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읽기] “너는 내 옆에 있는데도 나는 네가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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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읽기] “너는 내 옆에 있는데도 나는 네가 그리워”
  • 승인 2020.12.11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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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드라마 읽기┃상견니

사랑하는 남자친구 왕취안성을 한 순간의 비행기 사고로 잃게 된 황위시안. 사고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왕취안성과의 추억을 잊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황위시안은 고등학생으로 추정되는 왕취안성이 자신과 똑같이 생긴 정체불명의 여자와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하게 되고, 이 여자가 1998년에 죽은 천윈루 임을 알게 된다. 1998년이라면 왕취안성은 어린아이였으니 사진 속 남자 역시 그가 아닌 셈. 이 기묘한 인연을 뒤로한 채 황위시안은 가수 우바이의 Last Dance가 흘러나오는 오래된 카세트테이프를 듣게 되고, 1998년 천윈루의 몸으로 들어와 사진 속 남자 리쯔웨이를 만나게 된다. 왕취안성과 똑같이 생긴 외모의 리쯔웨이는 연인을 떠오르게 하지만 그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기에 혼란스럽다. 이후, 황위시안(천윈루)는 다시 2019년 현재로 돌아오고, 꿈이라고 생각했던 천윈루로서의 기억이 현실이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 애가 왕취안성이야’라는 메시지를 전달받게 되면서 다시 한 번 타임슬립을 시도한다. 같은 시간대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 리쯔웨이와 왕취안성은 정말 같은 사람인 것일까? 황위시안은 왕취안성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감독: 황천인(황톈런)출연: 가가연(커자옌), 허광한(쉬광한), 시백우(스바이위) 등
감독: 황천인(황톈런)
출연: 가가연(커자옌), 허광한(쉬광한), 시백우(스바이위) 등

‘드라마 읽기’라는 특별코너를 통해 소개하게 된 이번 작품 ‘상견니’는 올해 초 중화권을 뜨겁게 달군 대만 드라마다. 원제인 想见你는 ‘당신을 만나고 싶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국내에서 대만 드라마는 다소 낯선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상견니는 위라이크 채널을 비롯해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 웨이브 등의 플랫폼에 소개되면서 국내에서도 마니아층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이 드라마가 이렇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타임슬립이라는 불변의 인기소재를 탄탄하고 세밀한 복선으로 구성한 예측불허한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아련하고도 슬픈 짝사랑과 그리움, 외로움 등의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한 연출이 가장 클 것이다. 특히, 드라마 속에 자주 등장하는 ‘Last Dance’나 ‘想見你想見你想見你’ 등의 드라마 OST도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한 몫 톡톡히 하고 있다. 이외에도 드라마 속 아름다움 풍경의 배경지가 된 타이난 역시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니, 코로나19 시국이 잠잠해지면 도전해볼 법 하겠다.

그러나 상견니가 기존의 타임슬립물이나 청춘물과 결을 달리하는 지점은 ‘존재’ 그 자체를 다루는 시선이다. 주연 배우들이 1인 2역의 배역을 시간에 따라 다르게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다소 헷갈릴 수 있지만, 차분히 몰입해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등장인물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란은 사실을 알 수 있다. 한 사람의 존재 그 자체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것이 2019년 황위시안의 주위를 맴도는 ‘그 사람’이 “황위시안이 찾고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다”고 말하며 모습을 숨기는 이유이고, 1998년의 모쥔제가 “너는 내 옆에 있는데 나는 네가 그립다”고 말하는 이유이며, 1998년의 천윈루가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이유다.

상견니는 장르적 특성상 이 ‘존재 자체에 대한 사랑’이라는 소재를 로맨틱한 요소만 다루기 쉽지만, 그 못지않게 사랑이 실패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로 인해 심화되는 갈등이 전개에 큰 영향을 끼치면서 시청자들의 호불호를 자아냈지만, 동시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완성도를 올리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요소가 시청자에게 짙은 여운을 남기게 되었다.

내 주위의 누군가가 나라는 사람의 존재를 그 자체로 사랑하는 일은 쉽지 않다. 타인의 무조건적인 애정이 있어도 그것이 나의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면 나는 존재의 이유를 상실하게 된다. 반면 나의 존재에 대한 타인의 사랑이 나의 마음에 와닿는다면, 그 사랑은 시간을 거슬러가서라도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은 지울 수 없는 존재로 자리잡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는 그런 사랑이 존재할지 생각해보게 되는 순간이다.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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