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세계의 역사와 지도를 바꾼 전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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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세계의 역사와 지도를 바꾼 전염병
  • 승인 2020.12.18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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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

정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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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암은성한의원 원장이자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사암한방의료봉사단 위원장이며, 서울 중랑구한의사회 수석부회장이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도서비평┃세계의 역사와 지도를 바꾼 바이러스 전쟁

“평양부(平壤府)의 성 안팎에 지난달 그믐 사이에 갑자기 괴질(怪疾)이 유행하여 토사(吐瀉)와 관격(關格)을 앓아 잠깐 사

도현신 지음, 이다북스 출간
도현신 지음, 이다북스 출간

이에 사망한 사람이 10일 동안에 자그마치 1천여 명이나 되었습니다. 의약도 소용없고 구제할 방법도 없으니, 목전의 광경이 매우 참담합니다.”

『조선왕조실록』 순조 21년 8월 13일 기사이다. 당시 조선에 막 퍼진 콜레라로 인한 피해 상황을 보여준다. 1822년 7월 22일 『실록』에는 “한양 안에서 콜레라에 걸려 죽은 사람이 1만여 명에 이른다”라는 내용으로 보아 당시 신종 전염병이었던 콜레라로 조선의 백성은 큰 피해를 보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과연 조선에서는 어떻게 대처했을까? 전염병은 하늘의 징계라 믿었다. 왕은 책임을 지고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였다. 일단 국경을 막고 이동 제한을 하였다. 그리고 사람이 모이는 제사와 종교활동을 금지하였다. 혜민서와 활인서 등 의료 기관에서 격리와 치료를 하였다. 콜레라에는 「천지운기문」의 사암침법 처방이나 배꼽에 소금을 이용한 간접구를 하여 침구 치료를 하였다. 약물 처방은 회생산이나 백출산, 부자이중탕에 가감하여 적극적으로 치료하였다.(조원준 외 1, 「19세기 조선에서 유행한 콜레라에 대한 황도연의 의학적 대처」, 한국한의학연구원 논문집, 2007년, 40쪽 참조)

이와 같은 조선 조정의 노력에도 1820년대 1차 유행에 이어 1860년대 2차 유행 그리고 개화기인 1890년 3차 유행으로 이어졌다. 1817년 인도에서 발생한 콜레라로 조선은 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행병이 있을 때마다 민심은 동요했다. 1820년대 김치규·정상채의 난, 1862년 진주민란, 1894년 동학농민운동으로 조선의 백성들은 저항하였고, 이 틈새를 이용하여 일본의 국권침탈로 조선은 막을 내리게 된다.

이처럼 『바이러스 전쟁』에서 저자는 전염병의 관점에서 세계의 역사를 분석하였다. 유럽과 가까운 아프리카에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보다 늦게 침략한 것도 말라리아 덕분이며, 이슬람 제국이 스페인과 터키까지 차지하게 된 것도 당시 유럽에 퍼진 페스트가 원인이다. 그리고 유럽까지 정복한 몽골제국이 망한 것도 흑사병으로 몽골인들의 숫자가 줄었기 때문이란다. 러시아가 시베리아까지 영토를 넓힌 것도 매독균으로 무장한 러시아 군인들에 의해 원주민들이 감염되었기 때문이다.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잉카제국과 같은 원주민들은 유럽에서 들어온 천연두로 속수무책으로 쓰러졌고 유럽인들은 정착할 수 있었다. 20세기 초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을 막기 위해 파시즘이 생겨서 독일, 이탈리아가 세계대전을 일으켰다니 세계 역사의 결정적인 터닝포인트는 전염병이 제공한 셈이다.

올 초 2~3달이면 끝날 것 같은 코로나 19와의 전쟁은 벌써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3차 유행으로 천여 명의 환자가 매일 속출하고 있다. 과거의 역사는 현재에도 되풀이되고 있어, 코로나 19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상은 바뀌거나 사임을 하였다. 우리나라는 K-방역으로 전 세계의 주목과 찬사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레임덕이 없다고 할 정도의 높은 지지율도 코로나의 대처 효과 덕분이다.

그러나 코로나 19의 3차 유행으로 대한민국은 지금 위기에 놓여 있다. 병상이 모자라고 환자는 늘어나고 있다. 백신이 나오고 있지만 다른 전염병의 예에서 보듯이 백신이 능사는 아니다. 백신으로 효과를 보려면 전 세계 개발도상국까지 백신이 제공되어야 하지만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 19와 함께 당분간 공생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코로나 이후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코로나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저자는 코로나 이전으로의 회귀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몽골제국 등장으로 유라시아 대륙은 잠시나마 폭넓은 자유무역체제 안에 놓였다. 그러나 흑사병이 창궐하자 국경 문을 닫고 폐쇄적으로 변한 것처럼 앞으로 전 세계는 과거와 같은 무역체제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중심의 세계, 자유롭게 교역과 여행을 했던 세계, 도시 중심으로 군집 생활을 했던 세계, 서양 과학적인 것을 숭배했던 세계에서 코로나 19 이후에는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서 한의학의 세계관이 인정받길 기대한다.

 

정유옹 / 사암침법학회, 한국전통의학史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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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암은성한의원 원장이자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사암한방의료봉사단 위원장이며, 서울 중랑구한의사회 수석부회장이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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