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건보 시범사업…회원들 “관행 수가 반영 안 됐고 실손 보전 어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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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약건보 시범사업…회원들 “관행 수가 반영 안 됐고 실손 보전 어려울 것”
  • 승인 2020.11.11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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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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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지난 2일 요양기관 안내자료 공개…처방 건수 및 상한금액 발표

“초반엔 환자 늘어도 시간 지나면 자가 처방 등으로 줄고 원내 탕전도 어려워질 것”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지난 2일 첩약건보 시범사업 요양기관 안내자료가 공개된 이후 일부 회원들 사이에서는 “관행수가가 반영되지 않았고 향후 모든 한약이 시범사업에 포함된 첩약 가격 수준으로 될 것”이라는 의견 등이 나왔다. 본지는 심평원이 자료를 공개한 후 복수의 회원들에게 의견을 물었고 관련 내용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심평원은 지난 2일 ‘첩약건강보험 시범사업 관련 요양기관 안내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는 ▲내원 당 한가지 기준 처방에 대해 최대 10일분 처방 가능 ▲한의사당 최대 1일 4건, 월 30건, 연 300건 ▲기준처방 20첩당 상한금액 안면신경마비 5만5290원, 뇌혈관질환후유증 4만8990원, 월경통 6만3610원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먼저 한의사협회는 약속과 달리 관행 수가를 보전하지 못한 것과 실손보험으로 한약값이 보전된다지만 이 또한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심평원의 자료를 본 A 한의사는 “협회는 약속했던 최소 15만원 이상의 관행수가를 보전하지 못했다. 협회장은 ‘귤피일물탕’을 15만원 수가의 예로 설명해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심평원 자료 중 예시로 소개되어있는 ‘보양환오탕’의 경우 10일분(20첩) 처방 시 요양급여 비용으로 11만8330원으로 산정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B 한의사는 “3가지 질병에 대한 한약 투여 시 처음 1회는 본인 부담 50%, 2회차부터는 본인부담 100% 보험급여라고 하고 2회차도 보험급여이기에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은 보험회사에서 진료비 일부를 보전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문구만 해석하면 이론상으로는 무한대지만 실제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현재도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들은 급여회수제한, 급여 금액제한, 보험료 할증 등 다양한 제약조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또 건강보험은 적정진료가 기준이다, 아직 한약치료에 대한 적정치료 기간이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본 사업에서는 규정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앞으로는 전체적인 한약 값도 첩약 건보 시범사업에 포함된 한약 수준으로 조정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A 한의사는 “첩약건보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환자들이 한약 1제 12만원 수가에 익숙해진다면, 전체 한약 값은 12만원 내외로 조정되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며 “월경통, 뇌혈관질환후유증, 안면신경마비 등의 상병명을 가진 환자들은 12만원에 한약을 먹는데, 기타 질환으로 치료 받는 환자들이 본인들만 (예를 들어)20만원을 내고 한약을 먹는 것을 납득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게다가 처방전까지 공개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우려했다.

B 한의사는 “2회차부터는 건강보험 재정이 추가로 투입되지 않음에도 환자에게 한약 투여 시 투약내용을 심평원에 보고해야 한다, 그리고 한의사가 처방한 한약의 처방명, 구성약재(원산지포함)를 환자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문서로 제공해야 한다”며 “또 비싸게 먹던 첩약 약가에 비해 저렴해진 보험 한약(첩약)에 한의사들이 폭리를 취했다는 억울한 누명도 뒤집어 쓸 것”이라고 우려했다.

C 한의사는 “국민이 한약의 원가를 알게 되면 비보험 첩약도 거의 사라질 것이다. 처음에는 환자가 늘겠지만 약이 효과가 나면 건강원이나 약령시장에서 자가 처방을 해 재진을 안 올 것”이라며 “지금 수가 몇만 원 더 받고 환자가 얼마가 늘어난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D 한의사는 “자동차보험이 이를 활용할 것”이라며 “자보는 건보를 준용하기에 자보도 자연스럽게 첩약 값 중 약재는 실거래가를 적용할 것이다. 이는 자보 탕약에 대한 비용이 낮아진다는 말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탕전실 규정 강화 등 여러 행정 절차로 인해 원외탕전으로의 쏠림 현상 및 분업에 대한 목소리도 제기됐다.

A 한의사는 “실질적으로 한의사에게 주어지는 첩약심층변증 방제기술료는 1제 당 3만2490원이다. 한의사당 최대 1일 4건, 월 30건, 연 300건으로 처방 건수까지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의 수가가 과연 적절할까”라며 “또한 원내탕전을 할 경우 추가로 4만1510원이 주어진다. 이 정도의 수가로 원내탕전을 유지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형식으로 정책이 유지된다면 앞으로는 원내탕전을 유지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고 대부분 원외탕전이나 약국탕전 등을 이용해 처방을 내리게 될 것”이라며 “한약 수가는 12만원 선에서 조정될 것이고, 그동안 한의사들의 수가를 상당 부분 책임져주어 왔던 원내 탕전을 통한 비보험 한약 진료는 그 위치를 점점 잃어갈 것이다. 또한 원내 탕전의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원외탕전이나 약국탕전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며 이는 점차 의약분업의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B 한의사는 “일선 한의원들은 탕전실 규정, 약재관리부, 첩약 표준 진단 체크리스트 작성 등 여러 행정 절차 및 규정들에 대한 규제와 심평원, 보건소 등의 현지 확인이라는 스트레스도 잘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 한의사는 “한약이 많은 환자들에게 활용될 수 있다면 한의사 입장에서도 도움이 되지만 한의원의 경영적인 측면을 도외시한 채 기존 관행 수가를 반영하지 않은, 그리고 처방의 건수도 납득되지 않게 제한해 놓은 형태의 첩약건보 진행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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