을 믿어줄 수 있는 친구가 필요했던 석구가 친구들에게 버림받은 후 혼자 물 수제비를 하는 장면이 먹먹하게 다가온다. <국제수사>와는 또 다른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해 낸 김대명의 첫 영화 주연작인 <돌멩이>는 선입견과 편견이 난무한 믿음이 부재한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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