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제리 맥과이어는 과연 로맨스 영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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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제리 맥과이어는 과연 로맨스 영화인가?
  • 승인 2020.12.04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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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영화읽기┃제리 맥과이어

로맨스로 유명하지만 막상 그 속을 들여다보면 설렘보다는 다른 감정을 선사하는 영화가 있다. 그 중 하나로 들 수 있는 영화가 바로 톰 크루즈와 르네 젤위거가 주연을 맡은 ‘제리 맥과이어’다. 당시 무명이었던 르네 젤위거를 탑스타로 만들었으며, 시즌 9까지 제작되며 인기를 증명하고 있는 ‘쇼 미 더 머니’라는 말을 탄생시킨 유명한 영화다. 그러나 너무 유명하기에 오히려 직접 보지 않았을 수도 있는 영화이기에 이 기회에 소개한다.

감독: 카메론 크로우출연: 톰 크루즈, 르네 젤위거, 쿠바 구딩 주니어
감독: 카메론 크로우
출연: 톰 크루즈, 르네 젤위거, 쿠바 구딩 주니어

우수한 능력의 스포츠 에이전트로 잘 나가던 제리 맥과이어는 어느 날 갑자기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다. 그의 곁에 남은 것은 돈을 벌고 싶다고 그를 달달 볶아대는 미식축구 선수 라드 티드웰과 금붕어, 그리고 제리의 인간미에 끌려 사직서를 쓰고 그를 따라온 싱글맘 비서 도로시 보이드가 전부다. 그는 과연 이 모든 고난을 극복할 수 있을까?

설정부터 이미 제리 맥과이어의 화려한 부활과 그 가운데 일어나는 사랑이 쉽게 그려질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제리 맥과이어가 일과 사랑 모두를 차지하는 성공신화라기보다는 제리 맥과이어라는 한 사람이 어떻게 성숙을 일궈내는가에 가깝다.

극중에서 제리는 부도덕한 일을 감안하면서도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냉철한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일에 회의감을 느끼고 선수와 매니지먼트사가 돈보다는 인간관계를 중시해야 한다는 이상론을 펼친 ‘업무지침서’를 쓰고는 해고당했다. 제리의 본심이지만 그는 본심을 보였기에 회사에서 짤린다. 원래도 약혼녀에게 “우리 너무 솔직하게 말하지 말자”고 이야기하면서 속내를 드러내길 꺼려하는 제리가 더욱 더 그 본심을 숨기게 되는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에게 남은 사람들은 오히려 본심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사람을 진솔하게 대할 것을 부추긴다. 그래서 영화의 주된 갈등은 제리 맥과이어가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돈이 없고, 경기 성적이 부진한 것이 아니다. 자신 스스로에게조차 진실된 감정을 숨겨서 이 사람을 좋아하는지조차 모르겠다고 하던 제리 맥과이어의 태도에 변화를 요구하는 주변인과의 갈등이 핵심이다. 영화는 이를 이야기하기 위해 남자와 여자의 사랑을 활용했다.

자신이 새벽에 잠을 설치며 만든 ‘업무지침서’조차 보여주길 꺼려하는 제리 맥과이어는 매사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도로시와 함께하기 어렵다. 그런 제리의 태도를 변화하게 만든 것은 솔직하다 못해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 때도 있는 라드다. 라드의 직설적이고 핵심을 찌르는 조언, 그리고 그의 행동으로 제리에게 터놓고 대화할 것을 요구한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라드와의 관계를 상당부분 할애하고 있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제리와 도로시의 감정선은 1% 부족하다는 점이다. 톰 크루즈의 절절한 사랑고백을 기억하는 사람은 공감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지만, 톰 크루즈의 잘생긴 외모와 로맨틱한 대사 때문에 얼렁뚱땅 넘어가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 내내 드러나는 제리와 도로시의 위화감 넘치는 관계에 비해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에 빠지는 묘사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로맨스로 유명하지만 엄청나게 설레지는 않는다고 표현한 이유다.

그러나 감독은 약간의 로맨스를 배제해서 주제의식을 강조하는 방식을 택했다. ‘진솔함’이라는 다소 뻔하지만 삶에 있어 중요한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 영화다. 한 번 조용히 감상하고, ‘제리 맥과이어’형 인간에서 ‘도로시 보이드’형 인간으로 마음의 변화를 가져보길 권한다.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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