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39> - 『鍼灸學硏究科敎材』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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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39> - 『鍼灸學硏究科敎材』①
  • 승인 2020.11.14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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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침구경락 현상에 대한 임상사례연구

오랜 만에 근현대 한의학교육에 이용되었던 침구학 교재 하나를 살펴보기로 하자. 그런데 표지에는 서명이 ‘침구학연구과교재’라고 되어 있고 목차에는 ‘침구연구전서’, 그리고 본문 첫 장에는 ‘침구학연구전서’라고 각각 약간씩 다르게 표기되어 있다. 여기서는 여러 가지 이름 가운데 이 책이 침구과 교육용 교재로 사용된 점을 중요하게 여겨 표지 서명을 대표 서명으로 앞세우기로 한다.

◇『침구학연구과교재』

 

경제여건이 열악했던 시절, 갱지에 등사판으로 인출한 책인지라 산화가 심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쉽사리 부스러지는 형편이다. 겉표지는 좀 더 두터운 마분지를 사용했지만 군데군데 찢긴 곳이 여럿이고 책등도 박락이 진행되어 손대기에도 안쓰러운 심정이 들 정도여서 과도기 한의학교재를 영구 보전할 대책이 필요하다.

서문은 달려 있지 않고 곧바로 목차가 시작된다. 다행히 권미에 판권부가 인쇄되어 있어 발행사항을 알아볼 수 있다. 1964년에 서울시 소재 동양통신대학 출판부에서 발행한 것으로 발행자는 이규종, 저자가 ‘동양통신대학 편집부(崔周若)’로 되어 있다. 아마도 재직 중인 곳에서 교재로 편집하여 펴낸 것이기에 판권과 저작권이 일체 동양통신대학 소유로 위임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 책의 실제 저자로 여겨지는 崔周若(1912~미상)이란 인물의 이력은 다소 이채롭다. 김남일 지은 『근현대한의학인물실록』(2011)에 의하면, 그는 1963년에야 52세 늦깍이 나이로 동양의대에 입학하여, 재학 중이던 1965년 동양의대가 경희대로 인수 합병되면서 1969년 6년제 의학사 학위를 취득하게 되었다 한다.

그는 원래 함북 명천 출신으로 어려서 고향의 명간보통학교 6학년 때 수업료 투쟁을 벌이다 정학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이후 1938년 교원자격시험에 합격해 소학교(현 초등학교)에 재직하였는데, 1945년 10월 황해도에서 반공의거를 모의하다가 체포되어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처형 직전에 구출되었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전쟁 기간 중 남한으로 귀순하여 임시 명천군수를 지내기도 하였지만 1960년대 이후론 한의계에 투신하여 침구경락 연구에 매진하였다. 특히 그는 한의대 재학 중이던 1966년 대한양도락의학회를 창립해 회장으로 활동하면서『(實際)良導絡治療臨床實技』라는 양도락 실습교과서를 펴내기도 하였다.

그러니 이 책은 『양도락치료임상실기』에 앞서 집필된 침구경락학 이론서인 셈이며, 이미 오래 전부터 침구학에 일가를 이루어 강의를 해왔던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1970년대에는 화요한의학회에서 활동하면서 학술토론과 임상강연을 벌였으며, 이 당시 발행했던 학회지『火曜漢方』에 그에 대한 활약상이 기재되어 있다.

또한 대한경락의학회 회장이란 직함으로 한의학술잡지 『漢方春秋』(1974)를 통해 ‘變節期에 극성부리는 상기도 질환 – 독감과 유행성 감기’에 대한 치료법으로 침치료과 탕약치법 2가지를 함께 제시하였다. 또 1976년 행림서원에서 발행한 월간 한의학잡지 『杏林』에는 ‘나의 침구치료 기본방침과 치험례 – 갱년기 장애에 대한 임상연구’라는 제목으로 임상사례 연구를 발표하였다.

그는 60~70년대 오랜 기간에 걸친 경락연구 성과와 임상사례를 통해 경락기능을 진단하는 기법으로서 양도락의 효용성을 인지하고 이를 실제 임상에 채택하여 사용하면서 널리 보급하고자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일본뿐만 아니라 러시아, 프랑스, 미국 등 서구 선진국가에서도 침의 효능과 경락현상에 대한 연구에 붐이 불어 동양의학에서 신비하게만 여겼던 경락의 실체를 생체전기현상을 이용하여 입증해 보려는 노력이 지속되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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