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우리가족을 감시하는 수상한 이웃
상태바
[영화읽기] 우리가족을 감시하는 수상한 이웃
  • 승인 2020.11.27 06: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이웃사촌
감독 : 이환경출연 : 정우, 오달수, 김희원, 김병철, 이유비, 조현철
감독 : 이환경
출연 : 정우, 오달수, 김희원, 김병철, 이유비, 조현철

2020년 영화칼럼을 쓰면서 가장 많이 썼던 단어가 코로나이다. 지난 2월부터 11월인 지금까지 코로나를 한 회도 언급하지 않았던 때가 없었던 것 같다. 솔직히 상반기만 해도 하반기에는 좋아지겠지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다시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되는 것을 보니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위기가 기회가 되어 우리 생활과 사회 전부분에 새로운 세상을 경험해 보기도 하고, 필자 개인적으로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부캐’를 만들게 되었다. 원래의 모습과 다른 또 다른 캐릭터라는 뜻이기도 한데 필자 역시 코로나 덕분에 본 직업이 아닌 다른 일을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또 다른 부캐인 영화칼럼니스트의 일을 잠시 떠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2021년 1월에 다시 만나기를 약속하며 2020년 마지막으로 소개할 영화는 도청하는 사람과 도청 당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이웃사촌>이다.

좌천위기인 도청팀장 대권(정우)은 팀원들과 함께 해외에서 입국하자마자 자택 격리된 정치인 이의식(오달수) 가족을 24시간 감시하라는 미션을 받는다. 이웃집으로 위장 이사 온 도청팀원들은 라디오 사연 신청부터 한밤중에 나는 부스럭 소리까지 수상한 가족들의 모든 소리와 행동을 감시하면서 새로운 비밀들을 하나씩 발견하게 된다.

2013년 <7번방의 선물>로 천만 영화감독이 되었던 이환경 감독의 작품인 <이웃사촌>은 1985년을 배경으로 그 당시에 실제 있었음직한 자택 격리 된 정치인과 도청팀과의 숨바꼭질 같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영화이다. 물론 영화를 보다보면 어떤 정치인을 모티브로 했는지 단번에 생각날 정도이지만 영화는 휴먼 코미디 장르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하고 있다. 특히 도청팀의 김병철과 조현철 콤비의 맛깔스러운 코믹 연기는 극의 재미를 높이고 있고, 옆집 가사도우미인 염혜란과의 아슬아슬한 추격씬(?)은 배꼽 잡고 웃다가 눈물 날 정도의 긴장감과 함께 재미를 선사하고 있으며,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기억나는 장면이기도 하다.

또한 오랜 만에 만나는 배우, 정우는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면서 극을 이끌고 있지만 오달수는 차기 대통령 후보라는 역할 때문인지 평소 그가 갖고 있는 코믹 연기를 제대로 펼쳐보이지 않으며 마치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2018년에 촬영을 시작한 <이웃사촌>은 오달수의 미투 사건으로 인해 2년이 지나 개봉하게 되었고, 정치 영화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내용상 어쩔 수 없이 요즘 정치판과 연결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어 오로지 영화에 대한 판단과 선택은 관객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여하튼 영화 제목이 <이웃사촌>이라는 점에서 영화의 결말이 쉽게 유추할 수 있지만 극 중 캐릭터들의 선과 악이 너무 평면적이고,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얼마 전 끝난 미국 대통령 선거를 떠올리며 과연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대통령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게 되는 <이웃사촌>은 정치나 사회 문제 등을 다 떠나 1980년대 복고 감성을 느끼며 따뜻한 웃음이 있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한번 쯤 볼 만한 영화이다. <상영 중>

p.s. 그럼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2020년 잘 마무리하시고, 건강하고 행복한 2021년 맞이하세요. 2021년 1월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